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에이전트를 명령하지만, 그 에이전트는 또 다른 시스템에 의해 설계된다.
AI가 권력의 경계를 다시 쓰고 있다.

인간은 에이전트를 명령하지만,그 에이전트는 또 다른 시스템에 의해 설계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간은 에이전트를 명령하지만,그 에이전트는 또 다른 시스템에 의해 설계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AI 에이전트 기술은 인간의 의도를 해석해 행동으로 옮긴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그 에이전트를 설계한 주체는 누구이며, 그것이 따르는 프로토콜은 누구의 이해에 근거하는가. 기술이 인간의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될수록, 시스템 내부의 권력 구조는 더욱 정교하게 재편된다. 지금 에이전트는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실상은 기업, 플랫폼, 국가 시스템의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프로그래밍된 권력 도구’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플랫폼 중심 생태계, ‘보이지 않는 통치’로 기능하는 기술 권력

오픈AI의 오퍼레이터, 구글의 모델 컨텍스트 프로토콜(MCP), 아마존의 노바 액트는 모두 사용자를 중심에 둔 기술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플랫폼이 설계한 작동 원리와 생태계 규칙에 따라 움직인다. 즉,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명령을 해석하지만, 그 해석 방식 자체는 플랫폼이 정한 언어, 우선순위, 정책 로직에 기반한다.

이는 기술이 ‘중립적 도구’가 아니라, 사용자의 선택을 유도하고 제한하는 설계된 환경이라는 사실을 드러낸다. 사용자는 에이전트를 통해 일을 처리하지만, 실제로는 특정 기업의 생태계 안에서만 의미 있는 행동을 하게 된다. 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 에이전트는 기술의 얼굴을 한 통치구조이기도 하다.

에이전트 생태계의 ‘표준화 전쟁’…MCP가 의미하는 것

구글 CEO 순다 피차이가 언급한 MCP(Model Context Protocol)는 AI 모델 간 정보 전달과 실행 절차의 공통 규약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표면적으로는 상호 운용성과 효율성을 높이자는 기술적 접근이지만, 그 이면에는 AI 거버넌스의 표준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적 의도가 자리하고 있다.

이는 인터넷이 TCP/IP를 기반으로 통일된 질서를 만들어냈던 것처럼, 에이전트 시대의 ‘기본 언어’를 누가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기술 주권 경쟁이라 할 수 있다. 오픈소스 커뮤니티, 중소 기술기업, 국가 기관이 이 과정에서 배제될 경우, MCP는 결국 거대 플랫폼만을 위한 ‘독점형 질서’로 전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사용자-에이전트-플랫폼…‘위임의 사슬’이 만든 책임의 공백

AI 에이전트 기술은 편리함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권한의 위임과 책임의 희석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사용자는 에이전트에게 작업을 맡기고, 에이전트는 그 설계자의 로직을 따른다. 이 구조에서 실제로 오류가 발생하거나 윤리적 충돌이 일어났을 때, 책임의 주체는 불분명해진다.

사용자는 단지 명령을 내렸을 뿐이고, 에이전트는 코드대로 실행했으며, 플랫폼은 기술적 환경만 제공했다는 논리로, 어떤 문제도 완전히 책임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에이전트가 복잡해질수록, 우리는 누구에게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할지 더 혼란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국가의 규제는 기술 흐름을 따라잡을 수 있는가

AI 에이전트 기술은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는 반면, 현행 법제는 여전히 각국의 고유한 규범과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 이로 인해, AI 에이전트가 수행한 행동의 법적 책임, 데이터 처리의 정당성, 알고리즘 편향에 따른 피해 구제 등은 현재의 규제 체계로는 대응이 어려운 지점에 놓여 있다.

유럽연합의 AI 법안이나 미국의 ‘AI 권리장전’ 논의는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AI 에이전트가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행동을 대신하는 현재의 속도감에 비하면 규제는 지나치게 느리고, 사후적이며, 선언적이다. 기술이 거버넌스를 앞서가고 있는 상황, 우리는 어떤 민주주의적 통제 장치를 설계할 수 있을까.

기술은 도구가 아니다. 기술은 체계다.

에이전트 시대의 도래는 편리함의 혁신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권한의 재분배와 책임의 탈중심화라는 정치적 변화가 자리한다. AI는 ‘중립적 실행자’가 아니다. 누가 그것을 설계했고, 어떤 기준으로 움직이며, 누구의 이익에 따라 최적화를 추구하는지를 질문해야 한다.

이제 우리는 ‘기술’이라는 말 속에 숨겨진 권력의 구조를 읽어야 한다. 에이전트 기술이 단순히 사용자를 돕는 존재인지, 아니면 플랫폼을 강화하는 또 하나의 경계선인지 가늠해야 할 때다. 기술을 통제하지 못한 사회는, 결국 기술에 의해 통제되는 사회로 귀결된다.

에이전트는 일하지 않는다. 판단하지도 않는다.
다만 누군가의 의도를 실현할 뿐이다.
이제, 그 의도가 누구의 것인지를 묻는 일이 거버넌스의 출발점이다.
기술은 시스템이며, 시스템은 곧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