Maison Margiela FW26 Brings a Parisian Flea Market to a Shanghai Shipyard. 사진=Maison Margiel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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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김동희기자]상하이 조선소 런웨이에 오른 옷은 조용하지 않았다. 흰 가면은 얼굴을 지웠고, 금이 간 드레스는 몸 전체를 껍질처럼 감쌌다. 짙은 남색 가운은 젖은 금속판 같은 광택을 번졌고, 천은 한쪽으로 몰리거나 크게 부풀었다. 표면은 닳고 벗겨지고 갈라졌다. 마르지엘라가 오래 붙들어 온 해체의 언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상하이에서 먼저 튀어나온 것은 안쪽 구조가 아니라 바깥의 겉면이었다. 겉면을 밀어 올린 힘도 하우스의 오래된 침묵보다 글렌 마틴스의 과장된 손놀림 쪽에 가까웠다.

글렌 마틴스는 취임 뒤 방향을 숨기지 않았다. 새 마르지엘라는 더 크게, 더 직접적으로 보일 것이라는 예고가 먼저 나왔고, 상하이 무대는 그 말을 그대로 확인하는 자리였다. 마르지엘라가 쌓아 온 긴장은 원래 낮은 목소리에서 나왔다. 봉제선을 비틀고, 구조를 뒤집고, 옷의 안팎을 바꿔 놓으면서도 큰소리를 내지 않았다. 옷은 조용했지만 낯설었고, 단정했지만 끝내 불편한 기운을 남겼다. 상하이에서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질감과 덩어리, 표면의 상처였다. 해체가 조용한 교란이 아니라 큰 장면으로 바뀐 셈이다.

Maison Margiela FW26 Brings a Parisian Flea Market to a Shanghai Shipyard. 사진=Maison Margiel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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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변화의 크기가 아니다. 변화의 결이 다르다는 데 있다. 상하이 무대에서 반복된 부푼 실루엣, 강한 겉면, 억지로 비튼 듯한 형태는 마르지엘라라는 이름보다 글렌 마틴스라는 이름을 더 빨리 떠올리게 했다. 최근 디젤에서 보여준 작업과 나란히 놓으면 더 또렷해진다. 천을 비틀고, 표면을 거칠게 세우고, 입은 옷보다 만들어진 장면을 앞세우는 방식이 상하이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마르지엘라만의 공기보다 디자이너 개인의 과장이 먼저 드러난 순간이 많았다. 하우스가 디자이너를 받아들이는 정도를 넘어, 디자이너의 손놀림이 하우스 위로 덮이는 인상도 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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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마르지엘라 시절 옷에는 마른 결이 있었다. 낯선 재단과 뒤집힌 구조가 들어가도 옷은 끝내 옷으로 남았다. 얼굴을 가린 마스크조차 하나의 태도였지 장면을 키우는 장식은 아니었다. 상하이 무대는 거기서 한참 멀어졌다. 금이 간 드레스와 굳은 표면, 얼굴과 몸의 경계를 흐리는 가면은 사람보다 장면을 앞세웠다. 몸을 따라가는 옷보다 무대를 장악하는 조형이 더 많았다. 기성복과 아티저널을 한 줄에 세웠다고 했지만 기성복은 무대를 흔드는 쪽이 아니라 중간을 메우는 쪽에 머물렀다. 아티저널이 만든 공기 안에 기성복이 함께 들어온 무대에 더 가까웠다.

익명성도 마찬가지다. 마르지엘라에서 마스크는 한때 분명한 태도였다. 모델의 얼굴을 지우고 옷을 앞에 세우는 방식이었다. 상하이에서 다시 나온 마스크는 창립기의 기호를 불러오는 장치로는 충분했다. 하지만 반복이 길어질수록 장치는 태도보다 습관에 가까워진다. 상하이 무대에서 마스크는 옷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인 동시에 가장 손쉬운 마르지엘라의 표식으로도 쓰였다. 익명성을 보여주는 데는 성공했지만, 새 해석을 내놓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가면은 강했지만 새로워서 강한 것이 아니라 익숙해서 더 빨리 읽혔다. 창립기의 유산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유산을 다루는 방식은 더 단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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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쇼에서 드러난 또 다른 변화는 속도다. 예전 마르지엘라에는 천천히 따라붙는 불편함이 있었다. 한 번 보고 지나치지 못하게 만드는 묵직한 여운이 있었다. 상하이 무대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보는 순간 압박을 주는 옷이 늘었고, 한눈에 읽히는 상처와 질감이 먼저 나왔다. 오래 따라가는 긴장보다 즉각적인 자극이 앞섰다. 지금 패션 시장이 요구하는 방향과도 맞는다. 짧은 영상과 빠른 이미지 소비에 익숙한 시장에서 상하이 쇼는 분명 유리한 구조를 갖췄다. 다만 즉각성이 늘 밀도와 같은 말은 아니다. 한 번에 시선을 붙드는 힘과 오래 남는 옷의 힘은 다른 종류다. 상하이 무대는 앞쪽 힘이 컸고, 뒤쪽 힘은 옅었다.

Maison Margiela FW26 Brings a Parisian Flea Market to a Shanghai Shipyard. 사진=Maison Margiel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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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렌 마틴스가 능한 지점도 바로 여기에 있다. 단번에 눈을 붙드는 장면을 만든다. 상하이 쇼에서도 금 간 흰 드레스, 쇳빛 가운, 가면으로 지운 얼굴, 닳고 갈라진 외피가 연달아 나왔다. 한 장면 한 장면만 떼어 놓고 보면 압박이 세다. 다만 장면이 세질수록 옷의 결은 단순해졌다. 안쪽 구조를 더듬게 만들던 집요함, 가까이서 봐야 드러나는 비틀림, 말을 아끼는 태도는 뒤로 밀렸다. 상하이에서 먼저 살아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손상과 표면 효과였다. 보고 난 뒤 머릿속에 남는 것도 해체나 구조보다 껍질, 광택, 균열 쪽에 더 가까웠다.

상하이 프로젝트 전체 흐름까지 놓고 보면 이런 변화는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파리 밖 첫 런웨이를 상하이에 두고, 네 도시 전시를 묶고, 하우스의 오래된 코드를 전면에 내세운 방식은 마르지엘라를 더 크게, 더 넓게, 더 직접적으로 풀어내겠다는 선택으로 읽힌다. 브랜드 전략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상하이는 시즌 발표 한 번으로 끝나는 자리가 아니라 중국 시장을 향해 하우스 전체를 다시 펴 보이는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우스가 한가운데로 들어올수록 오랫동안 지켜 온 불친절함과 거리감은 줄어든다는 점이다. 마르지엘라가 한때 가졌던 비밀스러운 긴장도 그만큼 옅어진다. 상하이 무대는 변화가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줬다. 닫힌 하우스가 아니라 활짝 펼쳐진 브랜드가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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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쇼를 두고 혁신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퇴보라고 잘라 말하기도 이르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상하이에서 마르지엘라는 자기 이름만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글렌 마틴스의 속도와 강도, 하우스의 상업 전략, 중국 시장을 향한 대형 프로젝트가 한꺼번에 겹쳤다. 결과도 선명했다. 봉제선보다 표면이 앞에 섰고, 침묵보다 효과가 먼저 나왔다. 상하이에서 열린 두 번째 장면은 새 마르지엘라의 출발이라기보다, 글렌 마틴스라는 이름이 마르지엘라라는 집을 얼마나 크게 흔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 무대에 가까웠다. 오래된 집의 구조는 아직 남아 있다. 다만 집 안 공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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