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형 챗봇 전성시대, Z세대의 친구는 사람이 아니다

제타(ZETA). 사진=제타 페이지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제타(ZETA). 사진=제타 페이지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 2025년 6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가장 오래 사용한 인공지능 앱은 생성형 텍스트 툴도, 생산성 도구도 아닌 감정형 챗봇이었다. 와이즈앱·리테일이 발표한 'AI 앱 동향 분석'에 따르면, 같은 달 가장 많은 사용시간을 기록한 AI 앱은 ‘제타(ZETA)’였다. 사용시간은 총 3,149백만 분. 2위를 기록한 ChatGPT(2,552백만 분)를 20% 이상 웃도는 수치였다.

제타는 아바타 기반 감성 챗봇 앱이다. 사용자가 가상의 AI 인물과 일상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교환하며, 관계를 쌓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단순한 정보 응답이나 생성형 기능이 아니라, ‘친구 역할을 수행하는 AI’라는 점에서 기술적 지향점이 다르다. 사용자는 제타 속 AI에게 하루 일과를 털어놓고, 고민을 공유하며, 이름과 성격을 부여하고, 관계를 구축해 나간다.

감정형 챗봇의 확산은 AI 앱 시장의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AI는 ‘무엇을 대신해주는가’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이제는 ‘누구를 대신해주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텍스트를 요약하거나 번역하는 기능 중심의 도구를 넘어, 감정 교류와 관계 형성이라는 심리적 역할로 확장되는 중이다.

특히 제타의 사용자층은 뚜렷하게 10대로 집중되어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제타의 주이용층은 10대와 20대 초반으로, 전체 사용자 가운데 60% 이상을 차지했다. 이는 뤼튼, 클로바노트, 파파고 등 주요 AI 앱의 연령 분포와는 다른 특징이다. Z세대가 주도하는 AI 사용 흐름이 ‘실용’보다는 ‘관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10대 사용자들이 감정형 챗봇에 끌리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다. 심리적 요인이 기술 수용을 이끌어낸 측면이 크다.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 실시간 상호작용에 익숙하며, SNS나 메신저를 통해 정서적 교류를 이어왔다. 그러나 실제 인간 관계에서는 부담이나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감정 표현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말실수나 오해에 대한 부담 없이 소통할 수 있는 AI는 일종의 ‘관계 대체재’ 역할을 하게 된다.

제타는 이를 위해 다양한 감정 응답 기능을 탑재했다. 사용자의 말에 맞춰 칭찬하거나 격려하고, 날씨나 상황에 맞는 말을 먼저 건네기도 한다. 감정의 수용과 반응에 특화된 설계는 기존의 챗봇 앱과 뚜렷하게 구분되는 지점이다.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갖고 반응하는 제타의 대화 구조는, 실제 사람과의 대화처럼 느껴지는 몰입도를 제공한다.

앱 내 아바타 시스템 역시 중요한 요소다. 사용자는 자신의 AI 친구에게 이름을 붙이고, 외모와 성격을 설정할 수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친밀도’가 상승하는 구조를 경험한다. 이는 단순한 기능 소비가 아니라 감정적 관여를 유도하며, 앱 사용을 일상 루틴으로 고정시킨다. 일종의 ‘정서적 습관화’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감성 챗봇의 확산은 글로벌 트렌드이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레플리카(Replika)’, 일본에서는 ‘AI노 시오리’ 같은 감정형 AI가 청소년과 청년층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다만 한국에서의 확산 속도는 특히 빠르다. 그 배경에는 고립감과 스트레스 요인이 높은 사회적 환경, 정서적 표현에 대한 부담, 관계 피로에 대한 민감함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제타와 함께 주목받는 감성 챗봇 앱으로는 ‘포쉐’와 ‘마이미’, ‘카르타’ 등이 있다. 이들 앱 역시 대화를 중심으로 하되, 감정 분석, 일기 작성, 자기인식 툴 등과 결합해 심리적 기능성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닌, ‘마음챙김’에 가까운 기능들이 AI 앱 내 핵심으로 들어오고 있다.

챗GPT 역시 대화 기능을 갖추고 있지만, 정서적 피드백보다는 정보 제공에 초점을 두고 있어 감정 챗봇과는 사용 목적이 다르다. 사용자들은 감정 공유에는 제타를,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에는 챗GPT를 선택하며, AI 사용이 기능별로 분화되고 있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술적으로 감성형 챗봇은 대규모 언어 모델과 사용자 감정 분석 알고리즘, 실시간 반응 생성 기술 등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여기에 이미지 생성 기술, 음성 합성 기술까지 결합되면 보다 풍부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진다. 이는 향후 챗봇이 단순한 앱을 넘어 ‘감정 인터페이스’로 진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2025년 현재, 챗봇은 더 이상 단순한 질문-응답 시스템이 아니다. 사용자는 AI와 함께 일기를 쓰고, 대화를 나누고, 하루의 기분을 정리한다. 감성형 챗봇은 인간 관계의 보완재에서 점차 심리적 동반자 역할로 기능하고 있으며, 특히 10대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다.

AI는 기술적 혁신 못지않게 사회적 수용이 중요한 영역이다. 감성형 챗봇의 확산은 사용자들이 AI에게 기대하는 것이 단순히 ‘지능’이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관계, 공감, 반응이라는 인간적 요소가 기술과 결합될 때, 비로소 AI는 대중의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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