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산업을 넘어 ‘서사’를 가질 때
[KtN 기획] 시장 전략의 재구성 – 글로벌 유통, B2C, 브랜드 플랫폼화

리메드  기업은 “질병 치료”라는 정통 의료기기의 본령에서 출발해, “심리 회복”을 향한 확장, 그리고 “자기 돌봄”이라는 감각 기반 시장으로의 전환까지 이어지는 특이한 서사구조를 형성해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리메드  기업은 “질병 치료”라는 정통 의료기기의 본령에서 출발해, “심리 회복”을 향한 확장, 그리고 “자기 돌봄”이라는 감각 기반 시장으로의 전환까지 이어지는 특이한 서사구조를 형성해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박준식기자] 전자약 전문기업 리메드가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리메드의 연혁은 단지 기술개발의 연속이 아니다. 이 기업은 “질병 치료”라는 정통 의료기기의 본령에서 출발해, “심리 회복”을 향한 확장, 그리고 “자기 돌봄”이라는 감각 기반 시장으로의 전환까지 이어지는 특이한 서사구조를 형성해왔다. 의료기기가 단순한 기술 제품이 아닌, 시대 감수성과 서사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리메드는 입증해왔다.

2003년 설립 당시 리메드의 핵심 기술은 경두개자기자극(TMS) 장치였다. 이 기술은 우울증, 불면증, 치매 등 중추신경계 질환에 대한 신경조절 치료를 목표로 설계되었다. 초기 제품은 국내 병원 납품과 보험 수가 등록을 기반으로 의료기관 중심 시장에 집중되었고, 연구개발(R&D) 투자율은 매출의 30%에 달했다. 이 시기 리메드의 서사는 명확했다. “과학으로 신경을 조절하고, 증상을 개선한다.”

창업자 이근용 박사의 2기 경영 복귀 이후, 리메드는 기술의 용도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정신의학의 경계를 넘어 만성통증 치료(NMS), 근골격계 재활(ESWT), 심지어 에스테틱 자기자극기(CSMS)까지 시장을 넓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창업자 이근용 박사의 2기 경영 복귀 이후, 리메드는 기술의 용도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정신의학의 경계를 넘어 만성통증 치료(NMS), 근골격계 재활(ESWT), 심지어 에스테틱 자기자극기(CSMS)까지 시장을 넓혔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그러나 리메드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창업자 이근용 박사의 2기 경영 복귀 이후, 리메드는 기술의 용도를 확장하기 시작한다. 정신의학의 경계를 넘어 만성통증 치료(NMS), 근골격계 재활(ESWT), 심지어 에스테틱 자기자극기(CSMS)까지 시장을 넓혔다. 이후 출시된 Cleo V1은 뷰티 전자약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정의했고, ‘치료’에서 ‘감정 설계’로 기업 서사의 방향축이 이동했다.

리메드는 제품이 아니라 기술의 사용 맥락을 다시 쓰고 있다. 뇌를 자극하는 기술은 더 이상 병원에서만 쓰이지 않는다. 소비자는 이제 집에서, 자기 손으로, 자기 감정을 다루기 위한 용도로 이 기술을 사용한다. Cleo V1은 이러한 흐름의 결정체다. 이 제품은 의료기기의 형식을 유지하면서도 뷰티 루틴, 감정 구조, 생활 패턴과 긴밀히 연결된다. 이는 기술이 ‘물리적 증상’을 넘어 ‘감각적 자아’를 조율할 수 있다는 기업의 내러티브를 반영한다.

이 같은 내러티브 변화는 마케팅 언어, 사용자 인터페이스, 제품 구조 전반에 드러난다. 초기 TMS 제품 설명서가 ‘우울증 환자 대상 시술’ 중심이었다면, Cleo V1의 언어는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기분’, ‘하루를 정돈하는 루틴’ 등 감정 중심의 문장으로 구성된다. 기술 자체는 동일하지만, 사용자가 이를 어떻게 의미화하느냐에 따라 제품은 전혀 다른 정체성을 갖게 된다.

리메드는 기술 기반 의료기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서사 중심 브랜드’로 진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리메드는 기술 기반 의료기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서사 중심 브랜드’로 진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여기서 리메드가 취한 전략은 단순한 시장 확장이 아니다. 리메드는 기술 기반 의료기기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서사 중심 브랜드’로 진화하는 길을 선택했다. 기업 연혁서에 수록된 인터뷰, 임직원 회고, 제품 개발자들의 기록에는 기술적 성취보다 ‘의미의 전환’, ‘사용자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키워드가 반복된다. 리메드가 의료기기를 만든다는 사실보다, 그 기기를 통해 ‘무엇을 회복할 수 있는가’를 묻는 기업으로 재정립되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서사 전략은 특히 뷰티 전자약 시장에서 차별적인 경쟁력을 형성한다.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은 많지만, 기술을 감정과 연결해 브랜드 언어로 풀어내는 기업은 드물다. 리메드는 ‘감정 기반 설계’, ‘자가 루틴에 적합한 기술’, ‘과학적 근거가 있는 위로’라는 독자적 좌표를 확보하며, 시장의 감정적 요구를 과학의 언어로 번역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리메드의 사례는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소비재로 진입하기 위해 어떤 내러티브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답안을 제공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리메드의 사례는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소비재로 진입하기 위해 어떤 내러티브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답안을 제공한다.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 트렌드 분석: 기술 서사가 브랜드 자산이 되는 시대

리메드의 20년은 단순한 실적 곡선이 아니라 ‘기술이 서사가 되는 시대’에 대한 예고였다. 최근 전자약, 바이오센서, 디지털 치료기기(DTx) 등 의료기기 분야는 제품 자체보다 ‘어떻게 설명되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위치가 달라지고 있다. 브랜드는 더 이상 로고나 광고가 아니라, 기술이 만들어내는 사용자의 감정적 맥락과 서사적 흐름 그 자체다.

리메드의 사례는 한국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소비재로 진입하기 위해 어떤 내러티브 전략을 채택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답안을 제공한다. 2025년 이후 디지털 헬스 시장은 기능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경험 중심에서 정체성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Cleo V1은 기술, 경험, 정체성을 아우르는 서사의 첫 모델이다. 그리고 이 모델은 앞으로 뷰티와 헬스케어의 경계를 넘어, 감정 기반 소비의 경제 구조 전체를 흔들 가능성을 지닌 시금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