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상법 개정의 이중 궤도는 한국경제의 구조 전환 시험대
자본시장 신뢰와 민생정책의 병행은 ‘사회적 안정성 기반 성장’이라는 새로운 구조로의 이행을 예고한다.

이재명, 국장 저평가 해소해 코스피 5천 시대를 열고, 상법도 재추진.  사진=2025 04.21  강유정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재명, 국장 저평가 해소해 코스피 5천 시대를 열고, 상법도 재추진.  사진=2025 04.21  강유정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후, 자산시장의 움직임은 기계적 반응을 넘어 구조적 기대의 신호로 읽힌다. 코스피 지수는 2900선을 돌파하며 외국인 순매수가 3조 원 이상 기록되었고, 환율과 국채 금리는 안정세로 접어들었다. 자본시장은 단기적 이벤트보다 정책 체계의 일관성과 실행 가능성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이는 2022~2023년 일회성 정책 발표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던 과거 흐름과는 분명한 대비를 이룬다.

이번 시장 반응은 기대와 검증의 초기 충돌로 해석할 수 있다. 단기적 상승은 정부 교체와 정책 신호에 따른 반사이익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제도 개혁과 경제 전략의 실효성에 의해 방향이 결정된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제시한 ‘이재노믹스’는 단일 정책이 아니라 재정 지출, 법제 정비, 금융시장 투명화, 복지 구조 개편이 복합적으로 연결된 다층적 구조라는 점에서 정책 설계의 정합성과 추진력이 향후 시장의 신뢰를 좌우하게 된다.

추경 예산, 재정 확장인가 전략적 유연성인가

정부가 추진 중인 추경은 2020년대 들어 반복된 재정 팽창과는 결이 다르다. 민생회복지원금 중심의 직접지원 항목은 코로나19 이후의 재난지원금과 유사해 보이지만, 이번 추경은 유통·서비스업 하위 생태계와 지역 상권을 중심으로 설계된 ‘지역 기반 회복 전략’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WTO가 2024년 보고서에서 언급한 “중간재 중심 공급망 경제에서 서비스업 기반 내수경제로의 전환은 선진국의 경제 복원력 핵심”이라는 진단은, 한국의 추경 기조와 방향성을 일정 부분 정당화한다. 단기 소비 진작과 유동성 공급이 아니라, 내수 경제 기반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라면, 이번 추경은 단순 재정 확장을 넘어선 전략적 유연성 실험으로 읽힌다.

다만 재정건전성의 장기 추세는 분명한 제약 조건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55%를 넘긴 시점에서, 추경이 거시경제 전반의 신뢰도에 미칠 영향은 결코 작지 않다.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엇갈리는 지점 또한 여기에 있다. 지출의 구조화, 효과 중심의 회계모델 전환, 사후적 예산 평가 체계 도입이 동반되지 않으면, 이중 구조의 재정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다.

상법 개정, 자본시장 거버넌스 개혁의 제도 축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은 대주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명확한 목적을 지닌다. 집중투표제 확대, 감사위원 분리 선임, 전자투표 의무화 등은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제도적으로 보완하는 방식이며, 외국인 투자자의 이사회 접근성과 권익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

Bloomberg는 2025년 5월 글로벌 신흥시장 투자 보고서에서 “한국 시장은 기업 실적 대비 낮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제도 신뢰 부족에서 기인하는 할인(discount) 구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이 단순히 법률 기술적 개정이 아니라, 시장 구조 재설계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국제 비교를 통해 보면, 대만과 인도는 소액주주 권리 확대와 이사회 독립성 강화 조치 도입 이후 3년간 외국인 투자비중이 각각 8%, 5% 증가한 바 있으며,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도 제도 개혁 이후 급속히 부상했다. 한국 역시 상법 개정이 실행될 경우, 이중 상장(dual listing) 우려를 해소하고 국내 자본시장의 글로벌 위상 제고라는 중장기 과제를 구체화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이재노믹스는 특정 정책이 아니라, 정책·법제·문화적 신뢰 구조 전반의 리디자인. 사진=2025 06.12 이재명 페이스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재노믹스는 특정 정책이 아니라, 정책·법제·문화적 신뢰 구조 전반의 리디자인. 사진=2025 06.12 이재명 페이스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장 신뢰와 제도 통치의 교차점

이재명 정부가 동시에 꺼내든 추경과 상법 개정은 ‘돈을 푸는 정책’과 ‘제도를 고치는 개혁’이 병행될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첫 사례다. 사회적 약자에게 직접적 회복 신호를 전달하면서도, 자산시장에는 구조적 신뢰를 제공해야 하는 이중적 과제가 교차한다. 이는 전통적인 케인지언 접근과 자유시장주의적 제도 개혁 사이의 균형을 요구하는 정교한 정책 모델이다.

시장 구조와 법제도의 신뢰 수준이 복지의 지속 가능성과 성장잠재력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한국 사회는 '단기 복지-장기 불신'이라는 순환을 끊기 위한 정책 정합성을 요청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채택한 ‘양면 전략’은 이러한 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정치적 실험이기도 하다.

KtN 리포트

이재노믹스는 특정 정책이 아니라, 정책·법제·문화적 신뢰 구조 전반의 리디자인이다. 단기 지표가 아닌 구조 지향적 정책을 중심에 둔다는 점에서, 추경과 상법 개정은 향후 한국경제가 ‘복원력 기반 성장모델’로 이행하는가를 판가름하는 분기점이 된다.

산업 측면에서는 중소기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경제 체제가 제도 개편을 통해 보다 안정적 투자환경을 확보할 수 있으며, 외국인 자본은 단기 수익보다 장기 안정성을 고려한 재배치를 시작하게 된다. 사회적으로는 정책 수혜의 체감도를 높이고, 제도 개혁을 통한 자산시장 신뢰 회복으로 중산층 기반의 확대가 가능해진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 비전의 실현 여부는 단기 시장 반응이 아니라, 추경의 효과성, 법제 개편의 실행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지속 가능한 신뢰 체계로 전환할 수 있는 정부와 국회의 정합성에 달려 있다. 정책은 실행 이후가 핵심이며, 구조는 신뢰 속에서 작동한다. 이재노믹스는 지금 그 신뢰 구조의 초입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