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트를 바꾼 주인공들

아이브, 일본 정규 컴백 ‘비 올라잇’ 발매…11개월 만에 다시 울린 열도 팬심  사진=2025 07.30 스타쉽엔터테인먼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이브, 일본 정규 컴백 ‘비 올라잇’ 발매…11개월 만에 다시 울린 열도 팬심  사진=2025 07.30 스타쉽엔터테인먼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2025년 8월, 아이돌 브랜드 평판 차트 상위권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었다. 아이브·뉴진스·르세라핌·(여자)아이들 등 여성 그룹이 압도적으로 포진해 있었다는 점이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방탄소년단(BTS), 엑소, 세븐틴 같은 남성 그룹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여성 그룹의 다층적 부상이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중심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이 변화는 단순히 ‘세대 교체’로 설명되지 않는다. 여성 그룹의 부상 뒤에는 디지털 플랫폼 소비 방식, 글로벌 팬덤의 재편, 그리고 사회문화적 가치관의 변화가 맞물려 있다. 동시에, 남성 그룹은 이 변화 속에서 새로운 전략적 길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여성 그룹, 브랜드 파워의 전면에 서다

▶아이브: ‘완성형 아이돌’의 재현
아이브는 데뷔 직후부터 대형 기획사의 정교한 전략과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로 빠른 브랜드 지수 상승을 이뤘다. 2025년 8월 조사에서는 전월 대비 35.87% 상승, 차트 상위권에 안착했다.
이들의 강점은 ‘완성된 그룹’으로 데뷔하는 전략에 있다. 데뷔 직후부터 무대와 곡, 스타일링까지 ‘완결성’을 보여주며, 팬덤의 충성도를 빠르게 확보한 것이다.

▶뉴진스: 밈(meme)과 일상 속 침투
뉴진스는 음악을 넘어 밈과 생활문화로 확산되는 그룹이다. 그들의 노래는 틱톡과 유튜브 쇼츠에서 무한히 재생산되며, 소비자들은 ‘음악을 듣는다’기보다 ‘생활 속에서 접속한다’. 이는 브랜드 지수에서 장기적 파급력을 가진다. 단순한 컴백 사이클이 아니라, 일상과 함께 지속되는 콘텐츠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르세라핌·(여자)아이들: 내러티브 중심의 그룹들
르세라핌은 자기 서사(自己敍事)를 통해 차별화된다. ‘역경을 극복하고 성장한다’는 서사가 글로벌 팬덤에 강하게 호소한다.

(여자)아이들은 스스로 곡을 만들고 콘셉트를 기획하며, ‘창작형 아이돌’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한다. 이는 여성 그룹이 단순히 퍼포머가 아닌 크리에이터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BTS 진. 주얼리 메종 프레드(FRED)의 '무슈 프레드 아이디얼 라이트(Monsieur Fred Ideal Light)' 컬렉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BTS 진. 주얼리 메종 프레드(FRED)의 '무슈 프레드 아이디얼 라이트(Monsieur Fred Ideal Light)' 컬렉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남성 그룹, 흔들리는 왕좌

여성 그룹의 부상은 곧 남성 그룹이 차지했던 주도권의 변화를 뜻한다. BTS의 글로벌 독주 이후, 남성 그룹들은 ‘포스트 BTS’의 전략을 찾지 못한 채 과도기를 겪고 있다.

▶입대와 공백의 문제
대부분의 남성 그룹은 군 복무라는 구조적 공백을 피할 수 없다. 이는 그룹 활동의 연속성을 끊어버리며, 팬덤의 관심이 여성 그룹으로 이동하는 계기가 된다.

▶시장 포화와 차별성 부족
남성 그룹은 여전히 강력한 퍼포먼스와 팬덤 기반을 가지고 있지만, 서사와 음악적 차별성이 약화되는 문제에 직면했다. BTS 이후 글로벌 시장은 단순한 퍼포먼스를 넘어, ‘스토리텔링과 개성’을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 소비 패턴의 불리함
여성 그룹의 곡은 짧고 직관적인 멜로디로 틱톡·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 최적화되어 있다. 반면, 남성 그룹은 복잡한 구조의 곡과 퍼포먼스 중심 콘텐츠로, SNS 확산성에서 불리하다.

여성 그룹의 부상을 가능케 한 사회문화적 배경

여성 그룹의 급부상은 단순히 음악적 특성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맥락과 깊이 연결된다.

▶여성 주체성의 강화
2020년대 이후 한국 사회에서 여성의 주체적 목소리가 커졌다. 이는 여성 그룹의 가사, 콘셉트, 메시지에도 반영된다. 팬덤은 단순히 ‘귀여움’이나 ‘비주얼’이 아니라, 주체적 여성상에 매혹된다.

▶글로벌 젠더 감수성
세계적으로 성평등 담론이 확산되면서, 여성 아티스트의 자기 표현은 글로벌 팬덤에게 큰 공감대를 형성한다. (여자)아이들의 자기 프로듀싱, 르세라핌의 성장 서사가 대표적이다.

▶멀티 페르소나 소비
Z세대는 한 아티스트를 단일 정체성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들은 아이돌의 음악·패션·밈·개인 콘텐츠를 각각의 ‘페르소나’로 즐긴다. 여성 그룹은 이러한 다층적 소비 구조에 특히 잘 맞는다.

남성 그룹의 새로운 전략적 전환

남성 그룹은 이제 단순한 퍼포먼스 경쟁이 아니라, 브랜드 내러티브와 콘텐츠 다변화로 전략을 바꿔야 한다.

▶스토리텔링 강화
단순히 강렬한 무대가 아니라, 팬덤이 감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는 서사적 장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BTS가 개인 성장 스토리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듯, 남성 그룹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숏폼·밈 전략 도입
긴 곡과 무대 중심 전략은 한계가 있다. 일부 남성 그룹은 이미 숏폼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며, 10~20초 안에 매력을 전달하는 실험을 시작했다. 이는 여성 그룹의 성공 방식을 적극 차용하는 과정이다.

▶팬덤 다변화 전략
남성 그룹의 팬덤은 상대적으로 ‘단일화’되어 있다. 그러나 여성 그룹처럼 일상적이고 가벼운 접근 방식을 통해, **라이트 팬덤(가벼운 참여층)**을 포섭할 필요가 있다.

[K POP NOW] 르세라핌, 日 싱글 ‘디퍼런트’ 발매 첫날 오리콘 1위…열도 정조준 사진=2025 06.25  소스뮤직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 POP NOW] 르세라핌, 日 싱글 ‘디퍼런트’ 발매 첫날 오리콘 1위…열도 정조준 사진=2025 06.25  소스뮤직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구조 변화의 의미

여성 그룹의 부상은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꾼다.

▶광고·브랜드 시장의 변화
여성 그룹은 화장품, 패션, F&B 등 소비재 광고에서 압도적 선호를 얻는다. 글로벌 브랜드는 여성 그룹을 통해 Z세대와 연결된다. 이는 엔터 산업 수익 구조가 공연 중심에서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됨을 의미한다.

▶해외 시장에서의 분화
남성 그룹은 여전히 일본·중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다. 반면 여성 그룹은 북미·유럽의 디지털 플랫폼에서 폭발력을 가진다. 이는 곧 K-팝이 지역별 이중 구조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험 분산 효과
과거에는 남성 그룹에 지나치게 집중된 산업 구조가 불안 요소였다. 그러나 여성 그룹의 약진은 산업 리스크를 분산시키며, K-팝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균형의 시대

여성 그룹의 부상과 남성 그룹의 전략 변화는, K-팝이 이제 균형의 시대에 접어들었음을 알린다. 과거 남성 그룹이 산업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여성 그룹이 그 무게 중심을 나누어 갖는다. 이는 단순한 ‘여성의 약진’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성숙이다.

여성 그룹은 새로운 서사와 플랫폼 전략으로 확장성을 확보했고,

남성 그룹은 변화를 수용하며 새로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K-팝은 특정 성별의 독주가 아닌, 다양한 서사와 정체성이 공존하는 복합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