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열리는 K-POP ‘목적지형 이벤트’
[KtN 김동희기자] 2025년 6월, 세븐틴과 블랙핑크가 싱가포르 국립경기장에서 각각 5만5천석 규모의 공연을 잇달아 성사시켰다. 이는 단지 팬덤의 힘이거나 아티스트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공연 그 자체가 도시의 지형을 바꾸고, 도시의 서사가 공연과 함께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K-POP의 라이브 공연은 음악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일종의 ‘문화 기반 도시 전략’이자, 글로벌 소비 트렌드의 중심축으로 진화하고 있다.
‘K-POP 공연’이라는 말은 더 이상 단순한 콘서트를 의미하지 않는다. 2019년 방탄소년단(BTS)의 내한 공연을 시작으로, 블랙핑크(2023), 스트레이 키즈(2024), 세븐틴·블랙핑크(2025)로 이어지는 국립경기장 투어는 ‘싱가포르를 위한 공연’이 아니라, ‘싱가포르로 가기 위한 공연’으로 진화해왔다. 즉, 공연 그 자체가 관광의 목적이 되는 ‘목적지형 이벤트(Destination Event)’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정량적 수치로도 입증된다. 티켓마스터 싱가포르에 등록된 K-POP 공연 수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사이 250% 증가했다. 트와이스, 아이유, 뉴진스 등 주요 아티스트들은 공연장이 매진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몇 시간 단위’로 줄여가고 있다. 가수 아이유는 2024년 싱가포르 실내체육관 공연을 단 3시간 만에 매진시키며 팬들의 티켓 경쟁력을 증명했고, 블랙핑크와 세븐틴은 국립경기장이라는 도시 최대 공연장을 단독으로 점령했다.
이러한 흐름의 핵심에는 단순한 ‘콘서트 소비’가 아닌, 공연을 둘러싼 종합적 체험이 있다. 해외 팬들은 공연 하루 전 싱가포르에 입국하고, 공연장 근처에 머물며 포토존, 팝업스토어, 팬 이벤트, 아티스트 관련 관광 코스를 체험한다. 현지 팬들도 공연 당일 입장뿐 아니라 MD 판매, 팬카페 주최 이벤트, 생일 카페 등을 동선화하며 일종의 축제 일정을 구성한다. 공연이 단일 이벤트가 아니라, ‘소비–이동–관광–기억’이라는 일련의 연쇄 소비 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K-POP 공연은 도시경제의 한 축으로 편입되고 있으며, 싱가포르 관광청(STB)도 이에 대한 대응을 전략화하고 있다. 방탄소년단 진의 뮤직비디오를 싱가포르 관광청과 공동 제작하거나, 세븐틴 콘서트 기간 동안 마리나베이샌즈(MBS)의 외벽을 그룹 색상으로 점등하는 방식은 국가 차원의 콘텐츠 협업 전략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는 공연이 도시 인프라와 결합하며 브랜딩, 관광, 소비를 동시에 견인하는 전방위 문화로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여기서 주목할 지점은 ‘무대 뒤의 경제’다. 현지 제작 인력의 이탈로 고전하는 싱가포르 로컬 공연계와 달리, K-POP 투어는 대부분의 기술·무대·조명 인력을 한국에서 동반하며 현지 인력 공백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는 단순한 우위가 아닌 구조적 차별성으로, K-POP 공연이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품질과 연출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 배경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팬들은 어느 도시에서든 '표준화된 감동'을 경험할 수 있고, 기획사는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 도시 자체는 무엇을 얻는가. 답은 간단하다.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과 ‘고부가 소비 확대’다. 고가의 공연 티켓, 숙박비, 굿즈 소비, 현지 교통과 F&B(식음료) 이용은 공연 주간에 도시 전체의 경제 흐름을 바꾸는 효과를 낳는다. 팬 1인의 도시 체류 평균 소비액은 수백 달러에 이르며, 공연 개최가 도시의 분기별 관광 매출에 직접 기여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싱가포르 관광청은 이미 K-POP 공연을 주요 유치 콘텐츠로 간주하고, 공공 지원 정책의 대상으로 포함시키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문화의 산업화–관광화–도시화’ 전략은 싱가포르 사례에서 매우 정밀하게 작동하고 있다. 단순히 해외 공연을 유치하는 수준을 넘어서, 공연 자체를 지역경제 재편의 도구로 활용하는 모델은 K-POP 콘텐츠가 어떻게 산업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이 정부는 향후 지방공연장과 연계된 ‘한류 목적지형 이벤트’를 기획·지원하는 방식으로, 국내 콘텐츠를 지역경제 성장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공연은 더 이상 무대 위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관객이 움직이고, 도시가 반응하며, 정부가 설계하는 시대다. K-POP은 그 한복판에서 도시의 리듬을 바꾸고 있다. 싱가포르가 그 무대가 되었고, 동남아시아가 그 관객석으로 확장되고 있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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