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저변 넓어진 2025년 미술시장, 이력 분명한 기록물 비중 확대
프랑스어 필기와 베트남 보존 흔적이 함께 남은 스크랩북, 작은 책 한 권이 다시 읽히는 배경
[KtN 박준식 기자] 2025년 글로벌 파인아트 경매 시장은 전년 대비 12% 반등했고, 거래 물량은 128만 점까지 늘었다. 동시대 미술 시장은 2024년 7월부터 2025년 6월까지의 집계에서 거래 건수가 최고치를 이어 갔고, 5천 달러 이하 작품이 전체 낙찰의 85%를 차지했다. 값비싼 대표작 몇 점의 열기만으로 시장을 설명하기 어려워졌고, 출처와 이력, 기록이 분명한 물건의 비중은 더 커졌다. 피카소 스크랩북이 지금 다시 읽히는 배경도 이 흐름과 멀지 않다.
피카소 스크랩북은 처음부터 대형 회화처럼 시장의 정면에 서는 물건이 아니었다. 손바닥에 가까운 크기, 가죽 표지, 금속 잠금장치, 실 제본, 프랑스어 필기, 삽입 사진, 인물 드로잉이 한 권 안에 함께 들어 있다. 한 장씩 떼어 내 거래하는 작품보다, 순서와 축적을 전제로 읽어야 하는 기록물에 더 가깝다. 이 책의 의미도 희소성 하나로 서지 않는다. 어떤 언어가 남아 있는지, 어떤 형식으로 묶였는지, 어떤 흔적을 지닌 채 보존됐는지가 함께 읽혀야 비로소 성격이 드러난다.
프랑스어 필기 페이지는 그 성격을 가장 먼저 보여 준다. 날짜와 이름, 장식선과 짧은 행갈이가 한 면의 질서를 먼저 세우고, 드로잉은 그 뒤를 따른다. 문장은 그림 옆에 붙은 설명으로 머물지 않는다. 페이지를 구성하는 선의 일부가 된다. 이 스크랩북이 단순한 드로잉북보다 기록과 증정, 보존의 형식을 함께 가진 책으로 읽히는 이유도 이 대목에서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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