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김건희에게는 침묵했던 미디어… 기자회견장에서 드러난 한국 취재 시스템
[KtN 박준식기자] 2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선거후보의 기자회견은 단지 한 명의 정치인의 발언이 아닌, 대한민국 미디어의 구조적 비정상성과 취재 시스템의 균열을 드러낸 무대였다. 질문은 논점을 비껴갔고, 공보는 소통이 아니라 통제를 우선했다. 질문의 품격과 공보의 목적이 동시에 무너진 현장이었다.
기자회견은 정치인의 말보다, 언론의 태도에서 민주주의의 수준이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 등장한 질문은 대부분 정책적 핵심에서 벗어나 있었고, 일부는 개인의 평판과 사적 소문을 묻는 저급한 프레임에 머물렀다. 그에 비해 이재명 후보는 단호하되 차분한 어조로, 품격 있는 대응을 이어갔다.
그러나 근본적 질문은 오히려 언론에게 던져져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에게는 왜 같은 방식으로 묻지 않았는가. 왜 권력의 핵심에 있던 지난 3년간, 구조적 질문은 사라지고 통치자에 대한 직접적 질의는 회피되어 왔는가. 기자라면 모든 권력에 동일한 기준으로 묻는 것이 최소한의 윤리다. 질문이 선별적일 때, 언론은 감시자가 아니라 정치적 무관심을 정당화하는 도구에 불과해진다.
‘공보의 실패’와 ‘질문하지 않는 언론’의 공모
정당, 정부, 공공기관 등 정치권의 공보 시스템은 여전히 질문을 받기 위한 설계가 아니라 메시지를 유통하기 위한 틀에 머물러 있다. 회견은 공적 정보 공유가 아니라 정무적 홍보 공간이 되었고, 기자는 감시자라기보다 초대 손님에 가까운 존재로 자리 잡았다.
공보 담당자들은 질문을 사전에 걸러내고, 사후 언론보도를 관리하며, 메시지의 방향을 조정하려 한다. 기자는 접근권을 잃지 않기 위해 질문을 조절하고, 민감한 주제는 동료들 사이에서도 회피의 대상이 된다. 이런 구조에서 질문은 더 이상 권력을 향한 도구가 아니라, 기계적인 의례이자 형식에 불과하다.
질문하지 않는 언론과 통제된 공보는 ‘국민이 정보를 통제당하는 체제’를 구조화한다. 오늘날 한국 정치 보도 시스템의 가장 결정적인 결함이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것은 정치가 아니라 미디어 구조의 타락
이재명 후보의 기자회견은 미디어의 이중성과 언론권력의 편향된 감각을 드러냈다. 특정 정치인에게는 사소한 언행까지 끌어올려 되묻고, 정작 정권의 핵심 권력에는 조용했던 지난 3년의 침묵은 이제 언론의 신뢰 기반을 스스로 허문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문제에 대해 언론은 정권 초기부터 구조적 감시를 회피해왔다. 주가조작 의혹, 고위직 인사 개입 논란, 외교·법치의 일탈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이 등장한 적은 거의 없다. 이중기준은 언론의 자해다. 스스로 ‘기자’라는 명칭을 붙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직면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취재윤리 이전에 시스템 리셋
언론개혁은 기자 개인의 자질 문제로 환원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사전 각본, 통제 중심 공보관행, 질문권의 협소화, 편집권의 정치화. 이 모든 구조가 쌓이며 언론은 더 이상 권력을 감시하지 않고, 정치의 ‘형식’을 정당화하는 플랫폼으로 전락하고 있다.
정당과 정부의 공보 시스템도 개편되어야 한다. 정보는 통제 대상이 아니라 공공 자산이다. 질문은 허용 대상이 아니라 시민의 권리다. 정무적 메시지 설계와 보도자료 정제에 갇힌 지금의 공보 시스템은 민주주의에 적대적인 홍보 체제에 가깝다.
질문은 권력보다 언론에게 던져야 한다
이재명 후보에게 묻는 질문이 부당했던 것이 아니다. 문제는 왜 똑같은 방식으로 다른 권력에게는 묻지 않았는가다. 언론은 지금 이 질문 앞에서 할 말을 잃고 있다.
정치보다 더 위험한 것은 언론이 기능하지 않는 사회다. 기자가 질문을 잃을 때, 국민은 판단을 잃는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방향을 잃는다.
언론이 정치를 감시하지 않는 순간, 정치가 언론을 이용하기 시작한다. 이제 ‘이재명에게 무엇을 물을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언론은 누구에게 질문하지 않았는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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