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4DPLEX와 AMC의 기술 특별관 확장, 중국·베트남 로컬 콘텐츠 전략 성공… 국내는 구조 개편 없인 반등 어려워
영화관은 더 이상 ‘장소’가 아니다… CJ CGV, 기술·콘텐츠·플랫폼 통합의 산업 재편 신호탄

CJ 4DPLEX는 2024년 7월 현재 전 세계 75개국에서 ScreenX 407개관, 4DX 792개관을 운영 중이며, 이를 통해 매년 글로벌 박스오피스에서 꾸준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사진= CJ CGV,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술 특별관의 경제학.  사진= CJ CGV,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2025년 1분기, CJ CGV는 연결 기준으로 영업이익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표면적으로는 전 세계적으로 회복된 관람 수요와 기대작의 개봉 시기 효과 덕분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이 읽힌다.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기록적 수익, CJ 4DPLEX와 AMC의 전략적 협업, 그리고 CJ올리브네트웍스의 사업 확장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전통적 상영산업은 이제 더 이상 ‘스크린’만으로 관객을 붙들 수 없으며, 기술·콘텐츠·물류가 통합된 하이브리드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기술 특별관의 경제학: 감각 소비가 주도하는 영화 산업의 다음 장

CJ 4DPLEX가 세계 최대 극장 체인 AMC와 체결한 전략적 협업은 극장 산업이 공간 중심의 단일 경험에서 탈피해, 감각 중심의 복합적 콘텐츠 소비 플랫폼으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65개관을 추가로 설치하는 계약이 아니다. 이번 계약은 미국과 유럽의 중심도시에 SCREENX와 4DX를 동시에 투입함으로써, 기존 영화 소비의 시간·공간·감각 구조를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SCREENX는 관람자에게 270도 시야를 제공하며, 4DX는 촉각과 후각 등 비시각적 감각 자극을 통해 몰입을 유도한다. 이 기술들은 단지 기술력이 아니라 감정경제의 물리적 구현체다. 관객은 더 이상 서사에만 반응하지 않는다. 감각적 몰입, 물리적 경험, 공감각적 동조가 영화 선택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는 구조가 정착되고 있다.

AMC는 연간 2억 명 이상의 관람객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극장 체인이다. 이들과의 협업은 CJ 4DPLEX가 단순히 기술 수출을 넘어, 글로벌 감각 플랫폼 기업으로 재정의되는 상징적 전환이다. CJ CGV가 이제 기술 회사이자 경험 설계자로서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딩' 내한 프레스 컨퍼러스에 배우 톰크루즈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딩' 내한 프레스 컨퍼러스에 배우 톰크루즈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중국·베트남, 로컬 콘텐츠와 '문화 접속성'의 성공 모델

중국과 베트남에서의 수익 구조는, 단순한 회복이 아니라 ‘문화 접속성’ 전략이 현실화된 결과다. CJ CGV는 더 이상 단순 상영관 운영자가 아니다. 콘텐츠 기획, 편성, 배급, 마케팅의 전 과정에 개입하며, 현지의 감수성과 리듬을 읽어내는 복합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너자2’, ‘당탐1900’, ‘봉신: 전화전기’ 등 춘절 시즌을 겨냥한 현지 대작 라인업이 관객을 압도했다. 베트남은 코미디 장르의 효율성과 설 시즌을 맞춘 배급 타이밍 전략으로, 2년 연속 역대 최대 분기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이 두 시장 모두 공통적으로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아닌 ‘현지 밀착 콘텐츠’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단지 영화를 ‘틀어주는’ 구조가 아닌, 영화를 ‘기획하고 설계하는’ 극장 플랫폼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CJ CGV는 문화산업의 후방에 있던 영화관을 전방 산업의 거점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로컬 콘텐츠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국내 시장, 신작 부재 아닌 구조 부재

CJ CGV가 국내 시장에서 1,283억 원의 매출과 31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원인은 단순한 신작 부재가 아니다. 문제는 훨씬 더 깊은 층위에서 나타나고 있다. 콘텐츠 공급의 단일화, 대형 배급사 중심의 상영 편성, 플랫폼 다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관람 경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국내 시장은 구조적 회복 없이 CJ CGV가 장기적 수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가장 취약한 지점이다. 단순히 만성 적자 지점을 정리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CJ CGV가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기반 관람 경험을 ‘대중화’하는 전략을 수립하거나, 아예 극장을 ‘콘텐츠 복합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과감한 사업 재편이 필요하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리테일 테크, 스마트 물류와의 융합은 이 전환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극장을 물리적 공간에서 디지털 기반의 콘텐츠 유통 허브로 재구성하려는 시도, 즉 상영 공간을 ‘거점 콘텐츠 네트워크’로 탈바꿈시키는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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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 소비가 주도하는 영화 산업.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화관이 아닌 ‘콘텐츠 운영 시스템’으로의 귀결

CJ CGV의 2025년 전략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사업모델에서 벗어나, 콘텐츠의 ‘플랫폼 운영자’로 거듭나려는 과감한 시도다. 기술력과 감각 콘텐츠, 로컬화된 감정자본의 결합이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든다. 이는 이제 극장이 ‘장소’가 아니라 ‘시스템’이라는 선언에 가깝다.

국내 극장 산업이 구조적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객 수 감소를 단기 실적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국 콘텐츠 소비자는 이제 이야기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감정’을 소비하는 존재이며, 이를 위해서는 스크린의 변화를 넘어 전체 플랫폼 설계의 혁신이 필수적이다.

CJ CGV의 선택은 산업의 진화다. 영화 상영업이라는 전통적 개념이 유효한가에 대한 질문에, CJ CGV는 기술–로컬–융합이라는 새로운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그 대답이 한국 극장 산업 전체의 방향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아니면 CJ CGV만의 독주로 남을지는, 지금부터가 진정한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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