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박준식기자] 한국은 지금, 페로브스카이트 베타전지의 기술 독립과 SMR 기반 분산형 원전 체계 구축을 넘어서, 세계 최초로 ‘핵융합-수소-저장’이 연결된 차세대 에너지 생태계를 실험하고 있다. 한 번 충전하면 수십 년을 작동하는 방사성 배터리와, 최소한의 위험으로 지역 단위에서 운용 가능한 소형 모듈 원자로, 그리고 무탄소 기반 연료로 각광받는 그린수소가 하나의 전력망 내에서 구조적으로 통합되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네트워크’ 구상이 본격화되고 있다.
핵심은 한국형 핵융합로 K-STAR의 축적된 기술력이다. KSTAR는 2023년 기준, 세계 최장 48초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에 성공한 바 있으며, ITER 국제 공동 개발 프로젝트에서도 실질적인 핵심 기술 주체로 활약하고 있다. 다만 핵융합은 실증과 상용화 사이의 깊은 기술적 간극을 안고 있으며, 실시간 전력 공급보다는 전력·수소 복합 생산 플랫폼으로 그 역할이 재정의되고 있다.
2025년 현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KFE)은 핵융합 반응을 통해 얻은 고열을 활용한 ‘그린수소 생산 시스템’ 설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이른바 HTGR(고온가스로)와의 연계 모델도 논의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K-STAR에서 확보된 플라즈마 열에너지로 물을 분해하고, 수소를 추출하는 무탄소 방식의 전력·수소 복합 생산 체계를 구상 중이다. 이는 SMR이나 페로브스카이트 베타전지가 제공하는 장기 전력 자립 기술과 상호 보완 구조를 갖는다.
여기에 한국형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이 결합되면서, 전력 공급의 불연속성과 수요의 변동성을 제어하는 정교한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지고 있다. 특히, 기존 리튬이온 기반 ESS의 한계를 넘어, 전고체 배터리·나트륨이온 배터리·수소저장 시스템의 병렬 구성까지 시도되고 있으며, 이는 신재생 전력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동시에 SMR 및 핵융합 전력의 피크수요 대응에도 활용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 말부터 '전력망 2.0' 정책 로드맵을 통해 이러한 복합 에너지 전환 기술의 통합 실증을 추진하고 있다. 충청권에서는 핵융합-그린수소-P2G(Power to Gas) 기술이, 전북·전남 지역에서는 SMR-ESS 복합 마이크로그리드가, 경북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기반 베타전지 중심의 방산·의료기기용 전력 시스템 실증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체계는 ‘하이브리드 에너지 자립 플랫폼(Hybrid Energy Self-Sufficiency Platform)’으로 집약된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 에너지 안보 확보, 그리고 공급망 탈중국화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한국형 전력 전략의 실체다. 특히 세계 각국이 전력망 전환의 국가 전략을 놓고 기술 블록화를 가속화하는 가운데, 한국은 핵융합·소형 원자력·방사성 전지·ESS·그린수소를 통합한 독립형 모델을 통해 기술적 자주성을 확보한 몇 안 되는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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