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확인보다 ‘손목 위 정체성’에 집중… 도구 너머 오브제로서의 가치 묻는다

[KtN 임우경기자]시계 시장은 오랫동안 시간을 정확히 읽는 ‘도구’와 역사와 희소성이 가격을 결정하는 ‘수집’의 영역으로 양분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두 영역 사이에서 기계식 시계를 자기표현의 수단으로 삼는 소비층이 두텁게 형성되고 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판독의 속도가 아니라 남들과 겹치지 않는 인상과 손목 위에서 완성되는 조형적 장면이다. 베다(Veda) ‘앵글스 기쉐’는 바로 이 지점에서 기계식 시계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다.

앵글스 기쉐의 구조는 처음부터 소비자를 선명하게 가른다. 바늘을 과감히 생략하고 24시간 디스크와 5분 단위 분 창을 배치한 설계, 37mm 팔각 케이스와 6.3mm의 얇은 두께는 독특함을 넘어 파격적이다. 이 사양을 마주한 대중의 반응은 “낯설고 우아하다”와 “읽기 불편하다”는 양극단으로 나뉜다. 그리고 바로 이 갈림길이 제품이 겨냥하는 타깃을 규정하는 핵심이 된다.

가장 먼저 반응하는 집단은 대형 브랜드의 전형성에서 탈피해 자신만의 취향을 증명하려는 소수 소비자다. 이들은 무조건적인 고가나 복잡 기능을 좇기보다, 손목 위에서 즉각적으로 구분되는 형태와 현실적인 가격대를 갖춘 독립 브랜드에 주목한다. 앵글스 기쉐는 원형 케이스와 삼침(3-hands) 구조라는 익숙한 드레스워치 문법을 완전히 비껴감으로써, 처음 독립 브랜드의 세계로 진입하려는 이들에게 ‘납득 가능한 낯섦’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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