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최기형기자]세계는 인구 감소라는 거대한 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출산율은 이미 대부분의 국가에서 인구 대체 수준 이하로 떨어졌고, 생산가능인구는 매년 줄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경제 시스템은 여전히 과거의 전제를 반복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생산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성장을 위한 조건 자체가 사라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과 시장은 여전히 그 공식을 따라가고 있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인구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가 아니라 “사람이 줄어드는 시대에 경제를 어떻게 다시 설계할 것인가”여야 한다.
노동력이 줄어든다는 것은 단지 일할 사람이 부족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다. 경제가 작동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생산과 소비, 조세와 복지의 구조 전반에 걸쳐 제약이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고령화로 인한 부담은 늘어나는 반면 경제의 추진력은 지속적으로 저하되고 있다. 맥킨지에 따르면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는 선진국의 연간 GDP 성장률을 0.4~0.8%포인트까지 낮출 수 있으며, 이는 향후 수십 년간 경제 성장을 제약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많은 정부와 기관은 생산성 향상이라는 단어를 반복하지만, 효율성은 부족을 대체하지 못한다. 기술은 결핍을 메우기 위한 수단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구조를 다시 세울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공식 자체’를 다시 써야 한다. AI와 자동화는 단순히 노동을 보조하는 도구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일환으로 기능하고 있다. 사람 없이도 작동하는 경제 구조가 실현되는 과정에 있으며, 실제로 많은 산업 영역에서 인간 노동은 선택이 아니라 옵션으로 변하고 있다. 경제는 ‘사람이 일하는 구조’에서 ‘연산력과 알고리즘이 작동하는 구조’로 옮겨가는 중이다.
그러나 이 전환의 속도에 비해 정책과 제도의 반응은 현저히 느리다. 규제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하고, 기존의 노동 개념은 구조를 제약하는 요소로 남아 있다. 더 큰 문제는 지금도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제대로 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여성 노동력이다. 여성은 직업을 전환할 때 향후 수요가 감소하는 직군으로 이동하는 비율이 높고, 이로 인해 임금 격차는 고착화되고 있으며 경제는 잠재 성장 동력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조차 자원을 외면하는 시스템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인구 증가를 전제로 경제를 유지할 수 없다. 줄어드는 인구, 사라지는 시간, 대체되는 노동력 속에서 경제는 구조를 바꾸어야만 작동할 수 있다. 출산 장려금이나 일회성 대책이 아니라, 시간당 생산성 중심의 구조 설계, 여성과 고령자 및 이민 노동자의 제도화, AI 기술의 책임 있는 통합, 경제 운영 원리 자체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성장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숫자의 확대를 의미하지 않는다. 지금부터는 밀도와 구조, 설계와 선택의 문제다. 우리는 인구가 줄어도 작동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야 하며, 그 시스템은 더 이상 과거의 질서에서 찾을 수 없다. 줄어드는 시대는 위기가 아니다. 바뀌지 않는 시스템만이 위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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