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불일치, 과잉 서사, 콘텐츠 피로… 예능 브랜드의 생존 조건은 달라졌다

'이 노래 때문에 잘렸잖아!" 송지효,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된 사연 ('런닝맨') 사진=2024.04.07 SBS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노래 때문에 잘렸잖아!" 송지효, 아르바이트에서 해고된 사연 ('런닝맨') 사진=2024.04.07 SBS / 편집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홍은희기자] 2025년 예능 브랜드 시장은 이전과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고 있다. 브랜드의 상승은 여전히 눈에 띄게 빠르지만, 하락은 그보다 훨씬 더 무겁고 깊게 이어진다. 이번 4월 예능방송인 브랜드평판 분석에서도 이런 흐름은 분명했다. 특정 브랜드는 급상승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단 한 달 만에 급격히 하락하거나, 소통 지수는 높지만 소비 지수가 반비례하는 현상이 반복됐다.

이런 변화는 단순한 순위 경쟁이나 콘텐츠 노출 문제를 넘어선다. 브랜드 이탈의 핵심 원인은 ‘정서 불일치’에 있으며, 이는 오늘날 예능인의 브랜드가 단지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감정적으로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함을 시사한다. 감정 소비의 시대, 대중은 더 이상 브랜드의 명성을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그들이 믿고 따르는 건 감정의 일관성과 진정성이다.

감정 불일치의 누적

예능 브랜드의 정체는 감정의 합이다. 그런데 이 감정이 시청자와 어긋나기 시작할 때, 브랜드는 급속도로 무너진다.

2025년 4월 브랜드평판 5위에 오른 김종국은 지난 3월 대비 16.33% 하락한 수치를 기록했다. 이는 수치상의 소폭 하락처럼 보일 수 있으나, 세부 지표를 보면 ‘참여지수’와 ‘미디어지수’가 동시에 하락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프로그램 노출 감소를 넘어 ‘감정 연결 고리’가 약화된 징후로 읽힌다.

김종국의 브랜드는 오랜 기간 ‘강함’과 ‘자기관리’의 서사를 유지해왔으나, 최근의 대중 정서는 ‘완벽함’보다는 ‘허용가능한 불완전성’을 원한다. 즉, 그의 일관된 브랜드는 오히려 감정 공명을 좁히는 요인이 되었고, 정서의 불일치가 누적되면서 이탈이 가속화된 것이다.

과잉 서사의 피로 누적

브랜드 이탈을 가속화하는 또 다른 요인은 ‘서사의 과잉’이다. 예능 브랜드는 더 많은 노출, 더 자극적인 서사, 더 강한 캐릭터를 반복해 제시하지만, 소비자는 그 안에서 감정적 일관성을 찾지 못할 때 이탈한다.

이경규, 김구라, 이상민 등 과거 장수 예능의 중심에 있던 인물들의 브랜드는 현재 커뮤니티 지수에 비해 미디어 지수가 현저히 낮다. 이는 이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야기가 더 이상 새롭지 않다’는 평가와 함께 콘텐츠 소비 자체가 피로해졌음을 의미한다. ‘같은 얘기, 다른 옷’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Z세대는 콘텐츠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브랜드 서사 역시 계속해서 변주되고, 재해석되지 않으면 정체로 인식한다.

이경규, "닭라면 로열티 평생 상속"…딸 예림에 이어지는 맛의 유산 ( '라디오스타') 사진=2024.10. 10  방송화면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경규, "닭라면 로열티 평생 상속"…딸 예림에 이어지는 맛의 유산 ( '라디오스타') 사진=2024.10. 10  방송화면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콘텐츠 포화와 정체성의 균열

특정 브랜드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정체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예능인 브랜드가 여러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비슷한 톤과 캐릭터로 반복될 때, 대중은 이를 하나의 '콘텐츠 블록'으로 인식하고 감정적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최근 브랜드 순위에서 하락한 이지혜, 탁재훈, 노홍철 등은 다양한 플랫폼에 노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 지수나 참여지수의 상승이 동반되지 않았다. 이는 브랜드의 과다 노출이 반드시 브랜드의 확장으로 이어지지 않으며, 오히려 정체성의 희석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예능 브랜드가 ‘너무 많을 때’ 소비자는 오히려 정서적 피로를 느끼며, 더 이상 그 인물에 대한 감정을 유지하지 않게 된다.

브랜드 생존의 조건: 서사의 균형성과 감정의 정직성

브랜드는 결국 ‘축적된 정서의 서사’다. 이 서사가 단단한 감정의 기반 위에서 균형감 있게 작동할 때, 브랜드는 살아남는다. 그리고 이 정서는 연출된 감정이나 과잉된 서사로는 유지되지 않는다.

예능 브랜드의 성공 조건

정서의 일관성 – 감정의 기복이 아니라, 감정을 받아들이는 태도의 일관성.

서사의 유연성 – 반복이 아닌 변주 가능한 이야기 구조.

감정의 진정성 – 완벽함보다는 ‘감정의 실수’를 허용하는 자세.

 

이 기준에서 벗어나는 브랜드는 빠르게 외면당한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한 사람의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예능 콘텐츠 전반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브랜드는 이야기로 존재하고, 감정으로 생존한다

예능 브랜드의 생존은 출연 회수가 아니라, ‘정서적 신뢰’의 유지에 달려 있다. 감정 불일치와 과잉 노출, 정체성 희석은 모두 브랜드를 무너뜨리는 구조적 요인이며, 이는 단지 콘텐츠 기획의 문제가 아니라 미디어 감정 구조 전반에 대한 재설계를 요구한다.

대중은 예능인을 따라 웃지만, 정서가 맞지 않으면 조용히 돌아선다. 그리고 그 조용한 이탈은 숫자보다 먼저 감정에서 시작된다. 예능 브랜드의 휘발성은 결국 정서 리더십의 부재에서 비롯되며, 이를 메우지 못한 브랜드는 빠르게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