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적 실루엣과 기능주의적 재해석, 패션과 감각의 경계를 허무는 컬렉션

Grounds의 푸투라적 풋웨어, 기술과 패션의 결합. 사진=groun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rounds의 푸투라적 풋웨어, 기술과 패션의 결합. 사진=groun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도시의 폐허를 연상케 하는 주차장, 인체를 닮은 스킨 톤 부츠, 결박된 팔과 어긋난 실루엣—Grounds의 2025 가을/겨울 컬렉션은 브랜드의 첫 번째 레디 투 웨어 확장이라는 의미를 넘어, 패션이 인간의 감각과 현실을 조작하는 방식에 대한 실험적 탐구였다.

기능성을 기반으로 한 푸투라(Futura)적 디자인 철학을 견지해온 Grounds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의복을 단순한 보호막 이상의 개념으로 확장했다. 신체를 제한하고, 형태를 재구성하며, 의복과 인체가 만들어내는 관계를 재정의한 이번 쇼는 브랜드의 특유한 비현실적인 미학과 ‘언캐니 밸리(Uncanny Valley)’ 개념을 극대화했다.

디스토피아적 미학과 신체의 왜곡: 해체와 결속이 공존하는 디자인

이번 컬렉션의 스타일링은 디자이너 벳시 존슨(Betsy Johnson)의 개입으로 더욱 비정형적이고 위태로운 감각을 극대화했다.

디자인 키워드

▶제약과 해체의 공존: 벨트는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신체를 구속하는 장치로 활용되었으며, 손목을 허리선에 고정하거나 모델들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신체의 낯설음: 모델들의 머리카락은 터틀넥과 선글라스 안으로 감추어졌고, 박시한 소매는 손끝을 넘어 길게 늘어졌다. 이는 의복을 통해 신체의 형태를 왜곡하고 낯설게 만드는 효과를 유도했다.

▶미완성의 미학: 전체적인 룩은 의도적으로 해체된 듯한 인상을 주었으며, 완벽하게 마무리되지 않은 듯한 디테일들이 곳곳에 배치되었다.

 

Grounds가 구현한 신체의 조작은 단순한 실루엣의 변형이 아니라, 의복이 우리의 감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실험하는 방식이었다. 착용자가 느낄 불편함, 혹은 제한된 움직임이 오히려 의복과 신체의 관계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장치로 작동했다.

Grounds의 푸투라적 풋웨어, 기술과 패션의 결합. 사진=groun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rounds의 푸투라적 풋웨어, 기술과 패션의 결합. 사진=groun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rounds의 푸투라적 풋웨어, 기술과 패션의 결합

Grounds의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은 단연 풋웨어(Footwear)다. 이번 컬렉션에서도 신발은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패션과 기술의 경계를 흐리는 중심 요소로 활용되었다.

풋웨어의 주요 특징

▶‘Leap Gravity’ 콘셉트의 확장: 기존 Grounds의 시그니처 기술인 Leap Gravity 시스템이 적용된 플랫폼 디자인이 쇼의 중심을 차지했다.

▶초현실적 형태: 곡선이 과장된 플랫폼 슈즈는 단순한 높이 증가가 아니라, 움직임 자체를 변화시키는 구조적 역할을 했다.

▶다층적 디테일: 레이어드된 솔(sole) 사이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신발끈, 퍼플 퍼(fuzzy purple trims)와 레드 딥다이(red dip dye) 효과는 신발을 단순한 기능물이 아닌, 조각적 오브제로 만들었다.

 

이러한 풋웨어 디자인은 의복과 결합해, 착용자의 움직임과 신체 인식을 변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는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입는 경험(wearing experience)’ 자체를 변화시키는 실험적 접근이었다.

소재와 색감: 인간과 기계의 중간지점에서

Grounds의 컬러 팔레트는 차가운 인더스트리얼 톤과 피부색에 가까운 뉴트럴 톤이 대조를 이루며, 인간과 기계 사이의 경계를 탐색했다.

컬러와 소재의 대비

▶스킨 톤 부츠 & 벨트: 신체와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을 주어 ‘기능적 확장’에 대한 착각을 유도.

▶러프한 텍스처의 니트 & 네오프렌 소재: 구조적인 실루엣을 강조하면서도 착용자의 움직임을 제한하는 이중적 효과를 창출.

▶다크 네이비 & 그레이 톤의 테일러링: 기계적이고 차가운 느낌을 강조하며, 실루엣이 왜곡된 구조적 패턴과 결합.

 

소재와 컬러의 조합은 단순한 미적 요소를 넘어, 의복이 감각을 어떻게 조작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도구로 활용되었다.

Grounds의 푸투라적 풋웨어, 기술과 패션의 결합. 사진=groun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rounds의 푸투라적 풋웨어, 기술과 패션의 결합. 사진=grounds,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패션과 인간 감각의 실험, Grounds의 새로운 방향성

Grounds의 2025 FW 컬렉션은 단순한 레디 투 웨어 라인의 확장이 아니라, 패션이 신체를 어떻게 조작하고 감각을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실험적 탐구였다.

이번 컬렉션이 시사하는 바

▶패션이 기능을 넘어 신체 감각을 조정하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줌.

▶디지털과 현실, 인간과 기계, 기능과 불편함 사이의 경계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패션이 진화하고 있음.

▶신체와 의복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디자인이 더욱 강한 흐름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음.

 

Grounds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기존 패션의 문법을 거부하면서도, 기능성과 구조적 미학을 결합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패션이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착용자의 신체와 감각을 변화시키는 경험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 컬렉션이었다.

결국 Grounds는 단순히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아니라, 패션을 통해 인간과 기술, 신체와 감각의 관계를 탐색하는 실험실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