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빙빙 “‘가능한 사랑’ 연기에 충격…AI는 배우 대체 못해”
BIFF 2026서 한국 영화·배우 연기 극찬…‘미친 노인의 일기’·‘그녀가 말했다’로 3년 만에 부산
[KtN 김동희기자] 중국 배우 판빙빙이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2026)에서 한국 영화와 배우들의 연기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흐름 속에서도 배우가 지닌 감정과 경험은 기술로 대체하기 어렵다는 생각도 전했다.
판빙빙은 7일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양한 국가의 영화인들과 협업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새로운 영화에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창문이 열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영화의 언어와 스타일, 작업 방식이 다른 만큼 배우에게는 그 경험 자체가 큰 자산이라는 설명이다.
한국 영화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직접 언급했다.
판빙빙은 토론토영화제에서 작품을 본 뒤 배우들이 영화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데뷔 30년 차 배우인 자신도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을 만큼 연기가 깊었고, 감독과 배우가 서로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에서 관계와 삶의 고난을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 “AI 숏폼 봐도 얼굴 기억하기 어려워”…연기는 인간의 영역
AI 콘텐츠에 대해서는 분명한 입장을 보였다.
판빙빙은 AI를 활용한 숏폼 드라마를 가끔 보지만 등장인물의 외형이 비슷해 얼굴이 잘 기억되지 않는다는 아쉬움을 전했다. 이어 사람이 연기할 때 나오는 감정과 삶에서 쌓인 노련함, 표현 방식은 AI가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영화와 드라마 업계에서는 생성형 AI와 AI 배우, 숏폼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제작 속도와 비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는 한편, 배우의 표정과 호흡, 경험에서 나오는 연기까지 기술이 대체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판빙빙의 발언은 AI 활용 가능성을 부정하기보다 인간 배우가 가진 감정의 층위와 축적된 경험을 분명히 구분해 바라본 데 무게가 실렸다.
◇ ‘미친 노인의 일기’서 노년의 욕망 바라본 판빙빙
판빙빙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웨인 왕 감독의 장편 ‘미친 노인의 일기’와 이번 탄 감독의 단편 ‘그녀가 말했다’로 관객과 만난다.
‘미친 노인의 일기’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뇌졸중으로 신체 일부가 마비된 70대 노인 우츠기와 중국인 며느리 수수 사이에서 피어나는 욕망을 그린 블랙코미디로, 판빙빙은 수수 역을 맡았다.
판빙빙은 작품에 담긴 나이와 질병, 죽음, 욕망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나이가 들면 욕망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고 여기는 시선과 달리 노인도 인간으로서 욕구와 욕망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새로운 감독, 새로운 배우들과 얼마나 즐겁게 작업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했다. 좋은 캐릭터와 각본 못지않게 현장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리며 작업하는 과정이 배우의 컨디션과 표현에도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 박찬욱 ‘아가씨’ 선택…“위험하면서도 자유로운 여성”
판빙빙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특별 프로그램 ‘까르뜨 블랑슈’에도 참여한다.
영화·문화계 인사가 자신의 영화 세계에 영향을 준 작품을 직접 선정해 관객과 함께 관람하는 프로그램으로, 판빙빙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골랐다.
박찬욱 감독의 카메라가 담아낸 여성들이 위험하면서도 자유롭고, 명료함과 담대함,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2023년 ‘녹야’ 이후 3년 만에 부산을 다시 찾은 판빙빙은 올해 신작 상영과 기자회견, 특별 프로그램까지 여러 일정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AI와 숏폼 콘텐츠가 영화 산업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시점에서 판빙빙은 기술보다 배우의 감정과 경험, 국경을 넘는 협업의 가치를 앞세웠다. 한국 영화와 배우들의 자유로운 연기에 받은 충격, AI가 인간 배우를 대신할 수 없다는 판단은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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