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영역으로 확장된 추모, 경기도의 ‘기억 행정’이 보여준 문화적 전환"
추모를 넘어선 책임, 세월호 11주기와 기억의 제도화
[KtN 임우경기자] 2025년 4월, 세월호 참사 11주기를 맞아 경기도가 ‘기억과 연대’라는 이름의 추모 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4월 11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되는 이 조용한 행정은 단순한 추모의 형식이 아닌, 공공영역에서 ‘기억’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 추모는 단지 추모로 끝나도 될까. 경기도의 행정이 보여주는 ‘기억의 형식’은 지금 어떤 의미를 던지고 있는가.
기억은 행정의 기능인가, 정서의 연장이어야 하나
경기도는 남부청사와 북부청사에 세월호 추모기와 추모 배너를 설치하고, 누리집에 온라인 추모관 ‘기억과 연대’를 열었다. 도민 누구나 메시지를 남기고 고인의 넋을 기릴 수 있는 구조다.
겉으로 보기엔 반복된 형식 같지만, 여기에 하나의 공공적 전환이 내포돼 있다. 단지 애도의 정서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추모’라는 감정 행위를 행정 시스템에 포함시키는 전략적 시도라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상징을 넘어, ‘기억을 지속가능한 정책 장치로 만들 수 있는가’라는 실험이기도 하다.
‘기억의 제도화’ – 지방정부가 추모를 조직하는 방식
‘기억의 제도화’란 단지 유가족이나 사회운동의 몫이었던 집단 기억을 공공기관이 체계적, 반복적으로 보장하는 행정 행위로 전환하는 흐름이다. 경기도는 이 방향을 택했다. 기념 주간의 명확한 설정, 상징물의 시각화,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디지털 추모라는 다층적 접근 방식을 구성했다.
이는 지방정부가 정치적 민감성을 넘어서서, 공공적 기억을 책임지는 주체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시 말해, ‘기억’을 행사하는 조직이 과거엔 언론이나 시민사회였다면, 이제 그 역할은 일부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가져가기 시작한 셈이다.
디지털 추모문화 – '기억의 장소'에서 '기억의 네트워크'로
온라인 추모관 ‘기억과 연대’는 중요한 문화적 전환점을 반영한다. 물리적 공간 중심이던 추모가 이제는 비물질적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특히 MZ세대 이후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겐 새로운 기억 방식으로 기능한다. 페이스북 추모 계정, 트위터 해시태그, 유튜브 영상 등이 세대 간 기억 격차를 줄이듯, 지자체의 온라인 추모 플랫폼은 미래세대 기억의 ‘기반시설’로서 의미를 갖는다.
기억의 질은 그 사회의 책임감과 비례한다
경기도의 추모 행정은 분명 진전된 형태다. 그러나 여전히 한계도 존재한다. 기억을 유지하는 데는 ‘의미’와 ‘행동’이 함께 있어야 한다. 기억만 있고 진상규명이 없거나, 책임자의 법적 결말이 모호하다면, 이는 ‘공허한 의식’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또한, 여전히 추모가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타 지자체들과 비교할 때, 경기도의 적극성은 돋보이지만 표준은 아니다. 전국적인 제도화가 함께 진행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억은 ‘지역적 분절 기억’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추모는 시스템이 되어야 한다
이종돈 경기도 안전관리실장은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되새기는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억을 되새긴다”는 말은 끝이 아닌 시작이어야 한다. 그 되새김이 도민의 정책 참여로, 예산 편성의 기준으로, 교육 시스템의 일환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기억의 제도화’는 완성된다.
경기도는 그 ‘작은 시작’을 만들었다. 이제 남은 것은, 기억이 정치가 되고, 기억이 정책이 되고, 기억이 책임이 되는 미래를 얼마나 가까이 가져올 수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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