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브랜드의 성과와 과제 [KtN 증권부]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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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임민정기자]베트남 패션 시장은 한국 패션 브랜드에게 기회의 땅이자 실험의 무대다. 고성장성과 소비자 친화적 트렌드, 한류 콘텐츠의 영향력이 맞물리며 한국 브랜드는 베트남 진출의 유리한 조건을 확보했지만, 동시에 시장 구조의 이질성, 유통 경쟁, 인지도 격차 등의 도전과제에도 직면해 있다. 2025년 현재 베트남 내 한국 패션 브랜드는 제한적인 점유율에도 불구하고, 각기 다른 전략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그 성공과 실패의 경로는 K-패션의 동남아 확장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점유율보다 전략 — '진출'보다 '정착'의 시대

베트남 패션 시장 내 글로벌 브랜드 상위권에는 여전히 SPA형 대형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가 포진해 있다. 한국 브랜드는 아직 시장점유율 면에서 소수에 불과하지만, 헤지스(Hazzys), 후아유(WHO.A.U), 널디(NERDY), MLB 등은 프리미엄, 스트리트, 캐주얼 등 다양한 콘셉트로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LF가 운영하는 헤지스는 2017년 롯데백화점 하노이점을 시작으로 호치민, 다낭 등 주요 도시 중심 상권에 진출하며 현재 약 10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헤지스는 ‘한국 프리미엄 캐주얼’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아시아인 체형에 맞춘 핏 개발, 고급 유통망 활용 등 현지화 전략을 병행해 성공적인 안착에 성공했다.

널디와 MLB, 스트리트 패션의 선봉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널디는 베트남 소비자 사이에서 빠르게 인지도를 확보한 대표적 사례다. 뷰티테크 기업 APR이 운영하는 널디는 2022년 호치민에 1·2호점을, 2023년 하노이에 3·4호점을 오픈하며 짧은 기간 내 4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널디는 베트남 유통 대기업 MRMI(Maison Retail Management International)와 파트너십을 맺고 유통망을 빠르게 확장했으며, K-팝 스타의 공항패션을 활용한 SNS 바이럴 전략으로 MZ세대의 눈길을 끌었다.

MLB는 베트남 진출 초기부터 Maison 그룹을 통해 독점 전개되었으며, 2019년 플래그십 스토어 오픈 이후 2025년 현재 총 29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MLB는 모자, 어글리 슈즈 등 K-스트리트 트렌드 상품을 중심으로 젊은 소비층의 지지를 얻었고, 현지 유통 파트너의 입지 선정과 브랜드 전개 경험이 안정적인 성장 기반이 되었다.

후아유, 로컬 인플루언서 전략의 실험

이랜드그룹의 후아유는 오프라인 진출보다 온라인 플랫폼을 먼저 공략한 이례적 사례다. 2024년 11월 공식 온라인몰을 론칭하고, Shopee와 Lazada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브랜드를 알렸다. 후아유는 가수 호아 민지(Hoa Minzy)를 브랜드 앰버서더로 선정해, 한국 예능 <런닝맨>에서 축적한 인지도를 베트남 현지에서 다시 증폭시켰다. 제품군은 미국 캐주얼 스타일을 베트남 소비자 취향에 맞게 조정했고, 가격대는 미국 브랜드 대비 1/3 수준으로 형성해 가성비 경쟁력을 부각시켰다.

후아유는 2025년 말까지 하노이와 호치민에 10개 오프라인 매장 추가 출점을 예고하고 있으며, 유통 파트너사 TC Commerce와 함께 온·오프라인 통합 전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성공을 이끈 네 가지 키워드

헤지스, 널디, MLB, 후아유의 진출 경로에는 공통된 네 가지 성공 요인이 도출된다. 첫째,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다. 헤지스는 체형, 직장문화, 소비 성향 등을 반영해 제품군을 맞춤형으로 구성했고, 프리미엄 유통 채널을 통해 이미지 관리에 집중했다. 둘째, 강력한 유통 파트너와의 협업이다. 널디와 MLB는 Maison과 같은 검증된 파트너를 확보해 빠른 매장 확장과 입지 확보에 성공했다. 셋째, 한류 콘텐츠 및 K-팝을 연계한 바이럴 마케팅이다. 후아유는 현지 스타 앰버서더를 활용해 초기 인지도를 확보했고, 널디는 공항패션과 SNS 콘텐츠로 팬덤 소비를 유도했다. 넷째, 명확한 타깃층 설정과 가격 포지셔닝이다. 헤지스는 중산층 프리미엄, 후아유는 가성비 캐주얼로 브랜드 정체성을 분명히 하여 시장 내 경쟁력을 구축했다.

아직 도달하지 못한 브랜드들

반면, 젝시믹스, 안다르, 스타일난다 등 온라인 중심 브랜드들은 베트남 시장에서 존재감이 낮다. 이는 마케팅 부족, 오프라인 접점 부재, 현지 유통 파트너의 미흡한 전략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다. 특히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경험하고 피드백을 공유하는 베트남 소비문화에서, 오프라인 매장 부재는 브랜드 신뢰도 확보에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일부 브랜드는 온라인몰에만 의존하면서 플랫폼 정책 변화, 데이터 미확보, 수익성 악화 등의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베트남은 가격 민감도가 높고 SNS 기반 소비가 강력한 만큼, 단순한 쇼핑몰 중심 전략은 장기적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

K-패션, 단순 수출을 넘어 문화로

베트남은 더 이상 단순한 제조기지도, 가격 경쟁력만을 좇는 수출 대상도 아니다. 베트남 소비자들은 품질과 디자인, 스토리와 감성을 동시에 요구한다. K-패션이 베트남 시장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문화 기반 브랜드 전략’이 필수다. 한류 콘텐츠에 기대기보다, 현지 소비자에게 각인될 수 있는 독자적 브랜드 서사를 구축해야 한다.

한국 패션 산업의 미래는 베트남에서 실험되고 있다. 진출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진정한 정착과 확장을 위해, 베트남은 지금 K-패션이 문화로 진화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무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