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10의n승에서 10월 10일 개막… 인체의 변형과 평면 이미지가 교차하는 2인전

[KtN 박준식기자]서울 서대문구 홍연길의 전시공간 10의n승에는 사람의 몸과 나뭇가지가 결합한 목조 조각이 놓여 있다. 두 팔을 몸 앞에 모으고 무릎을 굽힌 인체는 앉은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굵은 나무줄기와 뿌리를 닮은 형상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뒤편 벽에는 흑백을 중심으로 한 회화 작품들이 서로 다른 크기와 간격으로 걸려 있다.

조각가 전경선과 김예영의 2인전 '거짓 친숙성(False Familiarity)'이 지난 10월 10일 개막했다. 김재원이 기획한 전시는 서로 다른 시간과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해 온 두 작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 배치했다. 조각과 회화의 형식적 차이를 유지하면서 낯선 대상을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감각에 주목한다.

전경선·김예영 2인전 '거짓 친숙성' 전경. 전경선의 목조 조각과 벽면에 걸린 김예영의 회화 작품이 하나의 공간에 배치돼 있다. 사진=10의n승 제공
전경선·김예영 2인전 '거짓 친숙성' 전경. 전경선의 목조 조각과 벽면에 걸린 김예영의 회화 작품이 하나의 공간에 배치돼 있다. 사진=10의n승 제공

전경선의 목조 조각에서는 사람의 신체와 자연물의 형태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어깨와 허리, 구부러진 다리에는 인간의 비례가 남아 있지만 머리 부분에서는 인체의 윤곽이 크게 달라진다. 굵은 나무줄기가 좌우로 휘어지고, 가느다란 가지들이 서로 교차하면서 얼굴을 대신한다.

인체의 아래쪽은 비교적 단순한 곡면으로 구성돼 있다. 몸통을 따라 길게 이어지는 주름과 무릎의 굴곡, 아래로 향한 발끝은 앉은 자세를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반면 머리에서는 형태의 굵기와 방향이 불규칙하게 달라지고, 나무줄기가 겹치는 부분마다 크고 작은 빈 공간이 생긴다.

사람의 신체를 알아볼 수 있는 부분과 특정한 생명체로 분류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의 조각 안에 결합한 구성이다. 얼굴의 특징을 제거하고 식물의 뿌리나 동물의 뿔을 연상시키는 형태를 연결했지만, 실제 자연물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목재의 물성도 작품을 구성하는 데 관여한다. 인체의 매끄러운 곡면과 복잡하게 뒤얽힌 가지형 구조는 같은 나무의 색조를 공유한다. 서로 다른 재료를 사용해 인간과 자연을 구분하는 대신 목재의 두께와 굴곡, 형상 사이의 간격을 통해 차이를 드러낸다.

전경선은 성신여자대학교 조소과와 동 대학원에서 공부했으며, 인간과 동물, 식물의 형상을 결합하는 조각을 이어왔다. 초기 작업에서 다뤘던 존재와 관계의 문제는 이후 기억과 감정, 신체의 변형으로 확장됐다. 최근 작품에서도 인간의 몸을 하나의 고정된 형태로 재현하기보다 다른 생명체의 구조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나타난다.

전경선의 목조 인물 조각이 설치된 전시장 내부. 앉은 자세의 인체 위로 유기적인 나무 형상이 확장되며, 조각 사이의 빈 공간이 드러난다. 사진=10의n승 제공
전경선의 목조 인물 조각이 설치된 전시장 내부. 앉은 자세의 인체 위로 유기적인 나무 형상이 확장되며, 조각 사이의 빈 공간이 드러난다. 사진=10의n승 제공

김예영의 회화는 전경선의 조각과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차지한다. 전시공간의 벽면에는 세로로 긴 작품과 상대적으로 작은 작품들이 배치돼 있으며, 회색조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와 형태가 평면 안에서 겹쳐진다.

입체 조각은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윤곽이 달라지지만 회화는 개별 작품의 크기와 비례, 이미지의 배치를 통해 구성된다. 두 매체는 작품을 바라보는 거리와 방향에서도 차이를 만든다.

전경선의 조각에서는 나무줄기 사이의 빈 공간을 통해 뒤편 벽면이 드러나고, 김예영의 회화는 조각과 일정한 거리를 둔 채 놓여 있다. 조각을 정면에서 바라볼 때와 측면에서 바라볼 때 벽면의 작품들이 겹쳐지는 위치도 달라진다. 독립된 작품들이 물리적인 배치에 따라 서로의 일부를 가리거나 드러내는 관계다.

전시 제목인 '거짓 친숙성'은 서로 다른 작품을 바라보면서 이미 알고 있는 형태나 기억을 떠올리는 인식과 관련돼 있다. 두 작가의 작품이 같은 소재나 조형 언어를 공유하기보다 각자의 형식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작품 사이의 연결은 관람자의 경험에 따라 다르게 형성된다.

전경선의 조각에는 이러한 감각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요소가 있다. 사람의 앉은 자세는 비교적 쉽게 인식되지만 머리에서 이어지는 구조는 익숙한 인체의 특징과 일치하지 않는다. 관람자는 인간의 형상에서 출발해 자연물을 연상시키는 곡선을 따라가지만, 형태 전체를 하나의 대상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조각의 형식은 분명한 반면 작품이 전달하는 정서나 서사는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몸 앞에 팔을 모은 자세를 위축된 인물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머리에서 확장되는 나무 형상을 생명체의 성장과 연결해 읽을 수도 있다. 다만 인체의 변형을 특정한 감정이나 사건에 곧바로 대응시키기보다는 목재의 구조와 신체의 비례, 주변 공간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거짓 친숙성'에서 조각과 회화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 역시 작품의 외형적인 유사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전경선의 작품은 목재의 부피와 곡선, 입체적인 빈 공간을 통해 구성되고, 김예영의 작품은 평면 안에서 이미지의 배치와 명암을 통해 전개된다. 매체의 차이가 유지되는 만큼 두 작품세계의 연결도 정해진 하나의 해석으로 수렴되지는 않는다.

전시공간에서는 전경선의 목조 인물이 앞쪽에 놓이고, 김예영의 회화가 벽면을 따라 분산돼 있다. 조각의 상부에서 뻗어나간 나무 형상은 뒤편의 작품들과 시각적으로 겹치지만 각각의 제작 방식과 공간 구성은 구별된다.

두 작가의 작품 사이에는 공통된 이야기보다 서로 다른 형상을 바라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연관성이 놓여 있다. 전경선의 조각이 인체와 자연의 경계를 변형한다면, 김예영의 회화는 평면 안에 별도의 이미지와 구성을 형성한다. 조각의 굽은 나무줄기와 벽면의 회화가 겹쳐지는 전시장에서도 두 작품은 각자의 형식을 유지한다.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62의 10의n승에서 열리는 '거짓 친숙성'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하며 관람료는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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