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제에서 경험으로…공간 디자인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KtN 임우경기자]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포착된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가구 산업의 개념 확장이다. 가구는 이제 물리적 사물을 넘어, 공간 안에서 사용자와 관계를 형성하는 '경험적 오브제'로 진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스타일링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디자인 산업이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재구성하는 구조적 변화로 읽힌다.
공간 디자인, '물성'보다 '관계성'의 시대로
언폼 스튜디오가 선보인 오빗 컬렉션과 액시스 조명은 가구와 조명의 물리적 형태를 넘어, 공간에서 감각적 경험을 유도하는 도구로 설계됐다. 유기적 소재와 감각적 디테일, 빛과 물성의 상호작용은 물리적 제품을 넘어선 새로운 역할을 부여한다.
이는 전통적 가구 디자인의 문법에서 벗어난 시도다. 과거 고급 가구는 소재의 희소성, 기술적 디테일, 브랜드 헤리티지로 가치를 증명했다. 그러나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5에서 주목받은 브랜드들은 오히려 '일상의 감각적 경험'을 증폭하는 장치로 가구를 재해석했다. 제품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산업적 좌표가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디자인 산업의 한계, 공간성 부재
한국 고급 가구·조명 시장은 여전히 '사물 소비' 중심에 머물러 있다. 고가 수입 브랜드의 소재 경쟁, 기능성 강조, 기술적 디테일에 집중하는 전략은 빠르게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공간 전체의 감각적 경험을 기획하고, 브랜드 고유의 철학으로 공간 서사를 구축하는 역량이 부재한 상태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2025는 이러한 한계를 명확히 드러냈다. 가구와 조명은 더 이상 독립된 사물이 아니다. 브랜드 철학을 기반으로 공간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설계하는 총체적 디자인 전략만이 고급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
고급 디자인은 '공간을 기획하는 산업'으로
앞으로 고급 가구·조명 산업은 공간적 상상력과 감각적 연출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요구하게 될 전망이다. 사물 중심 산업 구조를 넘어,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기획하는 브랜드만이 시장의 중심에 설 수 있다.
한국 디자인 산업이 감각적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공간적 사고와 총체적 기획 역량을 산업 전반에 확산시켜야 한다. 수입 브랜드에 의존하는 소비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로컬 브랜드와 디자이너가 공간을 해석하고 경험을 설계하는 창작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급선무다.
밀라노는 이미 그 전환을 시작했다. 가구는 더 이상 '사물'로 남아 있지 않다. 공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경험적 산업'으로 진화한 고급 디자인 시장의 미래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한국 디자인 산업 역시 지금이 그 출발점이다. 준비된 시장만이 다음 무대를 설계할 수 있다. 준비되지 않은 시장은 소비자로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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