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내재화와 글로벌 거점 전략 없이는 생존 자체가 위협받는 시대
반도체·배터리·자동차·콘텐츠·소재 산업까지
산업별 위기 요인 구체화… 대응 전략 수립 시급

산업별 리스크, 구체화되는 위기의 구조  사진=2025 04.10 mbc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산업별 리스크, 구체화되는 위기의 구조  사진=2025 04.10 mbc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글로벌 공급망 전쟁이 끝난 자리에 남겨진 것은 더 깊고 복잡한 산업별 위기 지도였다.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은 단순한 경제적 갈등을 넘어 세계 산업질서를 재편하는 본격적 동력이 됐다. 한국 경제는 이제 산업별 구조적 리스크와 직면했고, 위기 대응의 기준은 기술 내재화와 글로벌 거점 전략으로 좁혀지고 있다.

산업별 리스크, 구체화되는 위기의 구조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한국 산업 전반에 걸쳐 위기의 양상을 더 정교하고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산업은 각기 다른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공통된 경고음은 명확하다. 기술과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한 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산업, 기술 내재화 없이는 시장 진입 불가

반도체 산업은 이미 미국 중심 공급망 전략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지 공장 증설에 나섰지만, 기술 유출 우려와 생산 비용 상승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중국 시장은 규제 심화와 자국 기업 육성 정책으로 한국 기업들에게 더 높은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래 반도체 산업 경쟁력은 이제 기술 자립 역량과 AI 반도체, 차량용 반도체 등 고부가 기술 선점에 달려 있다.

배터리 산업, 광물 전쟁과 북미 생산 압박

배터리 산업은 광물 공급망 불안이라는 가장 원초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필수 광물의 가격 급등과 자원 민족주의 확산은 한국 기업들의 자원 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 IRA 법안에 따라 북미 생산 확대는 필수 전략이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주요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 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지만, 앞으로 광물 공급망 다변화와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기술 선점이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 산업, 전동화 넘어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경쟁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 전환의 가속화와 함께 새로운 경쟁 구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은 이제 단순한 전기차 생산 능력이 아니라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기업 평가의 핵심 기준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인도, 동남아 등 주요 지역에 전기차 생산거점을 확대하고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 설립, OTA(무선업데이트) 기술, 데이터 서비스 고도화 등 플랫폼 전략 강화가 필수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콘텐츠·디지털 산업, 플랫폼 종속을 넘어서는 IP 전략

K-콘텐츠 산업은 글로벌 OTT 플랫폼을 통한 성장이라는 성공 방정식을 경험했지만, 그만큼 수익 구조와 IP 통제력 한계라는 문제도 드러내고 있다.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의 정책 변화나 콘텐츠 투자 방향 전환은 한국 콘텐츠 기업들의 리스크를 확대할 수 있다.

자체 플랫폼 개발, 글로벌 IP 확장, 융복합 콘텐츠 제작 기술 고도화 없이는 K-콘텐츠 산업 역시 구조적 한계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산업, 기술 내재화와 안보 산업 전환

소부장 산업은 그 자체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기술 장벽이 높아지고, 원천기술 의존도를 탈피하지 못할 경우 세계 공급망 전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한국 정부는 소부장 핵심 전략기술 국산화 R&D를 강화하고 있지만, 기업 차원의 글로벌 기술 M&A와 기술 확보 전략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경제의 생존 전략은 구조적 대응에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쟁 이후 한국 경제가 직면한 산업별 위기는 명확하다. 기술 내재화 없이는 시장 진입이 불가능하고, 글로벌 거점 확보 없이는 공급망 복원력이 확보되지 않는다. 반도체부터 배터리, 자동차, 콘텐츠, 소재 산업까지 한국 기업들은 각 산업별 위기에 맞춘 정교한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생존 전략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 준비된 국가와 준비된 기업만이 새로운 세계 질서 안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