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속도 넘어 원료 규격·배합·반복 생산으로…가격과 유행보다 피부에 맞는 제품이 오래가는 시장

“좋은 원료를 찾는 것만으로는 제품이 완성되지 않아요. 어떤 비율로 섞고 어떤 제형으로 만들 것인지가 따로 있습니다.”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신영미 ㈜에스와이엠코스메틱(SYM Cosmetic Co., Ltd) 대표이사는 K-뷰티의 다음 경쟁을 원료와 제조기술에서 찾았다. 유행하는 성분을 빠르게 제품에 넣는 속도만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식물의 이름과 산지, 특허 여부를 강조하는 단계에서 나아가 원료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완제품에서 사용감과 안정성까지 구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K-뷰티는 짧은 개발 주기와 탄탄한 제조 기반, 소비자 반응을 빠르게 반영하는 능력으로 성장했다. 중소·인디 브랜드도 국내 제조자개발생산(ODM)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반을 활용해 세계 시장에 진입했다. 병풀과 쌀, 어성초, 발효 원료, 펩타이드처럼 특정 성분이 주목받으면 관련 제품이 빠르게 등장했다.

여러 브랜드가 비슷한 원료와 기능을 내세우기 시작하면서 경쟁의 무게중심도 달라지고 있다. 같은 성분명이 적혀 있어도 식물의 종과 사용 부위, 추출법, 실제 함량, 다른 성분과의 조합에 따라 제품의 품질은 달라진다. 원료의 이름보다 원료를 관리하고 제품으로 완성하는 능력이 중요해진 배경이다.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단일 성분을 넘어선 원료 개발

신영미 대표가 최근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이는 분야도 원료다.

“새로운 걸 만든다는 건 항상 재미있어요. 지금은 원료 쪽으로 관심을 많이 두고 있습니다. 단일 성분만 보는 게 아니라 여러 성분을 함께 활용하고, 우리나라에 없는 원료도 준비하고 있어요.”

원료 개발은 알려지지 않은 식물을 찾아 제품 앞면에 이름을 올리는 작업과 다르다. 식물의 학명과 사용 부위가 명확해야 하고, 어느 용매로 추출했는지와 원료 안에 실제 식물 유래 성분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생산 시기와 산지가 달라져도 정해진 범위 안에서 품질이 유지돼야 완제품 생산에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산 원료와 해외 원료를 나누는 방식에도 선을 긋는다. 국내 원료만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나 해외 유명 원료를 넣었다는 사실만으로 제품의 우수성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입장이다.

“우리나라에도 좋은 원료가 많아요. 국내의 좋은 원료에 해외의 좋은 원료를 결합해 더 나은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거죠. 국내에서 나오지 않는 원료는 찾을 수밖에 없고, 서로 다른 효능과 성질을 가진 원료를 어떻게 조합할지도 중요합니다.”

해외 원료의 유명세에 의존하면 다른 브랜드도 같은 원료를 쉽게 사용할 수 있다. 국산 원료라는 이유만으로 효능과 품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원료의 출처와 규격, 공급 안정성, 완제품에서의 결과가 함께 갖춰져야 브랜드만의 자산으로 남는다.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원료가 좋아도 만드는 방법이 더 중요”

신 대표가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강조한 단어는 제형이었다. 좋은 원료를 확보한 뒤에도 혼합 비율과 제조 공정이 맞지 않으면 원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제형에도 충분히 신경을 씁니다. 제품을 만들 때는 혼합 비율이 있고, 제형을 만드는 기술은 또 따로 있어요.”

크림과 로션은 자연 상태에서 섞이지 않는 물과 오일을 하나의 구조로 유지해야 한다. 미스트와 토너에는 물에 잘 녹지 않는 원료를 균일하게 분산시키는 기술이 필요하다. 오일 제품도 어떤 오일을 어느 비율로 조합하고 피부에 남는 감촉을 어떻게 조정하는지에 따라 사용감이 달라진다.

전성분표가 비슷한 제품을 사용했는데도 발림성과 흡수감, 보습 지속력이 서로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료의 투입 순서와 가열·냉각 온도, 교반 속도, 유화 방식, 점도 조절, 보존 체계가 최종 결과에 영향을 준다.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신 대표는 “원료가 아무리 좋아도 어떻게 만드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연구실에서 소량으로 만든 제품을 생산라인으로 옮기는 과정도 중요하다. 제조 규모가 커지면 혼합기의 크기와 가열 속도, 냉각 시간 등이 달라진다. 첫 생산품과 이후 생산품의 색과 향, 점도, 사용감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제품의 신뢰도도 쌓인다.

원료의 이름은 소비자가 볼 수 있지만 제조 공정은 전성분표에 드러나지 않는다. K-뷰티 기업이 앞으로 확보해야 할 경쟁력도 쉽게 복제할 수 있는 원료명이 아니라 일정한 품질을 반복해서 만드는 공정기술에 가깝다.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개인의 불편에서 시작된 여성 세정제

신 대표의 제품 개발은 생활 속 불편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여성 세정제도 기존 제품을 사용한 뒤 느낀 건조함과 강한 세정력이 출발점이 됐다.

“제일 만들고 싶었던 게 여성 세정제였어요. 기존 제품을 사용하면 건조하거나 너무 강하게 느껴지는 때가 있었습니다. 직접 필요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원료를 찾고 개발을 시작했어요.”

개발자의 경험은 소비자가 겪는 불편을 구체적으로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세정 직후의 개운함만 강조하지 않고 반복 사용 뒤 피부가 당기거나 따갑지 않은지 살피게 한다. 향과 거품의 강도, 세정 뒤의 건조감도 제품 설계에 반영할 수 있다.

개인의 사용 경험이 모든 소비자에게 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외음부 세정제는 피부와 점막이 가까운 부위에 사용하는 제품인 만큼 완제품의 자극과 반복 사용 조건, 미생물 안전성을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특정 식물 원료의 항균 연구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판매 제품이 질염이나 염증을 치료한다는 주장은 구분돼야 한다.

신 대표가 말하는 제품 개발의 출발점은 효능을 과장하는 데 있지 않았다. 기존 제품에서 불편했던 부분을 찾아 원료와 제형을 조정하고, 실제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 더 가까웠다.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브랜드 충성도보다 피부 적합성

화장품 소비 방식도 한 브랜드의 제품군을 모두 구입하는 형태에서 단계별로 제품을 골라 쓰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저가 세안제와 중가 토너, 고가 세럼을 함께 사용하고 국내 인디 브랜드와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를 한 화장대에 두는 소비자가 늘었다.

신 대표는 가격대와 브랜드보다 자신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을 한 가지만 고집해서 쓰는 건 아니잖아요. 저가와 중가, 고가 제품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자기 피부에 맞는 제품은 따로 있습니다. 가격이나 유행보다 자기 피부에 맞게 선택하는 게 좋아요.”

같은 여성도 계절과 수면, 월경주기, 피부 시술, 임신·출산과 폐경 전후에 따라 피부 상태가 달라질 수 있다. 과거에 잘 맞았던 제품이 현재는 따갑게 느껴질 수 있고, 여름에 가벼웠던 제형이 겨울에는 부족할 수 있다.

개인화도 비싼 제품을 여러 개 추천하는 방식과 다르다. 현재 사용하는 제품 가운데 기능이 겹치는 것을 줄이고, 피부가 불편해진 원인을 찾은 뒤 필요한 제품만 남기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가격이 높다는 사실이 피부 적합성을 보장하지 않고, 유행 성분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피부에 필요한 제품이 되지도 않는다.

K-뷰티가 세계 소비자의 빠른 변화에 대응해 성장했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제품을 얼마나 많이 권하는지보다 누구에게 어느 조건에서 적합한지를 정확히 설명해야 한다.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속도 다음에 놓인 반복 생산

K-뷰티의 강점으로 꼽혀온 속도는 앞으로도 중요하다.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하고 제품으로 구현하는 능력은 국내 제조산업의 경쟁력이다.

속도가 품질 확인과 안전성 평가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용되면 브랜드의 수명은 짧아질 수 있다. 신제품이 화제를 모아 첫 주문이 늘어도 제품마다 색과 향, 점도가 달라지거나 사용 뒤 불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반복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원료기업은 식물의 학명과 사용 부위, 추출법, 지표성분을 규격화해야 한다. 제조기업은 실제 생산 규모에서 제형과 보존력이 유지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브랜드는 완제품의 안전성과 효능, 표시·광고, 이상반응을 책임져야 한다.

중소기업에는 시험비용과 전문인력 확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원료 규격화와 완제품 시험, 국가별 규제 대응을 지원하는 공동 연구·시험 기반이 함께 확대돼야 하는 이유다. 규모가 작은 브랜드가 새로운 원료와 제품을 개발하더라도 필요한 안전성 자료를 갖출 수 있어야 산업의 다양성이 유지된다.

신 대표가 원료 개발에 다시 주목하는 이유도 빠르게 소비되는 신제품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다. 단일 성분의 유행을 좇기보다 여러 원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제형 안에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브랜드의 지속성을 결정한다.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인터뷰] 신영미 대표 “K-뷰티 다음 경쟁은 원료와 제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원료·제형·소비자 신뢰로 이어지는 K-뷰티

K-뷰티의 미래를 수출액과 신제품 숫자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시점이 왔다. 세계 시장에 진입하는 속도는 빨라졌고, 소비자는 이전보다 전성분과 함량, 사용감과 브랜드의 설명을 세밀하게 비교한다.

신영미 대표가 제시한 방향은 세 가지로 모인다. 새로운 원료를 찾고 일정한 품질로 관리하는 일, 원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제형을 만드는 일, 가격과 유행보다 소비자의 피부에 맞는 제품을 내놓는 일이다.

세 요소는 따로 움직이지 않는다. 좋은 원료도 제형이 불안정하면 제품이 되기 어렵고, 기술이 뛰어난 제품도 소비자의 피부에 맞지 않으면 반복해서 선택받지 못한다. 원료와 제형, 사용 결과가 연결될 때 브랜드의 설명도 신뢰를 얻는다.

신 대표는 원료를 찾는 과정에서 시작해 혼합 비율과 제조 공정을 설계하고,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감촉까지 확인한다. 화려한 성분명보다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K-뷰티가 세계 시장에서 오래 남기 위해 필요한 경쟁력도 같은 방향에 놓여 있다. 유행하는 원료를 가장 먼저 사용하는 브랜드보다 원료의 정체성과 함량을 설명하고, 반복 생산에서 같은 품질을 유지하며, 소비자의 피부에서 확인된 결과에 책임지는 기업이 다음 시장을 차지하게 된다.

빠른 신제품이 K-뷰티의 성장을 만들었다면 앞으로의 성장은 원료와 제형, 반복 생산에서 쌓이는 신뢰가 결정한다.

저작권자 © KtN (K trendy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