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69년, 인간 안성기…선함은 작품 너머에 있었다
금관문화훈장 추서…국민배우 안성기의 마지막 장면
[KtN 신미희기자] 국민배우 안성기의 별세에 영화계를 넘어 정치·종교·문화 전반에서 애도의 목소리가 이어지며, 그의 연기와 삶이 남긴 품격을 되새기고 있다.
故 안성기가 세상을 떠났다. 연기 인생 69년, 작품의 무게만큼 삶의 태도로 기억되는 배우였다. 별세 소식이 전해진 5일 이후 영화계를 넘어 정치계와 종교계, 문화 전반에서 추모 메시지가 잇따랐다. 고인을 향한 기억은 연기의 성취를 넘어 ‘사람 안성기’에 모였다.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영화인들의 애도가 먼저 이어졌다. 배창호 감독은 한 언론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 영화계를 위해 할 일이 많았는데 일찍 떠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배 감독의 연출작 가운데 ‘꼬방동네 사람들’(1982), ‘고래사냥’(1984), ‘기쁜 우리 젊은 날’(1987)은 안성기의 대표작으로 남았다. “함께한 작품들에 감사했고, 관객과 오래 기억하겠다”는 말에는 동료로서의 신뢰가 담겼다.
임권택 감독은 “현장에서 늘 편안했고, 연기자로서 불안함이 없던 배우”라고 회고했다. 이장호 감독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인간적 품성을 떠올렸다. 고인이 공개하지 않았던 시나리오를 직접 쓰곤 했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배우로서의 충실함을 넘어 영화에 대한 예술적 감각을 지녔다는 증언이다.
후배들의 애도는 길게 이어졌다. “연기인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존경받는 선배였다”는 말이 반복됐다. 작품에서 쌓은 명성과 현장에서 쌓은 신뢰가 분리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음악계와 문학계에서도 기억을 보탰다. 조용필은 “아주 좋은 친구였다”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고, 김수철은 “인간미가 깊은 큰 어른”이라 했다. 임진모 평론가는 “한국 영화 산업의 도약을 끌어낸 상징적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소설가 김홍신은 몸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촬영을 마다하지 않았던 태도를 전하며 “배우다운 삶”을 말했다.
종교계의 애도 역시 이어졌다. 정순택 대주교는 이웃과 약자를 향한 배려, 기부와 선행을 언급하며 삶의 진솔함을 기렸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국민에게는 인자한 미소의 배우였고, 전 세계 어린이에게는 희망의 버팀목”이라며 오랜 헌신을 되짚었다.
정부는 대중문화예술 최고 훈장인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세대를 아우른 연기와 산업적 도약에 대한 기여를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겸손과 품격을 보여준 삶에 경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문화의 성장과 함께한 배우로서의 의미를 강조했다.
빈소는 서울 성모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동료 배우들이 빈소를 지키며 마지막 길을 준비했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지며, 발인은 9일 오전 6시다. 장지는 양평 별그리다에 마련된다.
안성기는 작품으로 기억되지만, 삶으로 남았다. 화려함보다 절제를 택했고, 경쟁보다 품격을 보여줬다. 그 선택이 쌓여 한국 영화의 신뢰가 됐다. 산업이 커질수록 인물의 태도가 더 중요해지는 시대, 안성기가 남긴 선함은 여전히 기준으로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