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과 깊이, 그리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
[KtN 박준식기자] 깊고 고요한 푸름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마치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 혹은 무한한 심연 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허 작가의 The Sea in the Sky 28은 존재와 부재, 빛과 어둠, 그리고 감각과 기억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화면 한편, 어두운 심연 속에서 미세한 빛의 흔적들이 산발적으로 떠오른다. 흐릿한 실루엣처럼 보이는 형체는 물결처럼 번지고, 그 위에 점점이 흩어진 금박은 마치 먼 우주의 별빛처럼 반짝인다. 허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들, 혹은 소멸된 것들의 흔적이 여전히 우리와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작품명: The Sea in the Sky 28
제작 연도: 2019년
규격: 40 × 40cm
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가격: 1,170
심연의 침묵 속에서 – 작품의 철학과 영감
허 작가는 물리적인 형태보다 감각과 기억의 흔적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집중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색과 빛, 그리고 여백은 단순한 조형적 요소가 아니라,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탐구하는 매개체다.
The Sea in the Sky 28은 어둠 속에서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 희미하게 사라져 가지만 완전히 소멸되지 않는 것들을 담아내는 과정에서 이 작품이 탄생했다.
허 작가는 "어둠은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그 안에서 새로운 형태와 빛을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녀에게 있어 바다와 하늘은 하나의 연장선이며, 우리가 바라보는 현실과 내면 또한 그 속에서 연결된다.
색감과 질감, 구도 – 깊이의 공간을 만들어내다
허 작가는 색과 질감을 통해 단순한 시각적 인상을 넘어, 감각적인 깊이를 형성하는 작업을 선보인다.
▶색감: 화면을 지배하는 블루는 단순한 색이 아니라, 공간과 감각을 담아내는 심연의 색이다. 이 색은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끝없이 확장되는 공간처럼 보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감각적으로 몰입하게 만든다.
▶질감: 하이드로락(Hydrolaque) 기법을 사용하여 표면에 미세한 입체감을 부여했고, 금박은 빛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며 작품에 깊이를 더한다.
▶구도: 화면의 중심이 아닌 한쪽에 배치된 미세한 금빛 조각들은 우주의 성운처럼 산발적으로 퍼져 있으며, 이는 관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끌어들이는 요소가 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심연 속에서도 존재하는 것들, 그리고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흔적들을 탐구하는 허 작가의 철학을 반영한다.
허 작가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 작가는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형태를 달리하며 계속해서 이어진다"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에서 색과 빛, 그리고 흔적은 단순한 시각적 요소가 아니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존재의 방식을 탐구하는 도구다.
The Sea in the Sky 28에서는 이러한 철학이 더욱 극대화된다. 깊은 푸른 색조는 고요한 침묵을 상징하며, 화면 속 금빛 조각들은 그 침묵 속에서도 여전히 살아 있는 흔적들이다.
허 작가는 우리가 쉽게 잊어버리는 것들, 혹은 보이지 않지만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는 감각들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 작품은 바로 그러한 존재와 부재의 경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다.
갤러리A 전시 – 깊이 속에서 발견하는 빛
갤러리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The Sea in the Sky 28은 이러한 맥락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
푸른 색채의 심연과 금박의 대조는 전시 전체의 흐름과 맞물리며, 존재와 부재, 기억과 흔적의 개념을 확장한다.
공간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듯한 화면 구성은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놓치고 있는 감각들을 일깨우는 역할을 한다.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내면의 감각을 되새기게 만드는 구조로, 단순한 시각적 경험을 넘어 심리적인 깊이를 제공한다.
이 작품은 단순한 색채 연구가 아니라, 공간과 감각이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하는 철학적 실험이다.
관객과의 대화 – 보이지 않는 것들을 발견하는 순간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놓치고 있던 감각을 떠올리게 된다.
푸른 색의 심연 속에서 떠오르는 금빛 조각들은, 마치 우리가 오래전 잊었던 기억의 조각처럼 떠다닌다. 그것은 사라진 것 같지만, 여전히 우리와 함께하며 시간을 초월해 존재하는 흔적이다.
허 작가의 The Sea in the Sky 28은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를 탐구하는 시각적 기록이며, 관람자가 스스로의 감각을 다시금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다.
그리고 그 장치 속에서, 우리는 자신의 기억과 감각 속에서 어떤 것들이 여전히 남아 있는지를 다시금 질문하게 된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