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임민정기자] 패션이 디자인을 소유하려는 욕망은 이제 단순한 협업의 차원을 넘어섰다. 생로랑이 샤를로트 페리앙의 가구를 복원하며 주문 제작 방식으로 선보인 이번 프로젝트는, ‘경의’라는 이름을 앞세운 미적 독점의 또 다른 버전이다. 브랜드는 디자인 유산을 환기하는 동시에, 그것을 다시 고가의 희소 상품으로 전유하고 있다. 기능은 축소되고, 기호는 과잉된다. 디자인은 더 이상 ‘사용’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복원인가, 브랜드화인가
앤서니 바카렐로가 큐레이션한 페리앙의 네 작품은 모두 실물 접근이 어려운 희귀 유산이다. 리우 데 자네이루 책장은 25년간 세 번밖에 공개되지 않았고, 인도차이나 암체어는 실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재현됐다. 원형을 존중한 복원이지만, 그 복원의 목적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이제 이 가구들은 생로랑이라는 상징 아래 오더메이드라는 통제된 루트를 통해서만 손에 넣을 수 있다. 고급 소비자만이 접근 가능한 주문 방식은, 디자인을 ‘공공의 유산’이 아닌 ‘독점 가능한 사치’로 만들었다. 이는 더 이상 디자인을 복원하는 작업이 아니라, 디자인을 브랜드화하는 작업에 가깝다.
유산의 탈맥락화
샤를로트 페리앙은 사회적 맥락과 공간의 기능성에 민감했던 디자이너였다. 일본, 인도차이나 등지를 여행하며 체득한 실용성과 공동체적 시선은 그녀의 가구에 깊이 배어 있다. 그러나 생로랑이 제시하는 페리앙은 기능보다는 상징, 쓰임보다는 이미지다.
이번 전시에 등장한 ‘밀푀유 테이블’은 과거 제작이 어려워 실현되지 못했던 축소 모델이었다. 생로랑은 이를 마침내 실물로 제작하며 '완성된 디자인'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그 ‘완성’은 페리앙이 애초 의도한 재료와 제작 조건, 사용자 맥락이 아닌, 오늘날 명품 브랜드가 요구하는 심미적 스펙터클에 의한 완성이다.
디자인의 ‘맥락’을 걷어내고 브랜드의 미학만을 입힌 이 재현은, 창작의 윤리를 해체한 새로운 소비 구조를 형성한다.
브랜드는 무엇을 소유하려 하는가
브랜드는 왜 오래된 가구를 복원하는가. 왜 오래된 디자인의 문법을 호출하는가. 그것은 단지 아름다움에 대한 존중 때문이 아니다. 유산은 브랜드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희소성과 진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가장 세련된 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생로랑은 이브 생로랑이 생전 페리앙의 가구를 수집했고, 피에르 베르제가 그녀의 전시를 후원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마치 이 복원이 개인적 애정에 기반한 문화적 연속인 양 포장된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에서의 행위는, 과거의 개인적 존중을 브랜드 전략으로 전환한 고도로 계산된 기획이다. 이브 생로랑이 가구를 수집했다는 사실은, 오늘날 생로랑이 그것을 소비할 권리를 자동적으로 획득한다는 논리로 이어지지 않는다.
디자인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디자인 유산은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가.
그것은 모두의 기억이어야 하는가, 아니면 선택된 이들의 사적 재산인가.
생로랑의 이번 프로젝트는 분명히 아름답고 정교하다. 그러나 그것은 ‘기억의 복원’이 아닌, 기억의 재편집이며, 유산의 브랜딩화다. 페리앙이 추구했던 공간의 민주성과 기능의 윤리는, 지금 생로랑의 선택 속에서 거의 실종되었다.
미학은 누구의 권리인가
가구 하나, 책장 하나가 말해주는 것은 단지 형태가 아니다. 그것은 시대의 윤리와 미학의 철학이다. 생로랑이 보여준 이 유산의 재해석은, 결국 오늘날 디자인이 어떻게 상징 자본으로 거래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아름다움은 누가 정의하고, 그 소유권은 누가 갖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우리는 디자인이 아니라, 권력을 소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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