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기억’과 ‘국가 정체성’ 사이, 세대 감수성은 어디로 향하는가

 K팝 팬덤의 애국심이 만든 아이돌의 '독도챌린지' 글로벌 열풍  사진=2023.11.11 인스타그램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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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김 규운기자] 일본의 교과서 영토 왜곡 논란이 반복되는 가운데, 대한민국 청년 세대는 독도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전통적 영토주의와 민족주의 감정이 약화되고 있는 시대, 독도는 더 이상 ‘투쟁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지금, 독도는 청년 세대에게 어떤 의미인가.

세대 간 균열: '국가 대 민족'에서 '개인 대 사회'로

2020년대 들어 한국 사회는 독도 문제를 비롯한 역사 이슈에 대한 세대 간 온도차를 경험하고 있다. 386세대와 4050세대가 ‘역사 인식’과 ‘국토 수호’의 관점에서 독도를 민족적 자긍심의 상징으로 보았다면, MZ세대는 ‘정보 검증’, ‘콘텐츠 소비’, ‘관심의 우선순위’ 관점에서 이를 상대화하고 있다.

청년 세대는 더 이상 독도를 외교·영토 분쟁의 절대적 기준점으로 보기보다는, 미디어 이슈 혹은 국가주의적 내러티브로 파악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는 무관심이라기보다는, 정치·언론의 프레임을 비판적으로 거르려는 디지털 세대의 정보 리터러시 감각에 가깝다.

교과서보다 SNS가 만드는 인식 구조

독도 문제를 대하는 청년 세대의 특징은 ‘공식 교육’보다 ‘비공식 채널’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에서 소비되는 콘텐츠는 강의실보다 강력한 역사 교육장이 되었고, 바로 그곳에서 독도는 밈(meme), 캠페인, 혹은 소비형 콘텐츠로 변형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 따르면, 20대 응답자의 약 63%가 “독도 관련 정보를 뉴스보다 SNS를 통해 접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독도 이슈가 정보 공유의 수단으로는 활발하지만, 정치적 행동이나 사회적 연대의 동력으로는 점점 약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독도, K팝 팬덤의 애국심이 만든 아이돌의 '독도챌린지' 글로벌 열풍  사진=2023.11.11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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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에서 ‘콘텐츠’로: 독도의 새로운 코드화

청년 세대에게 독도는 더 이상 ‘가슴 뛰는 영토’가 아니다. 그보다는 기념일, 해양 생태계, 혹은 K-디자인, 굿즈 상품과 결합된 문화적 코드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분명히 과거 세대가 이해하던 독도의 위상과는 다르다. 그러나 그 변화는 반드시 ‘퇴행’이라기보다는, 전환으로 읽을 필요가 있다.

오늘날 독도에 대한 청년의 관심은 ‘왜 지켜야 하는가’보다 ‘어떻게 기억될 수 있는가’에 있다. 기억의 방식이 달라진 것이다. 국기 흔들기보다 포스트·리그램, 거리 시위보다 창작 영상과 디지털 디자인. 이 변화는 역사를 문화로 번역하는 새로운 흐름이다.

청년의 ‘침묵’은 무관심이 아니라 구조에 대한 비판이다

청년 세대가 독도 문제에 조용하다고 해서, 그들이 무관심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오히려 그 침묵은 반복되는 정부의 형식적 외교, 피로한 민족주의 서사, 실질 없는 캠페인에 대한 비판적 거리두기일 수 있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과거의 방식으로 청년을 다시 끌어들이는 ‘동원형 캠페인’이 아니라, 그들의 언어와 방식으로 독도 문제를 재해석하는 문화적·디지털적 접근 전략이다. 청년이 독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면, 그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귀를 닫았는지를 먼저 성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