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 전략의 새로운 과제는 '배치'다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사진=이재명 페이스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독립적인 기술군이 아니다. 인공지능(AI)이 에너지의 전환 구조에 결합되면서, 산업 전략의 핵심은 에너지 자체보다 그것을 어떻게 배치하고 운영할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다. 이 전환은 기술적 진보를 넘어, 정책·경제·지역을 포괄하는 구조적 조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운영 전략으로 바꾸는 기술

태양광과 풍력은 에너지원으로서 탄소중립 시대의 중심에 위치하지만, 기후에 따라 출력이 달라지는 간헐성의 한계를 안고 있다. 이 문제는 발전 효율의 기술적 개선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의 흐름은 이 간헐성을 ‘예측 가능한 변수’로 전환해, 에너지 공급 체계를 선제적으로 설계하려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움직임의 핵심에는 AI가 있다. 캘리포니아 전력청은 AI 기반 수요 예측 모델을 도입한 이후, 15분 단위로 태양광 발전량과 지역별 전력 수요를 조정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독일 에너지청은 풍력 발전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기계학습 기반의 ESS 운용 체제를 병행 도입했고, 일본에서는 도쿄전력이 AI를 활용해 도심권 전력 피크 시점의 분산 공급 구조를 시범 운영 중이다. 모두 기술 자체보다 ‘운영 설계’에 집중한 전략들이다.

AI 중심 에너지 전환은 기술 정책의 중심축을 바꾼다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신재생 혁신 AI’ 구상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단순한 기술 지원을 넘어 운영 인프라의 구조적 전환을 포함한다. 핵심은 발전 기술의 개선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 예측과 자동 제어를 통해 에너지 흐름을 ‘조율 가능한 구조’로 바꾸는 데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서 추진 중인 태양광 프로젝트는 이 구상의 실증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다. 신안군의 모델은 단순한 발전 설비 설치를 넘어,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 지역 기반 ESS 운용, 영농형 발전과의 병렬 설계를 통해 에너지 자립성과 경제적 참여 구조를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에는 중앙정부의 기술 전략, 기업의 공급망 구축, 지자체의 정책 실험이 동시에 투입되고 있다.

한화큐셀의 탠덤셀 기술과 야스의 장비 공급 역량은 이 시스템의 기술 기반을 구성하고 있으며, 신안군의 참여는 지역 단위 에너지 자립 실현 가능성을 현실화하고 있다. 기술, 정책, 지역이라는 삼각 구도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산업 전략의 새로운 과제는 '배치'다

기술력은 축적되어 있다. 그러나 기술을 어디에, 어떤 구조로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재생에너지와 AI의 결합은 이 공백을 채우는 출발점이자, 기술 중심 산업 전략이 정책과 연결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기도 하다.

이재명 후보의 구상은 산업 구조 전환을 위한 입체적 설계로 읽힌다. 단지 재생에너지의 확대나 지방 분산형 전력망이라는 수준에 머무르지 않고, AI 기반 에너지 운영 체계를 산업·정책·지역 단위에서 동시에 설계하겠다는 방향성이 담겨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국가 전략의 시간표 안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 실행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