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떨림, 깊은 심연에서 떠오르다
[KtN 박준식기자] 짙푸른 심연 속에서 조용한 흔들림이 일어난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유동적인 곡선, 그리고 그 곁에서 반짝이는 미세한 금빛 입자들. 이 작품은 단순한 색채의 배열이 아니라, 감각과 정서가 깊숙한 곳에서 형상화되는 과정의 기록이다. 허은선의 Butterflies in the Stomach 13(21-2)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으로, 인간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가장 본능적이고도 섬세한 반응을 탐구한다.
"배 속에서 나비가 날아다닌다"는 영어 관용구 ‘Butterflies in the Stomach’은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감정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 작품은 바로 그 감각을 시각적으로 포착하는 시도다. 짙고 차분한 블루 톤이 화면을 지배하지만, 그 안에서는 미묘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깊은 고요 속에서도 살아 있는 떨림, 내면의 파동이 금빛으로 스며나며 캔버스를 가로지른다.
작품명: Butterflies in the Stomach 13(21-2)
제작 연도: 2021년
규격: 50 × 50cm
재료: 하이드로락(Hydrolaque) 및 금박 (Hydrolaque with gold leaves on canvas)
불안과 기대, 감정의 경계를 탐구하다
허은선은 형태의 재현이 아닌, 보이지 않는 감각과 감정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시리즈는 이러한 탐구의 연장선에 있으며, 특히 불안과 기대 사이에서 일어나는 미묘한 내면의 떨림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13(21-2)에서는 깊은 푸름 속에 형체를 알 수 없는 곡선이 자리 잡고 있다. 이 곡선은 일정한 구조를 따르지 않으며, 마치 공기의 흐름이나 감각적 떨림을 시각화한 듯하다. 이와 대조적으로, 화면 일부에 배치된 금빛 입자들은 정적인 공간 속에서도 존재하는 움직임을 암시하며, 보이지 않는 감정의 물결이 실제로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작품에서 허은선은 "긴장과 기다림의 순간, 감정이 몸을 가득 채우는 상태"를 포착하고자 했다. 그것은 단순한 불안이 아니라, 무언가가 곧 피어나고 움직일 것 같은 순간의 미세한 에너지를 시각화하는 것이다.
색감과 질감, 구도 – 고요 속의 역동성
이 작품은 색과 질감을 통해 감각적인 깊이를 구축하며, 형태를 최소화함으로써 정서적 울림을 극대화한다.
▶색감: 화면을 지배하는 푸른 색조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그것은 깊은 내면의 공간을 상징하며, 감정이 응축된 차원을 만들어낸다. 코발트 블루에 가까운 짙은 색감은 고요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움직임을 품고 있다.
▶질감: 하이드로락(Hydrolaque) 기법을 사용하여 표면에 깊이감을 더했으며, 특정 부분에서는 미세한 질감이 감지된다. 이로 인해 단순한 평면적 회화가 아니라, 빛과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달라지는 유기적 화면을 만들어낸다.
▶구도: 좌측에서부터 시작된 유동적인 곡선은 화면을 사선으로 가르며, 감정의 흐름을 나타낸다. 반면, 우측 상단에 자리 잡은 금빛 입자들은 정적인 균형을 이루며 화면 속 움직임을 더욱 강조한다. 이 배치는 긴장과 이완의 균형을 이루면서도, 보는 이가 화면 속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조형적 특징은 작품이 단순한 미학적 탐구가 아니라, 감각적 경험을 전달하는 하나의 매개체로 기능하도록 만든다.
허은선의 창작 철학과 예술적 접근
허은선의 예술은 보이지 않는 감각과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그녀는 형태를 명확히 정의하기보다는, 감정과 에너지가 퍼져나가는 흐름을 탐구하며, 색과 질감을 통해 보이지 않는 요소들을 가시화하려 한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13(21-2)에서는 특히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파동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시도를 보여준다. 푸른 색조가 응축된 공간은 안정된 듯 보이지만, 그 안에서 흐름이 감지되며, 미세한 금빛 입자들이 감각의 확장을 시사한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회화적 접근과 차별화된다. 허은선은 "감정은 형태로 포착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퍼져나가는 흔적을 남기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갤러리A 전시 – 감각의 시각화를 실험하다
갤러리A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보이지 않는 실재의 관계를 탐구하는 전시이다. Butterflies in the Stomach 13(21-2)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감각의 실체화를 시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이지 않는 감각을 형상화하는 작업으로서, 전시의 개념과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푸른 색조와 금빛 입자의 조화는 전체 전시의 흐름을 조율하며, 감각과 물질 사이의 경계를 탐구하는 작품들과 맥을 같이한다.
존재의 미묘한 흔들림을 포착한 작품으로, 관람객들에게 깊은 감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허은선의 작품은 단순한 회화가 아니다. 그것은 공기 중에 퍼지는 감각을 포착하려는 시도이며, 존재의 미묘한 흔들림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기록이다.
관객과의 대화 – 감정을 시각적으로 경험하다
이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관객은 단순한 색과 형태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적 떨림을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짙푸른 색 속에서 흐르는 곡선과 금빛 입자들은, 마치 우리가 긴장하고 기대할 때 몸을 타고 흐르는 감각과도 같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해 스스로의 경험을 되돌아보게 되며, 감정이 어떻게 공간을 형성하고 흔적을 남기는지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다.
허은선의 Butterflies in the Stomach 13(21-2)은 단순한 정적 이미지가 아니다. 그것은 감각과 감정이 흐르는 순간을 포착한 시각적 기록이며, 관람자가 스스로의 경험을 투영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 속에서, 우리는 존재의 미묘한 움직임을 다시금 발견하게 된다.
후원=NH농협 302-1678-6497-21 위대한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