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전략, 왜 '보이지 않는 공간'인가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5가 보여준 ‘비가시적 건축’ 트렌드
구글과 라클란 터잔이 제안한 새로운 공간 미학…플랫폼 전략의 전환 신호

구글의 전략, 왜 '보이지 않는 공간'인가. 사진=lachlanturczan 인스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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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민정기자]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5 현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전시는 아이러니하게도 ‘존재하지 않는 공간’이었다. 구글이 기획하고 미국 아티스트 라클란 터잔(Lachlan Turczan)이 구현한 인터랙티브 작품 'Lucida'는 물리적 공간이 더 이상 브랜드와 경험의 본질이 아님을 선언한다. 빛과 데이터, 알고리즘이 공간을 대체하는 이 실험적 전시는 단순한 기술 퍼포먼스를 넘어 글로벌 공간 산업의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다.

공간 없는 공간, 새로운 산업 언어의 등장

'Lucida'는 전통적 건축적 언어를 전면 부정한다. 벽도 기둥도 없다. 하얀 빛과 푸른 빛, 그리고 보랏빛 레이어가 어둠 속을 유영한다. 관람자가 그 빛을 통과하며 남기는 흔적은 마치 물결처럼 공간 전체에 파동을 일으킨다. 이 모든 것은 라이다(Lidar), 적외선, 비전 카메라 등 기술적 인프라 위에서 실시간으로 연산되고 구현된다.

터잔은 이 설치를 '감각 건축(Sensory Architecture)'이라 정의한다. "미래 공간은 물리적 질량이 아니라 에너지와 인식으로 정의된다"는 그의 발언은 더 이상 추상적 예술적 표현이 아니다. 이는 산업적 미래 전망이다. 경험경제(Experience Economy)를 넘어, 비가시적 공간경제(Invisible Space Economy)가 구체화되고 있다.

구글의 전략, 왜 '보이지 않는 공간'인가. 사진=lachlanturczan 인스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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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전략, 왜 '보이지 않는 공간'인가

구글이 이 전시에 투자한 배경은 분명하다. 플랫폼 비즈니스가 물리적 공간 전략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공간'은 더 이상 부동산 자산이 아니라, 데이터와 에너지로 구성된 가변적 플랫폼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구글은 이미 스마트홈, 증강현실(AR), AI 에이전트 생태계를 통해 이러한 공간 전략을 구체화해왔다. Lucida 전시는 그 철학의 미학적 표현이다. 물리 공간에 고정된 브랜드 전략은 더 이상 경쟁 우위를 보장하지 않는다. 공간은 기술적 재구성을 통해 무한히 확장·변형·적응 가능한 플랫폼 자산이 되어야 한다.

이는 리테일, 오피스, 전시, 문화공간 전반에 걸쳐 산업 구조를 뒤흔드는 질문이다. '누가 공간을 통제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보이지 않는 공간을 설계할 수 있는가'가 새로운 경쟁 조건으로 부상하고 있다.

구글의 전략, 왜 '보이지 않는 공간'인가. 사진=lachlanturczan 인스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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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적 관점,  브랜드와 공간의 플랫폼화

이번 전시는 글로벌 브랜드 산업, 특히 럭셔리·리테일·문화 공간 산업에 근본적 전략 변화를 요구한다.

▶공간 전략의 디지털 트윈화(Digital Twin)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물리 공간의 가치가 축소되는 대신, 데이터 기반 공간 설계와 운영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다.

▶브랜드 자산의 확장 방식이 물리적 점유가 아닌 감각적 경험 플랫폼으로 전환된다. 향후 브랜드의 프리미엄 전략은 공간의 고급 자재나 인테리어보다, 기술과 데이터로 구현된 '비물질적 경험' 설계에 좌우될 것이다.

▶산업 간 경계 붕괴가 가속화된다. 테크 기업, 디자인 산업, 건축 산업, 미디어 아트가 교차하며 새로운 '감각 플랫폼 산업'을 형성할 것이다.

한국 기업에 주는 과제, 공간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

한국 기업에게 이번 전시는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K-리테일, K-컬처, K-브랜드가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공간 경쟁력이 아니라, 비가시적 공간 설계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비가시적 공간 생태계'에 대응하지 못하면 오프라인 공간 전략은 급속히 구시대적 유산으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롯데, 신세계 등 오프라인 자산 기반의 기업들은 지금이 물리 공간 전략의 디지털 전환 계기임을 인식해야 한다. 기술 인프라 투자, 데이터 기반 공간 설계 인력 확보, 글로벌 미디어 아트 콜라보레이션 전략 등이 향후 필수 전략 과제가 될 것이다.

밀라노 디자인위크 2025의 진짜 메시지는 단순하다. 공간은 더 이상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설계하고 지배하는 기업만이 미래 산업의 공간을 점유할 수 있다. 공간 산업의 종말 이후, 진짜 경쟁은 지금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