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적 조형어법, 데이터 이후 시대의 예술성과 만나다
[KtN 임우경기자] 작가 쉬가에프의 작업은 신화를 ‘소재’로 소비하지 않는다. 그는 신화를 다시 ‘태어난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며, 그것을 물리적 회화로 번역하는 존재론적 수행의 과정 속에 예술을 위치시킨다. 이 같은 태도는 오늘날 생성형 AI 기반의 이미지 생성 시스템과 흥미로운 긴장을 형성한다.
생성형 AI는 축적된 방대한 이미지 데이터와 확률적 연산에 기반해 새로운 이미지를 ‘합성’하지만, 쉬가에프는 전승된 서사를 조형적 상징으로 ‘환기’한다. 이 둘의 본질적 차이는 존재론의 차이로 읽힐 수 있지만, ‘신화는 반복을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는 측면에서 두 방식 모두 ‘신화의 재생산 장치’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한 접점이 생긴다.
몸, 자연, 신화 – 바디아트와 AI 비주얼리티의 교차
작가의 바디아트 작업들은 단지 몸 위에 회화를 전개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에게 있어 ‘몸’은 상징적 매개이며, 자연과 신화의 접점을 잇는 표면이자 대지에 가까운 의미를 갖는다.
오늘날 AI 기반 바디아트의 실험들은 얼굴 인식, 신체 분할, 텍스처 자동 매핑 등의 기술을 통해 디지털 환경에서 새로운 형태의 신체를 ‘입체화’한다. 이처럼 신화적 이미지가 디지털 공간 속 ‘몸’에 입혀지는 현상은, 쉬가에프가 보여준 아날로그적 회화-신체 연결성과 묘한 대조를 이루면서도 공통적으로 **‘몸=의례적 캔버스’**라는 개념을 다시 소환한다.
신화적 형식의 알고리즘화 가능성
디지털 시대, 특히 생성형 AI 기술의 확장 속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예술적 함의는 바로 ‘신화의 알고리즘화’ 가능성이다. 작가 쉬가에프가 사용한 조형어법 – 반복되는 기호적 요소, 색채의 감정적 리듬, 인체의 상징화 – 이 모두는 사실상 코드화 가능한 규칙성과 구조를 갖는다.
따라서 쉬가에프의 작업은 단지 과거의 회화가 아니라, 미래의 알고리즘적 예술 설계에 있어 ‘신화적 미감의 모듈’로 활용될 수 있다. AI가 학습하는 ‘신화적 도상’의 구조를 재정의하는 데 있어, 작가의 방식은 하나의 살아 있는 사례로 기능할 수 있는 것이다.
AI 시대, 신화는 되살아날 수 있는가
생성형 AI는 예술의 형식을 빠르게 재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질문은 여전히 남는다. AI는 기억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억 없이 신화를 재현할 수 있는가? 작가 쉬가에프의 예술은 이러한 질문 앞에서 결정적인 답을 준다.
그의 회화는 회상이 아니라, 신화의 현재화다. 그것은 기억의 수동적 전달이 아닌, 신화를 다시 살아 움직이게 하는 행위적 미학이다. 생성형 AI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신화를 다시 호흡하게 만드는 ‘작가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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