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홍콩·마카오 콘서트 산업의 구조 전환과 K-콘텐츠의 전략적 진출
[KtN 전성진기자] 2024년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는 콘서트를 문화산업의 한 갈래가 아닌, 도시 정책과 소비 구조를 재편하는 산업 핵심축으로 편입시켰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이들 지역을 단순한 공연 수출의 시장으로 바라보는 인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도시의 경제와 문화, 기술이 집약된 이들 공연장은 콘텐츠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공간이 되었다.
공연장은 인프라와 결합된 도시 자산이다
중국 대륙에서 2024년 한 해 동안 개최된 대형 상업공연은 총 2만700회를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3,651만 명, 총 티켓 매출은 296억 위안을 돌파했다. 공연이 도시경제의 직접적인 소비 유발 요인으로 작동하는 구조가 제도권 안에서 고도화되고 있음을 수치가 명확히 보여준다.
상하이와 항저우, 쑤저우를 포함한 장강삼각주 지역은 공연 티켓 매출의 31.4%를 점유하고 있으며, 타이위안 등 신흥 도시도 콘서트 산업의 중심 무대로 빠르게 부상하고 있다.
홍콩은 공연 산업을 단순한 문화 영역이 아니라 국가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카이탁 스포츠파크 개장과 함께 대형 국제 공연 유치는 관광산업, 유통업, 운송서비스, 도심 브랜딩을 동시에 견인하는 복합산업화 경로로 작동하고 있다. 2024년 콜드플레이 공연은 20만 명 이상의 글로벌 팬을 현지에 유입시키며 ‘아시아 이벤트 중심지’라는 홍콩의 자의식을 실현한 상징적 사례로 남았다.
마카오는 통합형 리조트 안에서 공연, 숙박, 카지노, 쇼핑이 집약된 엔터테인먼트 복합 모델을 구축해왔다. 갤럭시 아레나와 베네시안 아레나는 1만 명 이상을 수용하는 공연 인프라로 기능하고 있으며, 마카오 정부는 여기에 5만 석 규모의 야외 공연장을 추가 구축했다. 그러나 공연장 개장 직후 운영이 중단되며, 물리적 시설만으로 산업 기반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냈다.
티켓 구매 행위는 소비 생태의 단면이다
2024년 기준 중국의 대형 콘서트 관객 구성은 여전히 20~30대 여성이 중심이지만, 35세 이상 중장년층 비율이 21.6%로 상승했고, 청소년 관객층도 3.6%까지 확대되었다. 세대 간 분산은 콘서트를 특정 팬덤 중심의 장르 소비에서 보편적 문화 소비로 이동시키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다오랑의 순회 콘서트에서는 50세 이상 관객이 44.5%를 차지했다. 발라드, 트로트 등 중장년 취향의 음악 콘텐츠가 공연 시장에서 독립된 수요군을 형성하고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이다.
티켓 구매 채널은 다마이(大麦), 마오옌(猫眼) 등 플랫폼을 넘어, 아티스트 공식 홈페이지와 팬 커뮤니티 기반의 공동 구매까지 확장되었다. 티켓 구매가 정보 접근성과 팬 소통의 결과물로 작동하는 현재의 구조에서, 콘텐츠 기업의 관건은 유통보다 관계이다.
콘서트와 관광은 분리 불가능한 복합경제다
홍콩과 마카오는 공연을 중심으로 관광·숙박·쇼핑을 통합한 소비 구조를 제도화하고 있다. 콘서트 당일 호텔 패키지, 교통 연계 할인, 쇼핑몰 제휴 혜택 등은 공연 산업이 단순 문화소비를 넘어 지역경제 전반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임을 보여준다.
2024년 기준 홍콩에서는 29회의 K팝 공연이, 마카오에서는 15회의 K팝 콘서트가 개최되었다. NCT127, 제이홉, 백현, 태연, 드림캐쳐 등 주요 K팝 아티스트들은 이 두 도시에서 집중적인 공연 일정을 소화하며, 현지 팬덤과 관광 소비를 동시에 공략했다.
공연 후 숙박률 증가, 식음료 매출 증대, 쇼핑 유입률 상승은 공연이 단지 무대 위의 일이 아님을 명확히 증명한다. 콘서트는 도시경제의 열쇠이다.
K-콘텐츠 기업에게 주어지는 전략적 요청
중국 내 공연 산업은 1선 도시 중심에서 2선, 3선 도시로 확산되고 있다. 항저우, 시안, 우한, 정저우는 새로운 공연 클러스터로 부상하고 있으며, 현지 정부는 공연 승인과 보조금 지급을 병행해 지역 내 콘텐츠 유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콘텐츠 기업에게 ‘다핵 투어’ 전략을 요구한다. 공연의 지리적 분산은 리스크의 분산이자, 잠재 수요의 발굴이 된다.
중장년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발라드, 트로트 중심의 공연 기획도 시급하다. 단일 연령층 중심의 소비 구조는 중국 시장 내 구조 다변화에 역행할 수 있다.
또한, 온라인 공연과 버추얼 콘서트는 실시간 소통형 콘텐츠로서 오프라인 공연을 보완하고 있다. 2024년에는 총 4,061건의 온라인 공연이 진행되었고, 누적 관객 수는 67억 명을 초과했다. 하츠네 미쿠, A-SOUL 등 버추얼 아이돌 중심의 공연은 대규모 현장 팬덤을 형성하며 새로운 시장 지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의 콘텐츠 기술 기업은 이 흐름에 아직 제대로 편입하지 못했다. 공연 IP와 기술이 결합된 콘텐츠 모델이 없다면, K팝은 무대 밖에서 조용히 밀려날 수 있다.
공연 산업은 문화경제의 가장 집약적인 장르이다
공연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다. 공연은 도시 인프라의 활용 방식이며, 관객 세그먼트의 변화 지표이고, 관광과 소비를 통합하는 복합산업 구조의 정점이다.
중국·홍콩·마카오는 이 공연 산업을 통해 도시 브랜딩, 경제 재건, 산업 다변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은 이제 이들 지역을 ‘시장’이 아닌 ‘무대’로 접근해야 한다. 무대란 곧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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