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동기화의 약화, 포맷의 피로, 정서 재편… 브랜드의 생존은 ‘고정’보다 ‘공감’에 달려 있다
[KtN 홍은희기자] 2025년 4월,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발표한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평판 순위는 겉보기엔 익숙한 구도다. 1위 ‘나혼자산다’, 2위 ‘런닝맨’, 3위 ‘미운우리새끼’ 등 오랜 기간 방송을 지속해온 프로그램들이 여전히 상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이 순위는 안정이라기보다 위태로운 유지에 가깝다.
이번 분석 기간(2025년 3월 6일~4월 6일) 동안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빅데이터는 전월 대비 30.80% 감소했다. 특히 브랜드 참여(-53.21%), 확산(-33.63%), 소통(-26.06%) 지표의 급락은 단순한 관심 저하가 아닌, 정서적 피로와 감정의 불일치를 드러내는 구조적 신호다. 소비자들은 콘텐츠에 점점 더 ‘말을 걸지 않기’ 시작했고, 이는 콘텐츠가 감정을 동기화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나혼자산다 1위, 그러나 하락률 -27.25%
고정 브랜드의 정서적 피로가 시작됐다 ‘나혼자산다’는 참여지수 992,538, 커뮤니티지수 1,678,539 등 여전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1위에 올랐지만, 브랜드평판지수는 전월 대비 27.25% 하락했다. 이는 단지 이슈 부재나 시청률 문제의 결과가 아니다.
링크 분석에서 ‘도전하다’, ‘선물하다’, ‘공개하다’라는 긍정적 행동어가 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정서 확산은 이전만 못했다. 프로그램 내 출연진이 바뀌고, 아이템 구성이 다양해졌지만, ‘혼자 사는 삶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라는 정서적 질문에 새로운 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Z세대 이후의 시청자들은 ‘혼자’라는 키워드를 공감하는 동시에, ‘무언가 더 내밀한 감정’을 요청하고 있다. 일상 공유의 폭은 넓어졌지만, 그 감정의 밀도는 얕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런닝맨, 미운우리새끼: 강한 브랜드일수록 감정 갱신이 필요하다
2위 ‘런닝맨’ 역시 브랜드평판지수가 18.33% 하락했고, 3위 ‘미운우리새끼’는 3.06% 하락했다. 상대적으로 적은 하락폭처럼 보이지만, 전체 브랜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이 하락은 브랜드 지속성에 경고등을 켜는 지표다.
특히 런닝맨은 오랜 시간 고정된 포맷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의 감정 동선은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긴장감보다는 친숙함, 도전보다는 관습이 남은 구조에서 시청자는 감정적으로 더 이상 새롭지 않음을 느낀다.
미운우리새끼는 ‘가족 예능’이라는 프레임 속에 자리잡았지만, 1인 가족, 비혼, 고령화, 고립 등 복합적인 현실과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 정서적 소통을 강화하지 않는 한, 브랜드의 확장은 구조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전지적 참견 시점의 반등: 정서 서사 재설계의 성공 사례
반면, 5위 ‘전지적 참견 시점’은 브랜드평판지수가 전월 대비 93.37% 상승하며 의미 있는 반등을 기록했다.
이는 단지 ‘출연자 변화’나 ‘기획력 상승’ 때문이 아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매니저’라는 보조 화자를 내세우는 구조를 통해 일상 감정의 해석자 역할을 해왔으며, 최근엔 더 적극적으로 ‘사회적 맥락에서의 감정 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감정의 위계나 연출이 아니라, 관계 중심의 ‘비언어적 정서 전달’을 강화하면서 시청자와의 공명대를 넓혔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는 포맷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를 설계한 결과이며, 향후 브랜드 생존의 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다.
플랫폼 피로와 정서 이탈: 콘텐츠는 많지만, 감정은 얕다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 빅데이터 자체가 전월 대비 30.80% 줄어들었다는 것은, 콘텐츠 수요가 줄어든 것이 아니라 감정적 피로가 누적된 결과다.
콘텐츠는 넘쳐나지만, 그 안에서 시청자가 자신을 투영할 감정의 거울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반복되는 구도, 기획된 감정, 과잉된 리액션, 몰입 없는 일상은 브랜드 소비를 저해하는 결정적 요인이다.
소통 지표의 하락(26.06%)은 시청자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대해 더 이상 ‘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며, 이는 곧 정서적 연결의 단절로 이어진다.
감정의 깊이가 브랜드의 수명을 결정한다
예능 프로그램 브랜드는 단순히 웃음을 파는 포맷이 아니다. 지금은 정서를 동기화하고, 감정을 공유하는 ‘정서적 설계물’로 진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2025년 4월의 빅데이터는 콘텐츠 소비 시장이 정서적 재편기에 진입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 브랜드는 ‘오래 했다’는 이유로 사랑받지 않는다. 감정을 함께 걷고, 정서를 나누며, 서사를 새롭게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만이 생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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