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소비는 살아 있고, 합리성은 더 강해졌다
양극화된 소비 심리, 브랜드 전략의 이중 코드를 요구하다
[KtN 임우경기자] 소비자의 마음은 양면성을 띤다. 한편으로는 절제된 합리성을 추구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감성적 만족과 상징 자본을 좇는다. 딜로이트의 2025년 소비재 산업 보고서는 이 같은 ‘소비의 양극화’ 현상이 전례 없이 뚜렷해졌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가성비’를 지향하는 절제의 소비이고, 다른 하나는 ‘프리미엄’을 향한 갈망의 소비다. 소비재 브랜드는 더 이상 중간지대를 지키려 애쓰기보다, 이 두 축을 정교하게 분리하고 맞춤형 전략을 이중적으로 설계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의 진화: 상징보다 기능, 희소성보다 공감
과거의 프리미엄 소비는 ‘소유’를 중심으로 한 상징적 과시욕에 가까웠다. 그러나 오늘날의 프리미엄 전략은 기능적 가치를 내포한 감성적 설득으로 진화하고 있다. 딜로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고성과 기업군의 66%가 여전히 프리미엄 전략을 병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가격보다 ‘가치 인식(value perception)’을 중심에 두고 제품을 설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 프리미엄 전략이 이제 더 이상 특정 고소득층만을 타깃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고소득 소비자조차도 가격 대비 효용의 정당성을 요구하며, 단순한 ‘명품’보다는 ‘고기능성·고감도·고경험’ 제품에 더 높은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브랜드가 ‘희소성’이나 ‘가격대’만으로 고급 이미지를 유지하던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 프리미엄은 가격이 아닌 스토리, 체험, 목적성으로 재정의되고 있으며, 이 기준에서 소비자는 더 높은 민감도를 보이고 있다.
가성비 전략의 고도화: 저가가 아닌 ‘정당한 절감’의 기술
한편, 또 다른 축은 분명하다. 소비자들은 동일한 효용의 제품을 더 저렴하게 소비하고 싶어 하며,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저가 경쟁이 아니다. ‘가성비’란 이름 아래, 브랜드는 점점 더 복잡하고 과학적인 판단 체계를 요한다. 딜로이트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67%가 동일 품목 내에서 더 저렴한 제품이나 대체재를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중심으로, 제품 비교와 가치 평가 과정은 매우 구조화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가성비’는 더 이상 가격 절하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설계 구조, 신뢰할 수 있는 원재료, 검증된 성능이 함께 뒷받침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가치소비'로 인정된다. 실제로 정밀 분석과 AI 기반의 제품 개발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품-시장 적합도(Product-Market Fit)를 시뮬레이션하고, 각 세분 소비자층의 기대치를 반영해 기능과 가격의 최적 접점을 설계하는 것이 ‘가성비 전략의 고도화’에 해당한다.
양극화 사이의 제3지대: 프리미엄-투-밸류(Premium-to-Value)
흥미로운 점은, 이 양극화 사이를 잇는 ‘프리미엄-투-밸류(P2V)’ 전략이 새로운 브랜드 성장 구간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고급스러움의 체험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하는 방식의 프리미엄 ‘세분화’ 전략이다.
특정 플래그십 제품군은 최고가에 위치시키되, 핵심 기능만을 압축한 서브 모델을 별도로 구성하거나, 디지털 채널 전용 상품군을 통해 유통 비용을 최소화한 모델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전략은 브랜드의 상징 자본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도, 광범위한 수요층과 접점을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딜로이트 조사에서도 고성과 기업군의 64%가 이러한 중간 전략(P2V)을 위해 정밀 분석 및 생성형 AI 활용을 확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브랜드 전략의 시대는 끝났다, 소비자 전략의 시대다
2025년 소비재 시장의 본질은 단 하나로 요약된다. “소비자는 더 똑똑해졌고, 브랜드는 더 정교해져야 한다.” 단일한 브랜드 전략, 일관된 메시지는 이제 다층화된 소비자 감각 앞에 무력하다. 프리미엄을 추구하면서도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저가를 선호하지만 품질에 대한 기준은 높은 소비자, 그리고 감성은 프리미엄에 닿아 있지만 지불 의사는 낮은 소비자… 이 모든 유형을 포괄하는 전략 없이는, 시장에서의 지속 가능성도 보장되지 않는다.
브랜드가 답해야 할 질문은 더 복잡해졌고, 해답은 더 정교한 데이터와 민감한 공감 능력, 그리고 세분화된 포지셔닝 전략에 달려 있다. 지금은 제품이 아니라, ‘소비자 이해의 깊이’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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