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력 향상비 27.7% 감액의 본질: 재정 평가 ‘미흡’에 따른 행정 혁신
- 654억 원 증액된 전체 예산… ‘뭉칫돈’ 배분에서 ‘목적형 핀셋 지원’으로
- 아이치·나고야 2026 앞두고 ‘성적’ 넘어선 ‘스포츠 행정 현대화’ 시험대
[KtN 임우경기자] 2026년 9월 19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본 아이치현·나고야시에서 열리는 ‘제20회 아시아경기대회 아이치·나고야 2026(20th Asian Games Aichi-Nagoya 2026)’을 앞두고, 대한민국 체육계가 ‘예산 구조’부터 다시 짜는 근본적인 전환점에 섰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의 ‘경기력 향상비’를 27.7% 감액 조정하자 체육계 현장은 한때 “지원 축소”로 받아들이며 술렁였으나, 정책의 본류는 단순 삭감이 아닌 관성적 배분을 걷어내고 ‘선수·종목·성과’ 중심의 선택과 집중 체계로 옮겨가려는 구조적 결단에 가깝다. 특히 이번 예산 재편은 654억 원에 달하는 전체 교부액 증액분 속에서 목적형 ‘핀셋 지원’을 강화했다는 점에서, ‘아이치·나고야 2026’을 향한 성적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가대표 육성 방식과 성과관리 시스템 전반을 혁신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미흡’ 판정받은 향상비… 숫자가 말하는 냉정한 현실
이번 예산 조정의 직접적인 근거는 2025년 실시된 ‘재정사업 자율평가’ 결과다. 문체부의 설명에 따르면, 종목단체 및 지방체육회 지원 사업 중 경기력 향상비 항목이 ‘미흡’ 판정을 받으면서 22억 7천만 원(27.7%)이 삭감되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로부터 예산을 받아 종목단체에 배분하는 단일 창구 역할을 해 왔다. 그 과정에서 국회·감사원·언론에서 형평성 위주의 ‘N분의 1’ 배분, 선수 체감도가 낮은 집행 구조, 스포츠 과학·데이터 도입 지연 등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문체부는 “특정 기관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금이 투입된 만큼 성과를 요구하는 행정적 조치”라는 입장이다.
[표 1] 2026년 대한체육회 교부 예산 총괄 현황
| 구분 | 2025년 (A) | 2026년 (B) | 증감(B-A) | 증감률(%) |
| 교부 예산 총액 | 2,797억 원 | 3,451억 원 | +654억 원 | 23.4%↑ |
| 경기력 향상비 | 81.9억 원 | 59.2억 원 | -22.7억 원 | 27.7%↓ |
‘654억 증액’의 진실… ‘직접 지원’ 물길을 대거 넓히다
문체부는 전체 교부 예산을 2,797억 원에서 3,451억 원으로 653억 원(23.4%) 늘린 가운데, 자율성이 컸던 경기력 향상비 일부를 줄이는 대신 목적·대상이 명확한 사업으로 재배치했다. 이는 체육회를 ‘단일 뭉치예산 창구’로 두기보다, 체육회·종목단체를 통해서도 개별 사업으로 지원하는 구조 전환으로 읽힌다.
유망주 육성: 예비 국가대표 육성(30억 4천만 원, 신규), 아시안게임 유망주 특별지원(15억 원, 신규). 전략종목 육성: 81억 원, 전년 대비 31억 원 증액. 국제대회 참가지원: 145억 4천만 원, 전년 대비 29억 8천만 원 증액. 국가대표 훈련비: 275억 5천만 원, 전년과 동일. 이들 합산 591억 4천만 원은 전년 대비 68억 5천만 원 증가했다.
[표 2] 2026년 주요 경기력 지원 사업 세부 내역
| 사업명(항목) | 2026년 예산 | 주요 특징 및 기대 효과 |
| 국가대표 훈련비 | 275.5억 원 | 안정적인 기본 훈련 환경 보장 (전년 수준 유지) |
| 국제대회 참가지원 | 145.4억 원 | 전년 대비 29.8억 증액, 해외 실전 경험 극대화 |
| 전략종목 육성 | 81.0억 원 | 전년 대비 31억 증액, 메달 효율성 제고 |
| 예비 국가대표 육성 | 30.4억 원 | 신규 편성, 차세대 인재 풀(Pool) 강화 |
| AG 유망주 특별지원 | 15.0억 원 | 신규 편성, 나고야 아시안게임 타겟형 집중 지원 |
| 합계 | 591.4억 원 | 전년 대비 68.5억 원 순증 |
이는 정부가 체육 행정의 주도권을 ‘기구’ 중심에서 ‘사업과 성과’ 중심으로 옮기겠다는 강력한 신호다.
글로벌 벤치마킹: 일본의 ‘정밀함’과 영국의 ‘단호함’
이러한 변화는 스포츠 선진국들이 이미 거쳐 간 검증된 경로이기도 하다. 한국형 스포츠 예산 혁신이 나아갈 방향을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현장 지도자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훈련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는 행정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표 3] 글로벌 스포츠 행정 모델 비교
| 구분 | 일본형(JISS 모델) | 영국형(UK 스포츠) | 한국형(2026 전략) |
| 핵심기조 | 핀셋 지원 및 질적 고도화 | 성과 기반의 단호한 투자 | 하이브리드 혁신 (선택과 집중) |
| 주요 수단 | 데이터 분석, 부상 관리 | 'No Compromise' 원칙 | 목적형 예산 재편, 유망주 육성 |
| 장점 | 스포츠 과학의 실전 적용 | 재정 효율성 및 성적 극대화 |
안정적 기초 지원+전략적 투자 |
| 관리과제 | 행정 절차의 복잡성 | 저변 종목 소외 논란 | 거버넌스 갈등 및 비인기 종목 보호 |
4. 남겨진 과제: ‘현장과의 소통’과 ‘데이터의 공정성’
혁신적인 예산 재편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첫째, 행정적 피로도 해소다. 예산 항목이 세분화될수록 행정력이 부족한 중소 종목단체들은 서류 작업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둘째, 다면적 성과 지표의 수립이다. 메달 색깔이라는 단일 잣대만으로는 스포츠의 복지적 가치를 평가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상생의 거버넌스 회복이다. 정부와 체육회는 ‘선수 권익’이라는 공통의 목표 아래 협치 체계를 복원해야 한다.2026 나고야, ‘시스템의 승리’를 시험하다
2026년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은 한국 체육이 얼마나 선진화되었는지를 증명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문체부의 이번 예산 재편은 대한민국 스포츠가 ‘N분의 1’이라는 낡은 관성을 벗고 ‘글로벌 스탠다드’로 나아가는 성장통이다. 결국 예산의 진정한 주인은 행정 기구가 아니라, 매일 땀 흘리며 한계에 도전하는 선수들과 그들을 응원하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한편,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벨로드롬에서 열린 '2026 국가대표 훈련개시식'에 참석해 약 800여 명의 선수·지도자 앞에서 "밀라노 동계올림픽·나고야 아시안게임 등 중요한 국제대회에서 최고 경기력을 기대한다"며 "문체부는 선수 훈련 환경 조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