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권 수출 중심의 기존 한류 구조 한계 직면…영상·쇼핑 결합한 현지 커머스 환경이 소비 패러다임 전환 주도

[칼럼] 시청에서 구매로, K-콘텐츠의 미래 비추는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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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전성진기자]베트남 숏드라마 시장에서 중요한 변화는 조회수 증가가 아니다. 짧은 영상이 시청 시간을 붙잡는 데서 멈추지 않고, 상품 클릭과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 통로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K-콘텐츠가 베트남에서 마주한 시장은 완성작을 팔고 현지 반응을 기다리던 과거의 수출 무대가 아니다. 드라마 한 장면이 발견, 시청, 공유, 구매를 한 번에 움직이는 모바일 커머스 시장이다.

베트남 이커머스 시장은 이미 콘텐츠 산업의 주변부가 아니다. 2025년 베트남 4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 틱톡숍, 라자다, 티키의 총거래액은 전년 대비 34.75% 증가한 429조7000억 동 규모로 집계됐다. 쇼피는 56.04%의 점유율로 선두를 지켰고, 틱톡숍은 2024년 29%에서 2025년 41.31%로 올라섰다. 짧은 영상과 쇼핑을 결합한 틱톡숍의 성장은 베트남 소비 시장에서 콘텐츠와 구매가 얼마나 빠르게 붙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튜브 쇼핑의 확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베트남에서 유튜브 쇼핑은 출시 1년 만에 쇼핑 관련 시청 시간이 500% 이상 늘었고, 유튜브와 쇼피의 협업은 수백만 건의 영상과 240만 개 이상의 상품 태그로 이어졌다. 영상은 더 이상 광고를 붙이는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소비자가 장면을 보다가 상품으로 이동하는 구매 화면이 되고 있다.

K-드라마의 해외 수출은 오랫동안 판권 판매와 플랫폼 유통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제작사는 완성작을 만들고, 해외 플랫폼은 방영권을 사며, 현지 시청자는 정해진 서비스 안에서 작품을 봤다.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에서는 순서가 달라진다. 시청자는 작품명을 검색하기 전에 틱톡, 유튜브 쇼츠, 페이스북 릴스에서 잘린 장면을 먼저 만난다. 갈등 장면을 보고, 댓글을 읽고, 비슷한 클립을 넘기다가 상품 태그와 구매 링크까지 접한다. 감상과 구매 사이의 거리가 짧아진 셈이다.

베트남 숏드라마의 수익 공식도 직접 결제 중심으로 짜기 어렵다. 2026년 5월 28일 배포된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비즈니스센터 보고서는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에서 인앱 결제를 결제 저항과 불법 유통 이탈 탓에 적합성이 낮은 모델로 분류했다. 반면 브랜드 간접광고와 소셜커머스 연계는 현지 시장 적합성이 매우 높은 모델로 제시됐다. 드라마 화면에서 틱톡숍 같은 구매 링크로 이동하는 방식이 영상 시청과 쇼핑이 붙어 있는 현지 소비 흐름에 맞기 때문이다.

[칼럼] 시청에서 구매로, K-콘텐츠의 미래 비추는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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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는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조회수만으로는 사업이 되지 않는다. 수백만 조회수가 나와도 결제 전환이 낮고 불법 재유통이 빠르면 제작사는 손익을 맞추기 어렵다. 반대로 조회수가 상대적으로 작아도 완주율, 공유율, 상품 클릭률, 구매 전환율이 높으면 사업성은 달라진다.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에서 앞으로 더 중요한 숫자는 누적 재생 횟수 하나가 아니다. 시청자가 어느 장면에서 멈추고, 어느 대사에 반응하고, 어느 상품을 눌렀는지다.

K-드라마 지식재산권(IP)의 기획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여러 회차에 걸쳐 감정선을 쌓아가는 기존 드라마 문법은 숏드라마 기반 커머스 환경에서 느리게 작동할 수 있다. 복수극의 변신, 재벌가 만남을 앞둔 스타일링, 첫 출근 전 메이크업, 이별 뒤 생활 공간을 바꾸는 장면처럼 인물의 욕망과 변화가 짧은 시간 안에 드러나는 구간이 중요해진다. 상품이 장면 밖에서 튀어나오면 광고가 되지만, 인물의 변화와 욕망을 설명하면 서사의 일부가 된다.

K-뷰티와 패션은 베트남 숏드라마와 결합하기 쉬운 상품군이다. 립 컬러, 피부 표현, 의상, 액세서리, 헤어 스타일링은 세로형 영상 안에서 즉각적으로 보인다. 숏드라마의 짧은 회차는 상품의 사용 전후 변화와 인물의 감정 변화를 동시에 보여주기에 적합하다. 베트남에서 K-뷰티와 K-패션은 드라마 밖의 부가 상품이 아니라 드라마 안에서 인물의 변화와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연결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현지 Z세대의 소비 특성도 이 구조를 밀어 올린다. 유넷미디어와 유넷ECI가 공개한 베트남 이커머스 소비 분석에서 Z세대의 51%는 새 상품을 고를 때 소셜미디어 바이럴 트렌드의 영향을 받았고, 55%는 구매 전 팔로워 1만~10만 명 규모의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리뷰를 참고한다고 답했다. 현지 인플루언서를 드라마에 캐스팅하는 일은 단순한 출연진 구성이 아니다. 팬덤, 리뷰, 리액션 영상, 상품 태그를 하나의 유통 경로로 묶는 설계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베트남에서 준비해야 할 것은 작품 목록이 아니라 경로 설계다. 대본 단계에서 상품 카테고리를 정하고, 촬영 단계에서 세로형 클립에 맞는 얼굴·손·질감·사용 전후 장면을 설계해야 한다. 편집 단계에서는 상품 태그가 붙을 지점과 다음 회차로 넘어가게 만드는 절단점을 함께 잡아야 한다. 공개 단계에서는 쇼피, 틱톡숍, 유튜브 쇼핑, 현지 인플루언서 리뷰, 라이브커머스가 동시에 움직여야 한다. 콘텐츠팀과 커머스팀이 따로 움직이면 조회수는 남아도 매출은 남지 않는다.

[칼럼] 시청에서 구매로, K-콘텐츠의 미래 비추는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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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협업의 성격도 달라진다. 한국 기업은 IP 기획, 장르 설계, 촬영·편집, 미장센, K-뷰티·패션 브랜드 연결에서 강점을 갖는다. 베트남 파트너는 쇼피와 틱톡숍 운영, 상품 등록, 결제, 배송, 반품, 소비자 응대, 댓글·리뷰 분석에서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공동 제작은 배우 섭외와 로케이션 지원에 머무를 수 없다. 숏드라마가 커머스로 이어지는 순간, 제작 협업은 유통·판매 협업으로 확장된다.

규제 대응력도 주요 과제로 남는다. 베트남 시행령 147호는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서비스 사업자에게 이용자 인증, 콘텐츠 관리, 위법 콘텐츠 삭제 대응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관련 법률 분석은 당국 요청이 있을 경우 위법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24시간 안에 제거해야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독자 앱을 운영하는 해외 기업은 마케팅비뿐 아니라 심의, 데이터 관리, 지식재산권 침해 모니터링, 삭제 요청 대응 체계까지 갖춰야 한다.

베트남은 더 이상 한국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빈 시장이 아니다. 중국계 숏드라마 플랫폼은 이미 세로형 문법을 실험했고, 베트남 로컬 제작사는 현지 배우와 밈, 고전 서사를 결합한 자체 IP를 만들고 있다. 커머스 플랫폼은 짧은 영상 안에 구매 링크를 붙이고, 크리에이터는 리뷰와 라이브커머스로 소비자를 움직인다. K-콘텐츠가 가진 장점은 크지만, 그 장점은 현지 플랫폼의 속도와 소비자의 습관 안에서 다시 번역돼야 한다.

베트남에서 중요한 것은 시장 규모가 아니라 연결 능력이다. 발견에서 시청으로, 시청에서 공유로, 공유에서 구매로, 구매에서 리뷰로 이어지는 경로를 설계할 수 있는가. 규제와 유통, 상품과 결제, 배우와 인플루언서, 드라마와 커머스를 한 사업 구조 안에서 묶을 수 있는가.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은 작품을 잘 만드는 기업보다 작품이 움직이는 경로를 잘 설계하는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K-콘텐츠의 미래는 더 많은 국가에 작품을 파는 방식으로만 열리지 않는다. 시청자가 멈추는 장면, 공유되는 대사, 구매로 이어지는 감정, 규제를 견디는 파트너십 속에서 열린다.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이 비추는 미래도 그 지점에 있다. K-콘텐츠는 이제 판권 수출의 산업에서 장면과 소비와 유통을 함께 설계하는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먼저 드러난 변화는 시장의 크기가 아니라, 콘텐츠가 돈이 되는 방식의 변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