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회복에 대한 감각, AI 기술에 대한 불안, 생계 기반 복지 감수성의 확산… 2025년 대한민국은 정치 너머에서 사회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KtN 최기형기자] 2025년의 한국은 정치적 대립을 넘어, ‘사회적 감정의 교차지대’에서 전환을 맞이하고 있다. 내란과 국정농단, 공직자 책임 회피에 대한 특검 요구는 단순한 정치 보복이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감각 회복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둘러싼 국가 차원의 투자는 기술 변화가 일상과 감정에 침투하는 방식을 선명히 드러낸다. 여기에 고용 불안과 세대별 생계 위기는 복지 감수성의 전면화를 이끌고 있다.
이 세 가지는 독립된 사안이 아니라, 동시에 움직이는 사회적 감각의 삼각형이다. 2025년 현재, 한국 사회는 정의, 기술, 생계라는 키워드가 분리되지 않고 상호 침투하는 지점에서 사회 구조를 다시 설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공정성’은 정치보다 앞서 있다
민주당이 주도한 3대 특검법 통과는 헌정질서 회복이라는 법적 절차일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오랜 시간 누적해온 정의감 회복에 대한 사회적 요구의 표현이다. 윤석열과 관련된 내란 혐의, 권력형 비위 의혹,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의 은폐 정황 등은 단순한 사법적 책임을 넘어서, 공적 권력에 대한 도덕적 신뢰 붕괴로 인식되고 있다.
2020년대 한국 사회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공정성’이라는 감각을 정치 이념이나 세대 갈등의 문제를 넘어서는 시민적 감정의 기준선으로 자리매김시켜 왔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 2022년 입시제도 공정성 논란, 2023년 군 기강 붕괴 사건은 모두 각기 다른 영역에서 제도적 불신과 공정 감각의 붕괴를 촉발한 계기였다.
이 흐름은 특정 정당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진영 논리를 초월한다. ‘공정성 회복’이라는 감각은 정치 신뢰도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시민사회의 정서 회로로 진화해 왔고, 오늘날의 특검법 통과 또한 이러한 감각이 제도 복원의 명분으로 전화된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시민이 정치 제도에 요구하는 것은 단지 권력의 교체가 아니라, 신뢰 가능한 절차와 책임성의 작동 여부다.
AI는 ‘기술’이 아니라 ‘감정’이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언급한 AI 수석비서관직 신설과 미래 전략 투자 발언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이 불러올 사회 감정의 변화에 대한 반응이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벨퍼센터의 『핵심 및 신흥기술 지수 2025』는 한국의 AI 기술력이 25개국 중 9위에 머물렀다고 분석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순위가 아니라, 그 순위가 만들어내는 집단적 불안감이다.
소셜미디어에서는 ‘AI가 내 일자리를 빼앗을까’라는 질문이 유통되고 있으며,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의 청년층은 기술에 대한 기대와 동시에 존재에 대한 위협을 함께 체감하고 있다. 기술이 ‘발전’의 상징에서 ‘생존 경쟁’의 요인이 된 시대, AI는 단순한 산업정책이 아니라 일상화된 불안감의 경로로 자리 잡았다.
교육 격차, 디지털 접근권, 지역별 정보 인프라 불균형 등으로 구체화되며, 디지털 사회 불평등의 새로운 구조를 생성하고 있다. 정부의 기술 투자 정책은 이제 기술 육성을 넘어, 사회 감정에 대한 정교한 응답 체계로 전환되어야 한다.
생계의 감각, 복지의 재정의
5월 고용지표는 한국 사회의 ‘생계 트렌드’를 극명하게 드러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월 대비 24만 개의 일자리가 증가했지만, 청년층이 선호하는 제조업 일자리는 6만 7천 개가 줄었다. 반면 60대 이상 고령자 고용은 37만 개 가까이 증가했다. 일자리 양극화는 단순한 세대 구분이 아니라, 삶의 리듬과 생존 방식 자체의 단절을 의미한다.
또한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가 23만 개 증가한 것은, 고령사회로의 전환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의 방향성을 결정하고 있다는 뜻이다. 단지 노인 일자리에 국한되지 않는다. 청년 세대 또한 돌봄, 간병, 복지 등 비정형·비정규 노동에 점점 더 많이 유입되고 있으며, 생계를 구성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은 프랑스, 핀란드, 일본 등 고령화가 앞서 진행된 국가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특히 핀란드는 복지 일자리를 ‘사회적 성장산업’으로 분류하며 민간-공공 연계 모델을 구축했고, 이는 청년세대의 고용안전망과 복지 소비 패턴을 동시에 변화시켰다.
제도의 피로, ‘새로운 사회계약’을 호출하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의 불출석 사유 논란, 방통위 위원장 관련 공직 책임 회피 등은 이제 더 이상 행정 시스템의 일탈로만 보이지 않는다. 시민들의 일상 감각에서 제도 피로 현상으로 전이되고 있다.
‘정치가 문제다’라는 담론은 ‘제도가 문제다’, 나아가 ‘계약이 없다’는 불만으로 진화하고 있다. 공무원의 성실 의무, 국회의 요구에 대한 응답 책임, 사의 반려 이후의 직무 수행 문제는 모두 시민과 제도 사이의 신뢰 계약 붕괴를 암시한다.
시민사회는 단순한 인물 교체보다, 제도 그 자체를 다시 구성하려는 사회적 열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장차 국민추천제, 개방형 공직 시스템, 사회참여형 정책 기획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정성, 기술, 생계가 재편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조건
2025년, 한국 사회는 단순히 정치적 전환기에 있지 않다. 사회적 정의 회복에 대한 감각, 기술 변화에 대한 집단적 불안감, 그리고 생존을 재구성하는 복지 감수성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조적 삼각지대에 위치해 있다.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AI 투자, 민생 추경, 그리고 3대 특검 출범은 각각 산업정책, 복지정책, 사법정책의 외피를 갖고 있지만, 그 내면에는 시민의 감각과 감정이 구조화된 새로운 사회계약의 요구가 자리 잡고 있다.
정책은 정치보다 오래 남는다. 제도는 감정 위에 쌓인다. 2025년의 한국은 정교한 설계의 초입에 서 있다. 그리고 전환기의 동력은 정당의 권력이 아니라, ‘감각을 가진 시민사회’로부터 비롯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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