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단기전문보험업 본허가 획득…130억 투자 유치로 펫보험 시장 문 연다
‘반려동물만 생각하는 보험’ 공식 출범…저렴한 보험료·실시간 청구 시스템으로 시장 판도 바꾼다
[KtN 신미희기자] 대한민국 최초의 반려동물 전문 보험사가 공식 출범하며 국내 펫보험 시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2025년 7월 11일,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소액단기전문보험업 본허가를 획득한 '마이브라운'은 본격적으로 보험 영업에 돌입할 수 있는 법적 지위를 확보했다.
마이브라운은 반려동물 보험에만 집중하는 전문 보험사로, 소액단기전문보험사 제도를 기반으로 설립된 첫 사례다. 이 제도는 자본금 20억 원 이상의 기업에 대해 생활밀착형 보험 상품을 전문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새로운 보험업 형태로, 금융당국이 혁신 금융의 일환으로 도입한 제도다. 마이브라운은 예비허가와 본허가를 모두 통과한 첫 번째 보험사로 기록됐다.
삼성화재·삼성생명 등에서 130억 원 투자 유치…“단순 설립 아닌 시장 구조 변화의 시작”
마이브라운은 2024년 3월, 삼성화재와 삼성생명 등 대형 보험사로부터 약 1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설립됐다. 펫보험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이 국내 대형 보험사의 전략적 자본을 유치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보험사 출범을 넘어 반려동물 금융의 구조 자체를 새롭게 짤 수 있는 전환점”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 내 주요 경쟁자로는 반려동물 헬스케어 기업 ‘핏펫’과, 보험업 진입을 준비 중인 ‘파우치보험준비법인’ 등이 꼽힌다. 하지만 마이브라운이 최초 본허가를 획득한 데다, 전문성과 자본력을 동시에 확보한 만큼 사실상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험업계 “제도는 허용됐지만 규제의 벽은 여전히 높다”…보험기간·한도 제약 ‘진입 장벽’으로 작용
마이브라운의 출범이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도 불구하고, 펫보험 산업의 성장에는 여전히 제도적 걸림돌이 존재한다. 현행 소액단기전문보험업 제도는 ▲보험기간 1년 이내 ▲보험금 한도 5,000만 원 ▲연간 총 보험료 수입 500억 원 이하 등의 조건을 둔다. 이러한 조건은 보험 상품의 유연성을 제한하며, 신규 플레이어들에게는 구조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산업 내 보험 규제 전문가 C씨는 “소액단기라는 이름처럼 단기 계약 중심의 구조이기 때문에 반려동물의 생애 주기를 고려한 장기 보험 설계가 사실상 어렵다”며 “펫보험의 실질적 기능 구현을 위해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의료비 기준 ‘불투명’…동일 질병이라도 병원 따라 치료비 천차만별
펫보험 시장의 제도적 한계는 단지 보험업법에 그치지 않는다. 가장 근본적인 과제로는 ‘반려동물 진료비의 표준화’ 문제가 거론된다. 현재 반려동물 진료 항목에는 수의료 표준 수가체계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동일 질병에 대한 치료비가 병원 간 수십만 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서울 마포구에서 반려견을 키우고 있는 직장인 김모(35) 씨는 “A동물병원에서는 슬개골 수술이 40만 원인데, 인근 B병원은 90만 원을 요구했다. 진료비 기준이 없어 소비자로서 너무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진료비 기준이 제각각인 상황은 손해율 예측과 보험료 산출에 큰 부담을 준다. 결국 이는 상품 개발을 가로막고, 가입자에게 불투명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업계 “의료비 투명화가 열쇠”…공정한 시장 형성 위한 ‘표준 수가 체계’ 절실
보험업계는 마이브라운의 출범을 계기로 반려동물 의료비 표준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에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으로 수의료 표준 진료항목 마련에 착수한 상황이지만, 구체적인 로드맵은 아직 미비하다.
마이브라운 관계자는 “보험금 산정의 신뢰성과 소비자 보호 강화를 위해 표준 수가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정부, 지자체, 수의업계와 협력해 기준 마련에 기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마이브라운의 본허가 획득은 단순한 기업 성장이 아닌 산업 구조 재편의 서막이다.
보험과 반려동물 산업이 만나는 지점에서, 대한민국은 이제야 첫 발을 내디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