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해석하는 이미지, 인간이 그려낸 신화
[KtN 임우경기자] 생성형 AI는 인간이 만든 이미지의 ‘패턴’을 학습한다. 이 기술은 수백만 장의 회화, 사진, 조형물로부터 선형 구조, 색채 분포, 구도 구성의 통계적 경향성을 추출해 새로운 형상을 생성한다. 이 과정은 고도로 정교한 알고리즘의 반복과 확률적 가중치를 바탕으로 하지만, 서사의 내적 질서나 감정의 축적을 동반하지 않는다.
반면, 작가 쉬가에프의 회화는 신화적 기호와 기억의 층위 속에서 축조된다. 작가에게 있어 이미지란 '만드는 것'이 아니라 '불러내는 것'이며, 그것은 집단 기억과 장소성, 상징 질서의 구조 위에 조직된 세계이다. 이 차이는 오늘날 생성형 AI 시대의 이미지 생산과 전통 회화 사이에 놓인 미학적 균열을 선명히 보여준다.
쉬가에프의 신화적 구조 – 반복, 리듬, 상징 체계
쉬가에프는 신화를 단지 모티브로 차용하지 않는다. 그는 신화의 조형 원리 자체를 회화의 구조로 삼는다. <Village and City> 연작에서 반복되는 산과 인물, 상징적 색채는 형식적으로는 리듬의 구축이지만, 내적으로는 장소에 스며든 기억의 회로를 시각화한다.
<Manas-Tamga> 시리즈에서 드러나는 도상의 반복성과 균형감은, 일견 패턴처럼 보이지만,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서사적 리듬을 회화 구조로 전환한 사례다. 이러한 신화적 도식은 알고리즘처럼 규칙성을 띠지만, 그것은 수치화된 법칙이 아닌, 신화적 세계관의 구성 원리다.
AI는 신화를 이해할 수 있는가 – 패턴 vs 의미의 간극
생성형 AI는 쉬가에프의 작업을 흉내 낼 수는 있다. 반복되는 상징, 강렬한 색면, 인물의 윤곽을 조합해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이미지가 ‘왜 그렇게 구성되어야 했는가’를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신화적 패턴은 단순히 반복되는 모양이 아니다. 그것은 신화의 논리, 존재의 질서, 공동체의 기억이 조형 언어로 이행된 결과다. AI는 패턴을 읽을 수 있지만, 그 패턴이 지닌 세계관적 맥락은 해독하지 못한다. 따라서 신화는 코드로 전환될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은 곧 예술의 의미 생성 구조를 AI가 따라갈 수 있는가? 라는 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알고리즘이 조형언어를 대체할 수 있는가
쉬가에프의 작업은 디지털 시대에 ‘비가시적 구조’를 복원하는 예술이다. 그의 회화는 감각적 형상 위에 보이지 않는 시간, 기억, 상징의 구조를 조밀하게 얽어 넣는다. 이는 오늘날 AI의 시각 생산 방식—빠르고, 효과적이며, 수치화된 시각 구조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예술은 단지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어떻게 그렇게 보이게 되었는가에 대한 의미의 체계다. 쉬가에프의 작업은 바로 그 ‘어떻게’를 체계화한 사례이며, 이는 데이터 기반의 AI 생성 이미지가 도달하지 못하는 미학적 층위다.
신화적 세계관의 시각화, 그 구조는 인간적이다
신화는 이야기이고, 이야기란 결국 해석 가능한 구조를 전제한다. AI는 이야기 구조를 흉내낼 수 있지만, 그 기원을 이해하지 못한다. 작가 쉬가에프는 신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신화적 사고의 구조를 회화 언어로 조직하는 예술가다.
AI가 모방할 수 없는 것은 그 조직의 윤리다. 인간의 고통, 장소의 기억, 신화의 감각은 알고리즘으로 치환되기 어렵다. 생성형 AI 시대, 우리가 잃기 쉬운 감각은 이미지의 구조를 기억하는 힘, 그리고 그것을 몸으로 재현해내는 조형적 행위의 깊이일 것이다. 쉬가에프의 예술은 그 점에서 기술을 넘어선 구조적 예술의 귀환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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