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넘나드는 ‘멀티도메인’ 전략의 실험

Morgan Wallen ‘What I Want’(10위). 사진=Billboar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Morgan Wallen ‘What I Want’(10위). 사진=Billboar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 2025년 8월 9일자 빌보드 핫100 차트. 이름을 한 줄씩 훑다 보면, 모건 월런(Morgan Wallen)이라는 글자가 끝없이 반복된다. 3위 ‘What I Want’부터 77위 ‘TN’까지, 무려 11곡이 동시에 차트에 올라 있다. 컨트리 싱어송라이터의 이름이 힙합, 팝, 라틴을 압도하며 차트를 점령하는 광경은 이제 낯설지 않다.

컨트리는 장르가 아니라 ‘플랫폼’

모건 월런의 존재감은 단순한 인기의 척도가 아니다. 그의 음악은 전통적 컨트리 라디오뿐 아니라 팝, 힙합 채널까지 스며들었다. 20위 ‘I Had Some Help’에서는 포스트 말론과 손을 잡았고, 이번 주 21위로 재진입한 ‘Miami’에서는 릴 웨인과 릭 로스를 불러냈다.

내슈빌은 더 이상 특정 장르의 본거지가 아니다. 컨트리는 월런의 손에서 하나의 ‘음악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장르의 경계는 흐려지고, 협업과 크로스오버는 전략적 확장 수단이 됐다.

11곡 동시 차트인, 어떻게 가능한가

이번 주 월런의 차트인 곡은 다음과 같다.

상위권: ‘What I Want’(3위), ‘Just In Case’(5위), ‘I Had Some Help’(20위)

중위권: ‘Miami’(21위), ‘I Got Better’(24위), ‘Love Somebody’(46위)

하위권: ‘20 Cigarettes’(52위), ‘I Ain’t Coming Back’(57위), ‘Superman’(69위), ‘TN’(77위)

이 곡들은 발매 시점이 제각각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발매 후 꾸준히 라디오와 스트리밍에서 순환하며 차트 체류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특히 컨트리 라디오에서 장기 재생된 곡이 팝 라디오로 건너가면서 청취자 층이 확장된다.

피처링의 계산법

월런은 피처링을 ‘장르 확장’의 도구로 쓴다. 포스트 말론과의 협업은 팝과 얼터너티브 팬층을 끌어들이고, 릴 웨인·릭 로스와의 트랙은 힙합 라디오와 플레이리스트 진입을 가능하게 했다.

이 방식은 전통적인 컨트리 스타들이 꺼리던 전략이다. 과거 컨트리 업계에서는 ‘순수성’이 중요한 가치였지만, 월런은 이를 과감히 깨뜨렸다. 그 결과, 그는 컨트리 팬덤을 잃지 않으면서도 힙합·팝 팬층을 동시에 흡수했다.

Love SomebodyMorgan Wallen, 사진=billboar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Love SomebodyMorgan Wallen, 사진=billboard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데이터로 본 ‘멀티도메인’ 효과

음악 데이터 분석업체 ChartMetrics에 따르면, 월런의 피처링 곡은 단독곡 대비 첫 주 스트리밍에서 평균 28%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라디오 재생 역시 두 장르 이상에서 포맷을 넘나드는 경우, 단일 장르 대비 평균 1.5배 오래 유지됐다.

결국 월런의 전략은 ‘다중 접점’을 확보하는 것이다. 단일 포맷에 머물면 차트 수명은 짧아지지만, 여러 장르를 오가면 발매 후 6개월 이상 차트에 머무를 가능성이 커진다.

내슈빌의 전략 교본

월런의 성공은 내슈빌 음악 산업에도 변화의 신호탄이 됐다. 과거 내슈빌은 컨트리 중심의 폐쇄적 제작 시스템을 고수했다. 그러나 월런 사례 이후, 대형 매니지먼트와 레이블은 팝·힙합 제작진과의 세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한 컨트리 라디오 PD는 “이제는 컨트리가 다른 장르에 ‘초대받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장르가 컨트리 무대에 ‘참여하는’ 시대”라며 “월런은 그 전환점을 만든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제국화의 다음 단계

전문가들은 월런이 앞으로도 ‘멀티도메인’ 전략을 강화할 것으로 본다. 2026년 투어에서는 팝과 힙합 아티스트를 오프닝 게스트로 세우고, 세트리스트에도 크로스오버 곡을 대거 포함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컨트리 장르의 제국화를 알리는 선언에 가깝다.

컨트리는 더 이상 미국 남부의 고유 문화에 머물지 않는다. 월런의 차트 점령은 하나의 신호다. 이 장르가 세계 팝 시장의 ‘플랫폼’으로 기능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