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컴뱃 17 은퇴 경기 티켓 55분 만에 매진… 후배 위해 메인 이벤트 양보한 '영원한 파이터'의 품격
55분 만에 1만 2천석 '매진'… 비보 딛고 옥타곤 오르는 추성훈, 16년 전 앙숙과 혈투
'진짜 마지막' 51세 파이터 추성훈의 고백 "졌을 때와는 전혀 다른 압박감"
[KtN 신미희기자] 최근 가까운 지인의 갑작스러운 비보로 큰 슬픔에 빠져 모든 소셜미디어(SNS) 활동을 전면 중단했던 이종격투기 선수 겸 방송인 추성훈(51)이, 생애 마지막 옥타곤 무대를 15일 앞두고 결연한 은퇴 심경을 밝혔다.
추성훈은 오는 11월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종합격투기(MMA) 대회 '블랙컴뱃 17: 반타블랙'에 출전해 미국의 크리스 리벤과 공식 은퇴 경기를 치른다. 유도 국가대표를 거쳐 2004년 종합격투기로 전향한 지 22년 만에 치르는 피날레 무대다. 특히 마지막 상대인 크리스 리벤은 지난 2010년 UFC 116 대회 당시 치열한 난타전 끝에 3라운드 종료 직전 추성훈에게 트라이앵글 초크 패배를 안겼던 인물로, 추성훈에게는 16년 만의 설욕전이기도 하다.
현재 태국에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막바지 훈련에 매진 중인 추성훈은, 은퇴전 준비에 돌입하기 전 사전 녹화를 마친 예능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모든 방송 일정을 대폭 축소한 채 온전히 훈련에만 집중하고 있다.
"방송으로 돈 버는데 왜 싸우냐고? 설렘과 희열 때문"
대중에게 예능 프로그램 속 유쾌한 '사랑이 아빠'나 강인한 '피지컬: 100' 참가자로 더 친숙해진 그가 51세의 나이에 다시 험난한 감량과 스파링을 견디는 이유는 무엇일까. 추성훈은 최근 김동현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그 이유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주변에서 '방송으로 꾸준히 돈을 잘 버는데 굳이 아프게 싸울 필요가 있느냐'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하지만 돈은 내가 유도와 격투기를 해온 궁극적인 이유가 아니었다. 옥타곤 안에서 상대와 겨룰 때의 내 모습이 멋있고, 그때 느끼는 심장의 설렘과 끓어오르는 희열이 좋아서 마지막까지 격투기를 놓지 못한 것"이라고 소신 발언을 남겼다.
다만, '진짜 마지막'이라는 무게감은 베테랑 파이터에게도 무겁게 다가왔다. 추성훈은 "지금까지 운동선수로서 겪은 수많은 순간 중 지금이 가장 긴장된다. 재밌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하다"며 "예전에는 경기에서 져도 다시 훈련하면 되고, 다치고 마음이 아파도 다시 열심히 일어서면 됐다. 하지만 '이게 진짜 내 인생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니 그 압박감과 느낌이 전혀 다르다"고 복잡한 은퇴 심경을 고백했다.
앞서 추성훈은 지난 10월 11일, 아끼던 40대 지인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어떤 아픔을 겪었는지는 본인만 알겠지만 조금만 더 힘내주길 바랐다. 당분간 모든 소셜미디어 활동을 중단하겠다"며 깊은 애도를 표한 바 있다. 슬픔을 가슴에 묻고 훈련장으로 복귀한 그의 투혼에 팬들의 응원도 뜨겁다. 블랙컴뱃 측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픈된 은퇴 경기 티켓은 판매 시작 20분 만에 1만 2000석을 돌파했고, 불과 55분 만에 전석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메인 무대는 후배들의 꿈, 내 격투기는 끝나도 한국 격투기는 시작"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추성훈이 이번 은퇴전에서 대회의 대미를 장식하는 '메인 이벤트'가 아닌 '코메인 이벤트' 출전을 자처했다는 점이다. 자신의 화려한 피날레보다 후배 파이터들의 미래를 배려한 결정이다.
추성훈은 "당연히 나도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다. 하지만 대회 메인 이벤트에 서는 것은 모든 후배 선수의 간절한 꿈이다. 단지 내가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고 해서 그 귀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후배들의 꿈을 빼앗는 실례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순서는 첫 번째여도 상관없다"며 묵직한 선배의 품격을 보여주었다.
K-1, UFC, 원챔피언십 등 세계 최고 무대를 누비며 아시아 격투기의 상징으로 군림했던 추성훈. 그는 "내 개인의 격투기 인생은 여기서 멈추지만, 한국 격투기의 불꽃은 이제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 불씨를 짚이는 시합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승패를 떠나 파이터 추성훈의 22년 여정이 어떤 마침표를 찍을지, 오는 21일 고척돔에 모든 격투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