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시뮬레이션한 감정의 무대… 디지털 예술은 무엇을 잃고 있는가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 미디어아트 설치 모습. 사진=KAIST 아트앤 테크놀로지 센터,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감정은 예술의 본질적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지금, 감정은 디지털 신호로 측정되고, 알고리즘에 의해 구조화되며, 이미지와 사운드로 재배치된다.〈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은 이 전환의 최전선에 위치한 작업이었다. 프로젝트는 지드래곤의 홍채 데이터를 AI가 재구성한 이미지와, 감정을 연상시키는 사운드 디자인, 그리고 위성 송출이라는 기술적 퍼포먼스를 결합해, 감정의 ‘시각화된 구조’를 구성했다.

표면은 예술을 띠었지만, 실질은 감정의 연출 방식에 대한 전시였다. 이 프로젝트는 오늘날 디지털 예술이 감정을 어떻게 기호화하고, 어떻게 소비 가능한 구조로 전환하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데이터로 분해된 감정, 이미지로 환원된 감성

지드래곤의 홍채는 감정의 심층을 상징하는 장치로 선택됐다. 그러나 그 선택은 상징적 의미에 머물지 않았다. 홍채 데이터는 KAIST TX랩의 생체정보 알고리즘에 의해 디지털 신호로 분석됐고, 생성형 AI는 그 신호를 바탕으로 시각적 형상들을 만들어냈다. 이 이미지들은 위성 안테나 위에 투사되었고, 관객은 그 장면을 감정의 형상처럼 받아들이도록 유도됐다.

여기서 감정은 더 이상 인간 내부의 체험이 아니다. 감정은 추출되고, 가공되고, 설계되어 외부에 재배치되는 정보 구조다. 음악 또한 감정을 직접적으로 유도하는 매개가 아니라, 사전에 설계된 정서적 코드의 일부로 기능한다. 감정은 이중적으로 ‘환유’되고, 그 환유는 기술적으로 연출된다.

생체정보는 감정을 대신하지 못한다

예술이 감정을 다룬다는 말은 오래된 진실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에서 감정은 더 이상 표현의 대상이 아니다. 대체 가능한 데이터이고, 기술적 변환이 가능한 객체다. 뇌파는 정서 반응의 지표로 전용되고, 홍채는 이미지 생성의 출발점이 된다. 이 모든 신호는 감정의 ‘효과’를 목표로 작동하지만, 감정의 본질에 접근하지는 않는다.

생체정보가 감정의 언어를 대신할 수 있다는 믿음은, 감정의 실제성과 이미지의 시뮬레이션 사이의 간극을 모호하게 만든다. 관객이 감동받는 것은 감정 그 자체가 아니라, 감정처럼 조율된 장면에 불과하다. 감동은 자율적 반응이 아니라, 시스템이 유도한 반사적 반응으로 전락한다.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 미디어아트 설치 모습. 사진=KAIST 아트앤 테크놀로지 센터,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디지털 예술은 감정을 연출하고, 감성은 자산으로 재편된다

〈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은 AI, 음악, 위성기술, 브랜드, 상징, 국가기관이라는 서로 이질적인 영역들이 하나의 무대 위에 공존하는 구조였다. 이 구조에서 감정은 창작의 기폭제가 아니라, 기획된 정서의 분배 단위였다. 지드래곤이라는 인물은 감정의 생산자가 아니라, 감정의 기호로 작동했고, 그의 존재는 프로젝트 전체의 정서적 이미지에 부여된 ‘인장’이었다.

KAIST는 기술적 정당성을 제공했고, K-POP은 정서적 친밀감을 덧입혔다. NASA와 SETI의 명분은 상징적 권위를 더했고, 위성 송출이라는 퍼포먼스는 프로젝트의 무게감을 확장했다. 감정은 그 모든 조합 안에서 설계됐고, 예술은 감정의 연출이라는 역할을 담당하게 되었다.

감정의 본질은 기술의 구조로부터 밀려났다

이 프로젝트는 감정의 시뮬레이션이 예술의 구조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는지를 보여준 분기점이었다. 그러나 예술이 감정을 소외시키는 방식이기도 했다. 감정은 이미지가 되었고, 감성은 구조 안에 배치되었으며, 예술은 그 구조를 유지하는 장치로 기능했다.

디지털 예술은 이제 감정을 해석하지 않는다. 대신 감정처럼 보이는 장면을 제작하고, 그 장면을 통해 반응을 유도한다. 감정은 설계된다. 그리고 그 설계는 플랫폼에서 유통되고, 감동은 소비된다.

예술이 감정과 분리된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대에, 감정은 더 이상 예술의 중심 언어로 기능하지 않는다.〈굿모닝 미스터 지드래곤〉은 감정을 기술적으로 흉내내는 현재의 구조를 압축해 보여주며, 예술이 감정을 해석하는 주체가 아니라 시스템 내에서 감정을 조정하는 장치로 편입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감정은 표현의 대상이 아니라, 설계 가능한 구성 요소가 되었고, 예술은 그 설계를 정당화하는 역할로 전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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