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텍스·르사주·르마리에·마사로가 나눈 자수, 깃털, 베일, 슈즈의 역할
[KtN 임우경기자]두아 리파(Dua Lipa)의 샤넬(Chanel) 웨딩드레스는 정면보다 후면에서 구조가 분명해진다. 목 뒤에서 걸리는 홀터 라인은 어깨와 등을 크게 비우고, 등 중앙을 따라 주얼리처럼 짜인 자수 장식이 길게 내려온다. 몸통은 좁게 잡혔고, 허리 아래에서 시작된 트레인은 바닥으로 넓게 퍼진다. 웨딩드레스의 부피를 키우는 대신, 노출된 등과 길게 끌리는 트레인의 대비로 긴장감을 만든 구성이다.
마티유 블라지(Matthieu Blazy)가 디자인한 맞춤 오트 쿠튀르 드레스에는 48만 개 비즈, 1155시간의 트롱프뢰유 주얼 자수, 2만5000개 깃털, 2m 트레인, 6m 튤 베일이 들어갔다. 숫자는 제작 규모를 설명하지만, 드레스의 인상은 장식의 양보다 배치 방식에서 나온다. 비즈, 자수, 깃털, 튤, 새틴 슈즈는 각각 독립된 장식으로 튀기보다 목선과 등, 몸판, 트레인, 베일을 하나의 흐름으로 잇는다.
목둘레에는 둥근 스톤과 작은 비즈가 칼라처럼 놓인다. 장식은 어깨와 가슴으로 넓게 번지지 않고 목선 주변에 밀도를 만든다. 앞쪽을 비교적 닫힌 형태로 정리한 뒤, 뒤쪽에서 등을 크게 비운 구조와 대비된다. 정면과 후면의 차이가 커질수록 이 드레스는 전통적인 화이트 웨딩드레스보다 후면 중심의 쿠튀르 의상에 가까워진다.
몸판을 덮은 비즈는 넓은 면을 번쩍이게 만들기보다 흰 직물 위에 얇은 빛의 층을 만든다. 48만 개 비즈라는 수치는 과시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드레스 표면에서는 작은 입자들이 촘촘하게 깔린 질감으로 나타난다. 강한 광택을 앞세우는 주얼리 장식과 달리, 비즈는 직물 안으로 스며든 듯한 표면을 만든다.
후면의 트롱프뢰유 주얼 자수는 드레스에서 가장 직접적인 시각 장치다. 목 뒤에서 시작된 여러 줄의 장식은 실제 목걸이를 겹쳐 건 듯 등 중앙으로 떨어진다. 자수는 노출된 등과 드레스 본체 사이를 연결하고, 백리스 구조의 중심선을 만든다. 등이 크게 열린 디자인이 단순한 노출로 끝나지 않는 이유도 이 장식에 있다.
트롱프뢰유는 착시를 뜻한다. 이 드레스에서 착시는 장난스러운 장식보다 의상과 액세서리의 경계를 흐리는 방식에 가깝다. 목걸이처럼 보이는 선은 몸 위에 따로 걸린 장신구가 아니라 드레스에 고정된 자수다. 웨딩드레스가 주얼리를 착용한 상태가 아니라, 직물 안에 주얼리 효과를 품은 구조로 완성됐다.
2m 트레인은 드레스의 무게중심을 뒤쪽으로 옮긴다. 좁게 정리된 몸통과 바닥으로 넓어지는 트레인이 만나면서 앞과 뒤의 비율이 달라진다. 앞에서는 몸의 선을 따라가는 드레스로 읽히지만, 뒤에서는 등 중앙의 자수와 바닥에 퍼지는 흰 면이 함께 보인다. 걸어가는 순간보다 지나간 자리에 남는 형태를 강조하는 설계다.
르마리에(Lemarié)가 더한 2만5000개 깃털은 트레인의 질감을 바꾼다. 깃털은 가장자리에만 붙지 않고 흰 바탕 위에 흩어져 있다. 비즈와 자수의 금속성 반짝임이 깃털의 흐린 결과 만나면서 흰색 안에 다른 농도를 만든다. 장식이 많아도 드레스가 한 방향으로 무겁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광택과 부드러운 결이 트레인 위에서 나뉘기 때문이다.
6m 튤 베일은 드레스 바깥에 또 하나의 층을 만든다. 머리에서 시작한 긴 베일은 등과 트레인을 지나 바닥까지 이어지며, 백리스 구조와 주얼 자수를 한 번 더 감싼다. 베일에는 비즈와 깃털, 손으로 자른 오간자 아플리케가 더해졌다. 베일이 단순한 부속품이 아니라 드레스 본체의 장식 언어를 이어받은 외피처럼 쓰인 대목이다.
아틀리에 몽텍스(Atelier Montex), 르사주(Lesage), 르마리에, 마사로(Massaro)의 역할은 한 벌의 웨딩드레스가 여러 공방의 분업으로 완성됐다는 점을 드러낸다. 몽텍스는 48만 개 비즈 자수를 맡았고, 르사주는 1155시간이 걸린 트롱프뢰유 주얼 자수를 구현했다. 르마리에는 트레인에 깃털을 더했고, 마사로는 화이트 새틴 펌프스를 제작했다. 오트 쿠튀르에서 디자인은 실루엣을 정하는 일에 그치지 않고, 어떤 공방의 기술이 어느 부위에서 어떤 질감과 무게를 만들지 조율하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화이트 새틴 펌프스는 드레스의 장식 밀도를 낮은 지점에서 정리한다. 포인티드 토와 매끈한 새틴 표면은 비즈와 깃털이 많은 드레스와 경쟁하지 않는다. 슈즈는 독립적으로 시선을 끄는 장식품보다, 베일과 트레인으로 길어진 세로 흐름을 받치는 마무리에 가깝다. 목선, 등, 트레인, 베일, 슈즈가 같은 백색 계열 안에서 질감만 달리하며 하나의 앙상블을 만든다.
제작 수치가 곧 디자인의 완성도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48만 개 비즈와 1155시간 자수, 2만5000개 깃털은 오트 쿠튀르의 노동량을 말하지만, 장식이 많을수록 의상은 쉽게 무거워질 수 있다. 두아 리파의 드레스는 목둘레와 후면 자수에 시선을 모으고, 트레인과 베일로 장식의 무게를 뒤쪽과 바깥쪽으로 나누면서 과밀한 표면의 부담을 줄였다.
두아 리파의 샤넬 웨딩드레스는 비즈와 깃털을 많이 쓴 의상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목선의 닫힘, 등의 노출, 주얼 자수의 착시, 트레인의 확장, 베일의 투명도가 맞물리며 한 벌의 쿠튀르 구조를 만든다. 몽텍스·르사주·르마리에·마사로의 작업은 장식을 더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고, 흰색 웨딩드레스 안에서 빛과 질감, 무게의 위치를 나누는 방식으로 작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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