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퍼포먼스, 페미니즘, 팬덤 감정이 교차하는 정체성의 재구성

아이유의 2024년 첫 월드 투어 '더 위닝(HEREH ENCORE : THE WINNING)'이 2025년 1월 CGV 개봉한다. / 사진=EDAM Entertainmen, CGV.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이유의 2024년 첫 월드 투어 '더 위닝(HEREH ENCORE : THE WINNING)'이 2025년 1월 CGV 개봉한다. / 사진=EDAM Entertainmen, CGV.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K-팝의 여성 이미지, 여전히 아름다운가 혹은 강한가? K-팝 산업은 오랜 시간 ‘여성’을 특정한 이미지로 생산해왔다. 청순함, 섹시함, 강렬함, 순수함—그 수식어들은 시기마다 달랐지만, 그것들은 결국 여성 아이돌을 외부의 시선으로 정의한 표현들이었다. 그러나 그 서사는 바뀌고 있다. 제니, 뉴진스, 르세라핌, 백예린, 보아, 그리고 신인 세대에 이르기까지 K-팝 여성 아티스트들은 더 이상 어떤 콘셉트를 입는 존재가 아니라, 그 콘셉트를 해석하고 발화하는 주체로 이동하고 있다.

시각적 프레임의 해체: 뷰티 코드는 누가 정의하는가

과거 K-팝에서 여성 아이돌의 뷰티는 표준화된 비율, 정제된 메이크업, 절제된 움직임으로 요약됐다. 그러나 최근 여성 아티스트들은 점점 불완전함, 무표정, 미니멀리즘, 성별 경계 해체와 같은 언어들을 시각적 코드에 끌어들이고 있다.

뉴진스는 노-컨투어링 메이크업과 1990년대식 내추럴 룩을 통해 '어려 보이기'가 아닌 '있는 그대로 보기'를 제안한다. 르세라핌은 뷰티의 힘을 ‘권위’로 정의하지 않고, 운동성과 신체성의 주체화로 연결시킨다. 화사는 ‘I Love My Body’에서 뷰티의 기준 자체를 해체하며, 여성 신체의 비정형성을 긍정하는 서사를 발화한다. 이 변화는 단지 스타일의 변화가 아니라, 여성이 자신의 몸을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화적 발언이다.

퍼포먼스의 언어 변화: 강함은 더 이상 ‘남성성’이 아니다

K-팝 여성 퍼포먼스는 한동안 ‘섹시’와 ‘카리스마’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고, 이는 종종 남성 시선의 문법이었다. 하지만 지금 여성 아티스트들은 '강함'을 경쟁이 아니라 감정의 밀도로 정의하고 있다.

아이유는 무대 위에서의 절제된 움직임과 미세한 표정으로 가사 서사를 감정적 퍼포먼스로 번역한다. 르세라핌의 퍼포먼스는 테크닉보다 내러티브 진행과 감정 축적의 설계에 기반을 둔다. 보아는 여전히 유일하게 남성 중심의 대규모 무대를 정면으로 설계하고 완급을 지배하는 유일한 여성 솔로 퍼포머로 남아 있다. 여성 K-팝 퍼포먼스는 지금 힘의 구조가 아닌, 감정의 구조로 재정의되고 있다.

페미니즘 언어의 암묵적 확산: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서사들' 사진=2025 01.30 제니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페미니즘 언어의 암묵적 확산: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서사들' 사진=2025 01.30 제니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페미니즘 언어의 암묵적 확산: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서사들'

K-팝은 본질적으로 상업적인 산업이다.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지금 여성 아티스트들은 직설적인 주장 대신, 암시와 서사의 설계로 그 정신을 발화하고 있다.

‘ANTIFRAGILE’은 부서져도 부서지지 않는 여성의 회복력을 이야기한다. 제니의 《Ruby》는 여성 아티스트가 자신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구조를 명시하며, 산업 내 권한의 이동을 보여준다. 백예린은 감정의 복잡성과 그 불편함을 그대로 드러내며, ‘불편해도 괜찮은 여성 서사’를 음악에 녹인다. 이러한 흐름은 선언 대신 정서로, 구호 대신 서사로 말하는 K-페미니즘의 감각을 형성하고 있다.

팬덤 감정의 구조 변화: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에서, 여성과 공감하는 방식으로

K-팝 팬덤은 본래 수직적 감정 구조—‘우상화’와 ‘소유욕’—에 기반해 있었다. 그러나 여성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팬덤 감정 구조도 재편되고 있다. 여성 팬들은 더 이상 이상형을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되고 싶은 서사’를 향해 감정이 투사된다.

소통형 팬덤은 ‘보호하고 싶다’는 감정보다 ‘같이 나이 들어가고 싶다’는 감정에 가까워지고 있다. 서사에 감정이입하는 팬덤은 아티스트의 삶, 성숙, 좌절, 독립까지 받아들이는 감정적 파트너로 전환 중이다. 곧 K-팝 산업이 여성 아티스트를 감정의 대상이 아닌, 감정의 장(場)으로 재위치시키는 방식이다.

‘여성’은 더 이상 형용사가 아니다. K-팝에서 여성은 주어다.

K-팝은 이제 여성을 이미지나 마케팅 장치로만 호명하는 산업을 벗어나, 여성 아티스트 스스로가 자기 정체성과 감정, 권한을 재구성하는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제 '여성'은 어떤 콘셉트를 지칭하는 형용사가 아니라,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이자 서사를 움직이는 주어로서 작동한다. 이는 산업의 윤리, 정체성의 언어, 감정의 설계가 ‘남성 시선 중심의 콘텐츠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마마무 화사, '공연음란' 혐의로 고발 뒤 무혐의 결정 사진=2023.10.04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마마무 화사, '공연음란' 혐의로 고발 뒤 무혐의 결정 사진=2023.10.04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팝의 ‘여성’은 지금, 산업의 재정의와 문화의 중심에 있다

여성 아티스트는 더 이상 ‘소속된 존재’가 아니라, ‘창작 구조를 조직하는 존재’다. 정체성·신체성·감정의 서사를 소유하는 여성 아티스트는 산업 내부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팬덤의 감정 구조가 재편되며, 여성 아티스트는 감정의 대상을 넘어 관계의 파트너로 전환되고 있다.

K-팝에서 ‘여성’을 다시 정의한다는 것

K-팝의 여성은 이제 보여지는 존재가 아니라, 말하는 존재다. 그녀들은 더 이상 이미지에 복무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자신의 말로, 감정으로, 기획으로, 산업을 움직인다. 그리고 이 새로운 여성의 정의가 K-팝이라는 거대한 서사를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