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MIHYO GALLERY 출품 2020년 유화·2023년 혼합매체 병치…몸의 흔적에서 자기 안의 우주까지

[LOEWE FOUNDATION] 로에베가 미술관으로 간 이유.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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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박준식기자]붉은 유채가 53.0×34.5cm 캔버스를 가득 덮고, 머리카락처럼 길게 내려온 선들이 신체의 윤곽을 삼킨다. 미나(MINA)의 2020년작 ‘RED-Your Own Universe Persona’는 얼굴을 지운 자리에서 몸의 시간을 드러내는 회화다. 미나는 6월 18일부터 21일까지 울산전시컨벤션센터(UECO)에서 열리는 2026 울산국제아트페어(UiAF 2026)에 KIMMIHYO GALLERY D19 부스를 통해 참여하며, 2020년 유화와 2023년 혼합매체 작업을 함께 선보였다.

MINARED-Your Own Universe Persona 53.0×34.5cm Oil on Canvas 2020
MINARED-Your Own Universe Persona 53.0×34.5cm Oil on Canvas 2020

울산에 놓인 두 작품은 같은 제목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시간과 물성을 지닌다. ‘RED-Your Own Universe Persona, Oil on Canvas, 53.0×34.5cm, 2020’은 붉은 유채의 밀도와 선의 반복으로 신체의 잔상을 붙잡는다. ‘RED-Your Own Universe Persona, Mixed Media on Canvas, 120×72cm, 2023’은 좌우로 대응하는 인체 형상과 중앙의 붉은 축을 통해 자아가 하나의 얼굴로 고정되지 않는 구조를 만든다. 2020년작이 몸의 감각을 유채 표면에 압축했다면, 2023년작은 몸의 분열과 반사를 더 넓은 구성 안으로 밀어낸다.

최근 아트페어 현장은 단순한 판매 부스의 집합에서 벗어나 작가의 서사와 매체 확장성을 함께 보여주는 전시형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회화 한 점의 완성도만으로 작품을 설명하기보다, 작가가 어떤 이미지 체계를 축적해 왔는지, 회화가 퍼포먼스·디지털 페인팅·미디어아트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 컬렉터가 작품을 어떤 서사 안에서 소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졌다. UiAF 2026 역시 회화·조각·설치·공예·미디어아트를 한 전시장에 배치하며 지역 아트페어의 외연을 넓히는 흐름 안에 놓인다.

미나의 ‘RED’는 이런 전시 흐름과 맞닿아 있다. 붉은 유채 회화는 물성의 밀도를 전면에 세우고, 혼합매체 작업은 자아와 페르소나의 구조를 확장한다. 회화, 디지털 페인팅, 퍼포먼스, 미디어아트를 오가며 이어진 미나의 작업 방식은 하나의 장르 안에 머무르기보다 신체와 자아의 감각을 여러 매체로 변주해 온 흐름에 가깝다. 아트페어의 빠른 동선 안에서도 작품이 단순한 색채 이미지로 머물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MINARED-Your Own Universe Persona 53.0×34.5cm Oil on Canvas 2020
MINARED-Your Own Universe Persona 53.0×34.5cm Oil on Canvas 2020

2020년작에서 붉은색은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안료는 몸을 덮고, 몸의 경계를 흐리며, 다시 몸의 흔적을 표면 위로 밀어 올린다. 한 가지 색으로 밀어붙인 듯 보이는 표면 안에는 짙은 적색과 어두운 적갈색, 빛을 머금은 선명한 붉은 층이 겹쳐 있다. 유채 특유의 점성과 광택은 붉은색을 납작하게 가라앉히지 않는다. 빛이 비스듬히 닿을 때마다 붓질의 방향과 긁힌 자국이 다시 떠오르고, 붉은색은 작품 전체를 움직이는 물질로 남는다.

중앙부에는 위에서 아래로 길게 내려오는 선들이 밀집해 있다. 가늘고 촘촘한 선들은 머리카락을 떠올리게 하지만, 특정 대상을 설명하는 묘사로 닫히지 않는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선은 넓은 곡선을 이루며 휘어지고, 하단에서는 둥글게 감기듯 안쪽으로 말려든다. 손의 반복, 물감의 저항, 몸의 압력이 한 표면 위에 함께 축적된 흔적에 가깝다.

신체는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신체성은 작품 안에 짙게 남아 있다. 중앙의 수직 흐름은 늘어진 머리카락이나 몸의 중심축처럼 읽히고, 오른쪽의 둥근 곡선은 어깨와 등, 회전하는 몸의 잔상을 떠올리게 한다. 하단의 말림은 정지된 형체보다 지나간 동작의 여운에 가깝다. 미나는 인체를 또렷하게 그려 넣기보다 몸이 남긴 접촉과 마찰을 붉은 유채의 결로 옮긴다.

붉은색이 불러오는 감각도 단순하지 않다. 피와 열, 생명과 상처, 욕망과 긴장이 함께 떠오르지만, 감정은 바깥으로 터져 나오기보다 캔버스 안쪽으로 가라앉는다. 선의 움직임은 많지만 구성은 절제돼 있다. 강한 색채와 조용한 구조가 맞물리면서 작품의 긴장이 생긴다. 미나의 붉은색은 감정의 상징에 머물지 않고, 신체와 존재가 캔버스에 남기는 시간을 유채의 결로 끌어낸다.

MINARED-Your Own Universe Persona 53.0×34.5cm Oil on Canvas 2020
MINARED-Your Own Universe Persona 53.0×34.5cm Oil on Canvas 2020

53.0×34.5cm의 크기는 관람 방식을 바꾼다. 멀리서 시선을 압도하는 대형 회화가 아니라, 가까이 다가가 표면을 살피게 하는 작품이다. 붉은 유채의 두께, 가늘게 남은 선, 빛을 따라 드러나는 광택의 차이, 물감이 밀린 방향이 작품을 읽는 단서가 된다. 최근 컬렉팅 흐름에서도 작가의 이름값이나 이미지의 즉각성만큼이나 작품 표면의 밀도, 제작 과정의 흔적,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작업 세계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미나의 2020년작은 작은 크기 안에서 그런 판단 기준을 직접 시험하게 하는 회화다.

‘Your Own Universe Persona’라는 제목은 별이나 행성의 이미지로 직접 드러나지 않는다. 자아는 초상으로 고정되지 않고, 붉은 막 아래에 잠긴 감각으로 남는다. 여러 방향으로 흐르는 선들은 하나의 중심으로 쉽게 모이지 않는다. 하나의 몸 안에 겹친 시간, 드러나지 않은 얼굴, 붉은 표면 아래에서 흔들리는 내면의 층위가 작품을 구성한다.

MINARED-Your Own Universe Persona Mixed Media on Canvas 120×72cm2023
MINARED-Your Own Universe Persona Mixed Media on Canvas 120×72cm2023

2023년 혼합매체 작업은 2020년 유화가 품고 있던 몸의 감각을 더 넓은 구조로 확장한다. 120×72cm의 가로형 캔버스에는 좌우로 대응하는 인체가 배치되고, 중앙에는 붉은 수직 축이 세워진다. 회색과 옅은 노란색으로 처리된 몸은 완전한 육체보다 투영된 형상에 가깝다. 마주 선 두 형상은 타인처럼 놓였지만, 제목의 ‘Persona’는 시선을 다시 자기 안으로 돌린다.

중앙의 붉은 축은 두 형상을 단순히 나누지 않는다. 축은 분리선이면서 연결면이다. 좌우의 몸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처럼 놓였지만 완벽한 대칭으로 안정되지 않는다. 흐릿한 얼굴, 반투명하게 겹친 몸, 캔버스를 가로지르는 선들은 한 사람의 정체성이 하나의 윤곽으로 고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회화 구조 안에 남긴다. 미나의 ‘RED’가 자아를 다루는 방식은 얼굴의 재현보다 몸의 분열과 반복에 가깝다.

두 작품을 함께 놓으면 미나의 ‘RED’ 연작이 색채 실험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 드러난다. 2020년작은 붉은 안료가 몸을 만들고 지우는 원초적인 층위를 보여준다. 2023년작은 몸이 둘로 갈라지고, 중앙의 붉은 축을 사이에 두고 다시 마주 서는 구조를 통해 나와 타인의 경계를 흐린다. 유채의 결에서 시작된 신체의 흔적은 혼합매체 작업에서 페르소나의 구조로 확장된다.

아티스트 미나(Mina).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아티스트 미나(Mina).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본지가 이어 온 미나 관련 취재에서도 ‘RED-Your Own Universe Persona’는 회화, 디지털 페인팅, 퍼포먼스, 미디어아트를 오가며 확장돼 온 연작으로 다뤄져 왔다. 미나는 몸을 단일한 형상으로 고정하지 않고, 움직임과 감각, 자아의 균열과 회복을 서로 겹치는 방식으로 풀어왔다. 이번 UiAF 2026 출품은 확장된 작업 흐름 가운데 회화의 물성과 신체의 흔적을 다시 전면에 놓은 자리다.

UiAF 2026은 울산전시컨벤션센터 전관에서 열리는 울산 최대 규모 미술 행사로, 6월 18일 개막해 21일까지 이어진다. 올해 페어에는 국내외 108개 부스와 회화·조각·설치·공예·미디어아트 등 4,000여 점의 작품이 모였다. 대형 설치와 특별전, 주요 갤러리의 출품작이 관람 동선을 넓히는 가운데 미나의 작업은 다른 방식으로 존재한다. 작품의 무게는 규모보다 표면의 밀도, 몸의 흔적, 자기 안의 타인을 마주하는 감각에 놓인다.

아트페어 현장은 작품을 오래 붙잡고 보기 쉽지 않은 조건도 함께 지닌다. 관람객은 부스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고, 작품은 설치 위치와 판매 가능성, 갤러리의 제안 방식, 작가 인지도 속에서 동시에 평가된다. 미나의 ‘RED’는 빠른 동선 안에서 색채로 먼저 시선을 세우고, 가까이 다가온 관람자에게 표면의 결을 내준다. 붉은색의 즉각성은 관람 진입을 열어주지만, 자아와 페르소나, 신체의 흔적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관람자의 시간을 요구한다.

 

지역 아트페어가 국제 미술 흐름과 만나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대형 작가와 고가 작품만으로 시장성을 말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 관람객과 초보 컬렉터가 작품을 이해하고 체류할 수 있는 전시형 구성이 늘고 있다. 특별전, 도슨트, 아트 토크, 체험형 프로그램은 작품 감상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작가에게는 자신의 작업 세계를 더 넓은 관람층에게 설명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미나의 ‘RED’는 강한 색채로 관람자를 끌어들이면서도, 가까이 볼수록 신체와 자아의 층위를 읽게 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이런 흐름과 맞물린다.

‘RED-Your Own Universe Persona’는 완성된 신체를 보여주는 회화가 아니다. 몸이 사라진 뒤에도 남는 압력, 머리카락처럼 흘러내리는 선, 피부처럼 눌린 유채의 표면, 붉은색 안쪽에 가라앉은 내면의 잔상을 붙잡은 작품이다. 2020년 유화는 몸의 시간이 캔버스에 남는 방식을 보여주고, 2023년 혼합매체는 페르소나가 하나의 얼굴에 머물지 않는 구조를 제시한다. KIMMIHYO GALLERY D19 부스에 놓인 두 작품은 미나가 오래 붙들어 온 몸과 존재, 자기 안의 또 다른 우주를 붉은 회화의 표면 위에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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