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 석 돔구장 논쟁이 드러낸 K-컬처의 현재
팬덤·관광·수출을 수용할 공간의 문제
문화 강국이 피할 수 없는 하드웨어 과제

문체부가 돔구장을 장기 과제로 언급한 배경에는 대형 공연 생태계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수용 인프라 필요성이 깔려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체부가 돔구장을 장기 과제로 언급한 배경에는 대형 공연 생태계를 뒷받침할 국가 차원의 수용 인프라 필요성이 깔려 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문화체육관광부의 2026년 업무보고에서 공연 인프라는 부차적 항목처럼 보인다. 예산 규모나 산업 전략에 비해 분량도 크지 않다. 그러나 보고서 곳곳에 흩어진 인프라 언급을 하나로 묶으면 메시지는 분명해진다. K-컬처는 이미 세계적 수요를 만들었지만, 그 수요를 온전히 받아낼 공간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5만 석 규모 돔구장 논의는 이 지점에서 등장한다. 이 사안은 단순한 시설 확충 문제가 아니다. K-팝과 대형 공연이 산업으로 자리 잡았는지, 아니면 여전히 이벤트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를 가르는 기준선에 가깝다. 문체부가 돔구장을 문화 정책의 장기 과제로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한국의 공연 인프라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대형 스타디움은 제한적이고, 공연에 적합한 시설은 더 적다. 잔디 훼손, 소음, 안전 문제는 반복된다. 글로벌 투어가 가능한 아티스트가 늘었지만, 국내에서 같은 규모의 공연을 소화하기는 쉽지 않다. 이는 산업의 성장 속도와 인프라의 축적 속도가 엇갈리고 있다는 신호다.

일본과의 비교는 이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일본은 이미 복수의 5만 석급 돔 공연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연과 스포츠를 병행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고, 지역별로 수요를 분산시키는 체계도 구축했다. 그 결과 대형 투어는 안정적으로 반복된다. 팬덤은 이동하고, 체류하며, 소비한다. 공연장은 단순한 무대가 아니라 지역 경제를 움직이는 장치로 작동한다.

반면 한국은 콘텐츠 경쟁력에 비해 수용 능력이 부족하다. 팬덤은 존재하지만, 체류를 유도할 공간이 제한적이다. 공연 하나를 보기 위해 입국한 관객이 당일 이동으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된다. 관광과 소비로 이어져야 할 흐름이 중간에서 끊긴다. 인프라는 발목을 잡는 요소가 아니라, 아직 채워지지 않은 기준이다.

문체부 최휘영 장관이 공연 인프라를 관광 정책과 함께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연은 단독 산업이 아니다. 팬덤 관광, 지역 소비, 숙박과 교통을 함께 움직인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체부 최휘영 장관이 공연 인프라를 관광 정책과 함께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연은 단독 산업이 아니다. 팬덤 관광, 지역 소비, 숙박과 교통을 함께 움직인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K trendy NEWS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체부가 공연 인프라를 관광 정책과 함께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공연은 단독 산업이 아니다. 팬덤 관광, 지역 소비, 숙박과 교통을 함께 움직인다. 그러나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전제는 공간이다. 충분한 규모와 안전, 접근성을 갖춘 시설 없이는 고부가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물론 인프라 확충에는 부담이 따른다. 막대한 재정, 장기 사업, 지역 갈등이 뒤따른다. 문체부가 돔구장 건설을 단기간 과제가 아닌 중장기 검토 대상으로 설정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무작정 늘리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수요 분석, 지역 분산, 민간 자본 참여 등 복합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방향이다. 문체부는 인프라를 성과로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조건으로 다뤘다. 문화산업이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반으로 설정했다. 콘텐츠만으로는 산업이 완성되지 않는다는 인식이다.

이 판단은 앞선 정책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팬덤을 시장으로 규정하고, 관광을 질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은 결국 수용 공간 문제로 귀결된다. 아무리 콘텐츠가 강해도, 경험을 담을 그릇이 부족하면 확장은 멈춘다. 하드웨어는 소프트파워의 그림자가 아니라, 실체다.

K-컬처는 이미 세계 무대에 올랐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 무대를 국내에 얼마나 제대로 마련할 수 있는가다. 돔구장 논쟁은 문화 정책의 부속 이슈가 아니다. 문화 강국으로 갈 것인지, 콘텐츠 강국에 머물 것인지를 가르는 시험대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