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을 거부한 건축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KtN 임우경기자]이태원 플래그십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은 ‘조용하다’는 말이다. 규모는 크지만 요란하지 않고, 재료는 거칠지만 과시적이지 않다. 이 선택은 우연이 아니다. 우영미 이태원 플래그십의 건축 언어는 의도적으로 속도를 낮추고, 장식을 지운다. 옷보다 앞서지 않겠다는 태도, 동시에 브랜드가 놓인 단계에 걸맞은 절제의 전략이다.

이 건축을 설계한 곳은 Stocker Lee Architetti다. 경사 지형과 곡선형 대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방식, 장식 대신 재료의 질감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접근은 이 스튜디오의 일관된 태도에 가깝다. 이태원 플래그십에서도 같은 원칙이 작동한다. 형태를 드러내기보다, 재료와 빛의 관계를 앞세웠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외벽 하부를 감싸는 노출 콘크리트다. OSB 거푸집을 사용해 표면에 나무 결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매끈한 마감 대신 거친 질감을 선택했다. 이 콘크리트는 산업적 차가움보다 섬유적 인상을 남긴다. 직물의 결처럼 반복되는 무늬는 우영미의 테일러링을 은근하게 연상시킨다. 옷을 직접적으로 닮으려 하지 않으면서, 제작의 흔적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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