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재편의 본질은 내부 구조 변화에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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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 자본시장은 언제나 구조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기업을 배제해왔다. 숫자가 아닌 구조로 경쟁하는 시대, 한국 증권업은 지금 본질적 질문 앞에 서 있다. 무엇을 바꿀 것인가. 무엇을 키울 것인가. 그리고 어떤 시장 질서에 적응할 것인가.

한국 증권업, 성장의 역설과 한계

한국 증권업은 성장했지만 진화하지 못했다. 지난 10년, 종투사들은 자기자본 확대와 외형적 확장을 거듭해왔다. 그러나 수익구조는 부동산PF와 단기채 운용에 편중돼 있었고, 기업금융 수행 역량과 장기자산 운용 시스템은 고도로 정제되지 못한 채 방치됐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본질적이다.

지표 글로벌 IB 한국 종투사
기업금융 풀라인 역량 전 과정 수행 부동산PF·채무보증 집중
모험자본 운용 비중 10~20% 이상 2.23%
글로벌 네트워크 글로벌 현지화 아시아 일부 진출
자산운용 체계 장기 전략적 운용 단기 유동성 투자 위주

 

자본시장은 무엇으로 경쟁하는가

글로벌 IB는 이미 '기업금융 풀라인 전략'을 넘어 산업 전반의 자본 흐름을 설계하는 역할로 진화했다. M&A 자문, 구조조정, ECM·DCM 주관, IPO 전략, 벤처투자, 해외 인수금융, 자산운용까지 아우르는 종합 서비스 기업금융이 그들의 경쟁력이다. 반면 한국 증권업은 부동산PF에서 발생하는 단기 보증 수수료와 채무보증 수익에 의존하며, 글로벌 시장의 긴 흐름을 따라잡지 못했다.

자산운용 비즈니스에서도 글로벌 IB는 장기투자 전략을 통해 기업 발굴과 벤처투자, 스타트업 지원, 사회적 가치투자를 아우르고 있다. 한국 증권업에는 이러한 산업적 상상력과 자본 설계 역량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구조개편안, 시스템 재설계의 기회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은 단기적 규제 완화를 넘어 구조적 시스템 전환의 신호다. 핵심은 기업금융 공급 역량을 복원하고, 모험자본 운용을 확대하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유도하는 정책적 장치들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기업의 옥석을 가려내고 자금을 연결하며, 위험을 감내하는 금융업 본연의 기능이 지금 가장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금융업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는 것이다.

▶한국 증권업 생존 조건

1. 기업금융 수행 역량 내재화

기업 선별 역량, 리스크 분석, 자금조달 솔루션 제공. 이를 종합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증권사는 글로벌 시장 진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2. 리스크 감내 문화와 내부통제 시스템 고도화

책임 있는 금융업 수행은 리스크 테이킹 역량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동시에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3. 글로벌 네트워크 확장과 장기 자산운용 체계 구축

현지화 전략, 해외 기업금융 수행 역량, 글로벌 자산군 운용 시스템 없이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구조를 바꾸지 못하는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퇴장당한다

구조를 바꾸지 못하는 기업은 자본시장에서 밀려난다. 자본시장은 기업의 크기를 보지 않는다. 먼저 보는 것은 구조다. 외형이 아니라 내면의 시스템, 숫자가 아니라 본질적 경쟁력이다.

한국 증권업은 지금 산업 구조 전환의 결정적 시험대에 서 있다. 금융업의 본질로 돌아가 시장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단기 수익 모델에 머물며 경쟁에서 도태될 것인가.

변화를 선택하지 않는 기업은 자본시장의 질서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혀진다. 구조 혁신을 외면한 금융업에게 미래는 허락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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