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박준식기자] 페로브스카이트 베타전지 개발로 세계 최초의 원자력 기반 에너지 변환 장치를 확보한 한국이, 이제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와의 연계 전략을 통해 독립형 전력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발전소 중심 에너지 체계에서 벗어나, 원자력 기반의 초장기 전력자립 기술을 토대로 우주, 국방, 해양, 외딴 지역 산업지대까지 포괄하는 에너지 전략의 새 축이 부상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SMR)는 기존 대형 원자력 발전소와 달리, 모듈형으로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 설치가 가능하고, 300MW 이하 출력으로 운용되는 차세대 원자력 시스템이다. 미국의 뉴스케일파워(NuScale Power)와 영국의 롤스로이스 SMR이 이 시장의 선도 주자지만, 한국도 두산에너빌리티·한전기술·삼성물산이 연합한 국내 SMR 얼라이언스를 통해 독자 설계 및 실증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DGIST 인수일 교수팀의 페로브스카이트 베타전지 개발은, SMR 시스템 내에서 독립형 보조전력 공급원으로의 활용 가능성을 제시하며 핵심 기술 결합의 출발점을 제시했다. SMR의 지속 운용을 위해 필요한 센서·제어 시스템, 데이터 로깅, 냉각 제어장치 등에 베타전지가 통합되면, 기존의 배터리 기반 보조 시스템 대비 교체 없는 장기 운용이 가능해진다. 수십 년간 충전이 필요 없는 방사성 전력공급 기술이 갖는 물리적 안정성과 방사선 내성은 SMR의 운용 환경과 밀접하게 부합한다.
더욱이 페로브스카이트 기반의 전력변환 장치는 고방사선·고온·진공 환경에서도 일정 전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자로 내 측정장치 및 원격 감시 모듈에 이상적인 보조 시스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일 전지로는 수 마이크로와트에서 수 밀리와트급 출력이 가능하며, 병렬 구조 및 모듈화 기술을 통해 출력의 확장도 가능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소형 SMR 단위에 ‘N-배터리(Nuclear battery)’로서 통합 가능성을 열어준다.
국방과 항공우주 분야에서도 그 전략적 활용 가능성은 높다. 방사성 동위원소를 전원으로 사용하는 페로브스카이트 베타전지는 기존 리튬이온 기반 전지의 교체 주기를 근본적으로 무력화시키며, 무인잠수정(AUV), 극지 기지, 위성, 심해 탐사 로봇 등에 필수적인 장기 자립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특히, 현재 국방과학연구소(ADD)와 민간 방산기업들이 추진하는 ‘에너지 무기 시스템’의 지속 전력 공급원으로도 적용 가능성이 검토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이 흐름에 빠르게 호응하고 있다. 유니테스트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상용화에서 축적한 설비·공정 기술을 바탕으로, 베타전지 공정 전환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며, 2026년까지 공정 전환 라인 구축을 목표로 하는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전남중 박사팀과의 협업을 통해 확보한 200㎠ 이상의 대면적 셀 제작 기술은 향후 베타전지 모듈화에 적용될 수 있는 중요한 공정 인프라로 평가받는다.
페로브스카이트 베타전지와 SMR 기술의 결합은 단순한 융복합 기술을 넘어, 국가 에너지 체계 전반의 분산화와 자립화를 가능케 하는 구조적 전환을 예고한다. ‘거대한 중앙 발전소 → 분산된 초장기 자립 전원’으로의 패러다임 이동은, 에너지 안보와 공급망 안정성 확보라는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필연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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