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원단 사이의 여백에서 출발한 쿠튀르 유산의 현재형

Balenciaga Unveils Spring 2027 Exploring the Concept of "Unsized". 사진=Balenciag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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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인경기자]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Pierpaolo Piccioli)의 발렌시아가는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óbal Balenciaga)의 유산에서 출발한다. 2027 봄 컬렉션 ‘Unsized – A Lightness of Being’은 하우스의 쿠튀르 정체성을 다시 살피는 시즌으로 제시됐고, 몸을 창작의 출발점으로 삼는 원칙을 ‘언사이즈드’라는 개념으로 옮겼다. 옷은 몸에 맞춰 단단히 재단되기보다 몸 주변에 놓이고, 천 리본과 드레이프로 조정된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옷에서 중요한 요소는 몸을 조이는 구조만이 아니었다. 몸과 옷 사이에 남겨진 공간, 내부 장치 없이 형태를 세우는 천, 어깨와 허리선을 직접 압박하지 않으면서 완성되는 실루엣이 하우스의 역사적 자산으로 남아 있다. 피치올리는 발렌시아가 합류 이후 크리스토발의 작업에서 몸과 원단 사이의 공간, 내부 구조 없이 공기로 만들어지는 실루엣에 주목했다. 2027 봄 컬렉션은 이런 관심을 현재의 옷으로 옮기는 과정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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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롱코트는 몸의 선을 따라 붙지 않는다. 어깨에서 소매, 몸통으로 이어지는 부피는 착용자의 몸보다 넓게 세워지고, 긴 기장은 아래로 무게를 끌고 간다. 흰 로브형 아우터는 앞을 열어 몸을 드러내면서도 소매와 밑단을 크게 키워 몸 주변에 여백을 남긴다. 코쿤형 아우터, 드레이프 드레스, 바닥 가까이 내려오는 와이드 팬츠도 같은 방향에 놓인다.

크리스토발의 형태를 그대로 되풀이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피치올리는 쿠튀르의 구조를 데님, 테크웨어, 브라톱, 스웨트셋업, 스니커즈와 함께 놓는다. 흰 셔츠형 트레인은 청바지와 만나고, 드레이프 드레스는 거리의 옷과 가까운 신발·가방과 함께 배치된다. 쿠튀르의 유산을 박물관 안에 남겨두기보다, 현재 소비자가 입는 옷의 범주 안으로 끌어오는 시도다.

Balenciaga Unveils Spring 2027 Exploring the Concept of "Unsized". 사진=Balenciag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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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옷으로 옮긴다는 말이 곧바로 자연스러운 착용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롱코트와 와이드 팬츠, 긴 트레인, 풍성한 소매는 룩북에서 강한 인상을 만들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움직임과 관리 방식이 변수로 남는다. 크리스토발의 유산이 몸을 해방하는 방향으로 읽히더라도, 2027 봄 컬렉션의 일부 룩은 착용자에게 실루엣을 감당하도록 요구한다.

피치올리의 장점은 색과 드레이프, 쿠튀르적 장식에서 비교적 빨리 드러난다. 보라 시스루 드레스, 핫핑크 후드 아우터, 파우더 블루 백, 연핑크 미니 백은 발렌시아가의 차갑고 큰 실루엣 안에 피치올리식 색감을 넣는다. 색은 컬렉션 전체를 부드럽게 덮지 않는다. 블랙, 화이트, 그레이, 브라운, 데님 블루가 중심을 잡고, 보라와 핑크 계열은 특정 룩과 가방에서 제한적으로 힘을 받는다.

Balenciaga Unveils Spring 2027 Exploring the Concept of "Unsized". 사진=Balenciag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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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가 2027 봄 시즌에 강조한 가벼움도 크리스토발의 공간 감각과 연결된다. 몸에 붙는 구조보다 몸 주변에 공기를 두는 방식은 시각적으로 커 보이지만, 실제 착용에서는 무게를 줄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발렌시아가는 페더웨이트 테크노 태피터, 더블 캐시미어, 키드 모헤어, 포플린, 여러 워싱의 데님을 제시했고, 일부 다층 착장을 1kg 미만으로 설명했다. 부피와 무게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일이 컬렉션의 설득력을 가르는 조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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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나(Demna) 시기의 발렌시아가는 거리의 과장, 로고, 낡은 현실감, 풍자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피치올리의 발렌시아가는 후드, 데님, 스니커즈, 큰 가방, 기능복의 표면을 남기면서도 강도와 배치를 바꾼다. 충격적인 이미지보다 몸과 옷 사이의 여백, 천의 흐름, 쿠튀르의 잔여감을 더 앞쪽에 둔다.

Balenciaga Unveils Spring 2027 Exploring the Concept of "Unsized". 사진=Balenciag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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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의 유산은 피치올리에게 안전한 출발점이면서 부담이기도 하다. 하우스의 역사에 기대면 발렌시아가다운 명분을 얻을 수 있지만, 아카이브를 지나치게 의식하면 현재의 옷이 과거 해설처럼 보일 수 있다. 2027 봄 컬렉션은 두 방향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 한다. 일부 룩은 몸과 옷 사이의 거리감을 설득력 있게 만들고, 일부 룩은 여전히 개념이 앞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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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시아가 2027 봄 컬렉션에서 피치올리는 크리스토발의 옷을 그대로 되풀이하지 않는다. 몸과 천 사이에 남은 공기, 내부 구조 없이 세워지는 부피, 여백으로 만드는 실루엣을 데님과 테크웨어, 가방과 주얼리 안으로 옮겼다. 다음 평가는 하우스 유산을 얼마나 많이 호출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제품과 매장 경험에서 입을 만한 옷으로 남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