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생명안전공원과 안산마음건강센터…추모는 남았지만 시스템은 없었다
[KtN 임우경기자] 정치는 결국 책임의 언어다. 특히 재난과 비극 앞에서 국가의 존재 이유는 단 하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11주기, 한국 정치가 마주한 민낯은 무엇인가. 법은 남았지만 시스템은 없었고, 추모는 남았지만 책임은 부재했다.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돌아오지 못한 그 공간에 이제 ‘416생명안전공원’이 세워진다. 상징적 공간이지만, 그 추진 주체는 끝내 유가족이다. 국가도 지방정부도 이 공간을 주도하지 않았다. 유가족이 예산을 확보하고, 유가족이 착공식을 준비하고, 유가족이 기억의 공간을 지켜내고 있다.
특별법도, 제도도 있었지만…국가는 왜 빠졌는가
강태형 경기도의회 안산도의원협의회 회장(더불어민주당, 안산5)의 비판은 그래서 더 구조적이다. 특별법도 만들었다. 추모의 날도 입법화했다. 국정감사에서 국고보조율 상향도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모든 ‘절차적 장치’는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행정과 정치의 본질은 예산 집행이 아니다. 국민적 상처와 공동체의 재건 앞에서 국가가 존재감을 갖지 못한 것은 정치적·행정적 구조 부재의 결과다.
416생명안전공원이 상징하는 것은 공간 그 자체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 정치가 스스로 만들어놓은 법과 제도의 실효성을 시험받고 있다는 징표다. 공적 기억을 민간에게 떠넘기는 정치, 법은 있으나 실행은 없는 행정, 국민적 책임과 연대의 부재. 이것이 오늘 한국 정치가 마주한 가장 오래된 부채다.
안산마음건강센터, 지역 치유 거버넌스 부재의 상징
더 뼈아픈 장면은 치유의 공간인 안산마음건강센터다.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유족, 안산 시민들의 회복을 위해 만들어진 이 공간은 아이러니하게도 안산시가 아닌 경기도가 운영하고 있다. 지역 거버넌스가 실종된 이유는 무엇인가. 경기도는 그나마 공공치유 시스템 구축을 위한 역할을 수행해왔지만, 치유 공간을 지방정부가 운영하지 않는 현실은 지속가능한 지원 체계로 이어질 수 없다는 구조적 문제를 내포한다.
이는 정치적 책임성과 행정적 연속성의 실패를 상징한다. 지역사회가 재난 치유와 회복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대원칙조차 무너진 한국적 재난 대응 거버넌스의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정치가 잊은 것은 꽃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습니다.” 강태형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추모의 문장이 아니다. 이것은 정치가 회피한 국가 책임의 실체적 경고다. 한국 정치의 재난 대응 시스템은 법령과 제도에 머물러 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누가 주체가 되어 실행하는가’라는 질문이다. 공공적 기억을 정치가 소유하지 않을 때, 국가의 존재 이유는 흔들린다.
세월호 참사 이후 11년. 한국 정치는 다시 묻는다. 기억의 공간에 대한 국가 책임은 여전히 유보 상태다. 치유 공간을 운영하는 지자체의 책임성도 부재하다. 특별법은 있지만 정치적 실천은 보이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단순한 추모 의례가 아니다. 그것은 ‘국가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정치는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세월호 11주기는 한국 정치가 스스로에게 부채를 갚아야 할 시간이다. 생명과 안전을 지키겠다는 국가적 약속은 공간 하나 세우는 일에도 반드시 실천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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